[정치평론] 죽창이 거꾸로 돌아설 때
[정치평론] 죽창이 거꾸로 돌아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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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병 정치평론가

 

참 괜찮은 학자였다. 부족한 것 별로 없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최고 수준의 공부까지 마친 젊은 학자가 한국사회의 모순과 비리에 침묵하지 않고 일관되게 깐깐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미국에서 공부했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그의 시선이 얼마나 예리했으며 그의 애국심이 얼마나 단단했는지는 의심할 필요조차 없다.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 얘기다. 청춘의 시절, 사노맹 일원이 돼 대한민국을 통째로 바꿔보겠다는 그 결기가 지금도 여전히 살아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조국 후보자가 TV드라마 ‘녹두꽃’을 본 뒤 그 느낌으로 ‘죽창가’를 언급한 적이 있다. 변절과 배신, 온갖 망언들이 판치는 요즘인지라 그래서 조 후보자가 쏘아올린 죽창가의 울림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일본 아베 정권의 무모한 무역보복과 맞물리면서 조국 후보자의 꼿꼿한 목소리는 많은 국민에게 기꺼이 ‘죽창’을 들 수 있게 만든 작은 동력이 되기도 했다. 얼마 후 조 후보자가 법무장관 후보자로 내정됐을 때 그에게 거는 기대와 관심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혹자들은 차기 총선과 대선까지 관통할 수 있는 문재인 정부의 ‘최대 승부수’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은 조 후보자의 속살을 몰랐다. 아니 속았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평소 깔끔한 스타일에 정의와 도덕, 양심과 상식 그리고 역사와 진보를 강조했던 조 후보자였던 만큼 자기관리는 더욱 철저했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정수석 시절 조 후보자가 진두지휘했던 적폐청산과 검찰개혁 등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던 것이다. 하지만 역시 사람은 겉만 보고는, 말만 듣고는, 학식만 보고는 그 사람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최근 자고나면 불거지고 있는 조국 후보자 일가의 행적들을 보노라면 실망을 넘어 분노가 치밀 정도이다. 물론 조 후보자 일가의 도덕적, 법률적 일탈에 대한 실망만이 아니다. 그 보다 더 큰 것은 조 후보자에 보냈던 신뢰에 대한 배신이다.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동안에 보였던 그의 언행들이 마치 양두구육(羊頭狗肉)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면 너무 심한 표현일까. 그에 대한 폄훼나 조롱이 아니다. 조 후보자는 ‘촛불혁명’으로 이뤄낸 문재인 정부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 아니던가.

청와대 민정수석 취임 두 달 만에 조 후보자의 아내와 자녀들이 74억원이 넘는 돈을 특정 사모펀드에 투자 약정을 했다. 그 배경이야 뒤에 밝혀지겠지만 공직기강을 책임져야 할 민정수석의 부인과 자녀들이 이처럼 전 재산을 쏟아 붓는 식의 돈벌이에 나섰다면 국민을 기망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그 돈은 관급공사를 하는 가로등 업체에 투자됐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조 후보자는 공직의 근처에도 갈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조국 후보자 동생 부부의 ‘위장 이혼’ 논란은 조 후보자 검증과는 관계가 없다. 그러나 조 후보자 일가가 부친의 재산과 채무 등을 놓고 안팎으로 소송전이 벌어지고 그 과정에서 채무가 대폭 축소되고 채권은 이혼한 제수 쪽으로 상당부분 흘러갔다면 이건 말이 달라진다. 게다가 조 후보자도 여기에 책임을 져야 하는 당사자라면 위장 이혼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채무를 면탈하고 채권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위장 이혼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이라면 조 후보자 일가의 명예는 회복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조국 후보자 딸 문제는 사안이 더 엄중하다. 외고에 입학한 딸이 갑자기 고등학교 2학년 때 병리학 관련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이 올랐다. 과학고에서도 나오기 어려운 천재적인 능력이다. 그러나 특정 교수 밑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일한 것이 전부라면 상황이 다르다. 이는 과학을 짓밟고 학문을 모독하는 반지성적 작태이다. 한편의 논문을 위해 박사급 석학들이 실험실에서 밤을 지새우며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잘 안다면 사실상 ‘범죄행위’에 다름 아니다. 심지어 그 대학의 내부 시스템에는 조 후보자 딸이 ‘박사’로 등재돼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가히 역대급이다.

조국 후보자는 모 의과대 연구소 소속으로 돼 있는 제1저자인 딸의 논문을 봤을 것이다. 그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신도 교수이니 그 논문이 얼마나 큰 범죄가 될 수 있는지도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지난 21일 대한의사협회는 이를 ‘위조’라고 규정했다. 조 후보자가 자신의 딸과 함께 이제 대학진학은 따놓았다며 박수치며 기뻐했을까. 예상대로 그 딸은 수시전형으로 유명 대학에 그것도 이과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 비법이 참으로 궁금할 따름이다. 지금 이 시간, 조국 후보자의 딸 소식을 접한 이 땅의 수험생들과 학부모들, 또 수많은 젊은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가 참으로 두렵고 또 두렵다.

조국 후보자는 이미 검찰에 고발돼 있다. 법무장관이 된다면 자신과 가족을 수사하는 검찰을 자신이 지휘하는 꼴이다. 어불성설이다. 그리고 조 후보자에 대한 논란은 문재인 정부 중반기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의 지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침 아베 정권에 분노한 의병들이 일어나 이 땅의 ‘들불’이 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조 후보자는 그런 국민의 자존심을 꺾어선 안 된다. 자칫 의병들의 죽창이 거꾸로 돌아설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조국 후보자가 빨리 사퇴하는 것이 옳다. 그 보다는 문 대통령이 먼저 ‘지명 철회’를 통해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는 것이 더 옳다. 내년 총선, 그리고 미국과 북한, 일본 등 사안이 매우 엄중하다. 지금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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