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학교 가기를 두려워하는 새학기 증후군을 앓는 교사가 많다. 심하면 개학 며칠 전부터 잠을 못자고 공황장애를 앓는다. 교사가 새학기 증후군을 앓을 정도로 학교 근무를 힘들게 하는 원인 1위가 학부모라고 한다. 비교적 어린 초임 교사는 학부모가 반말을 하거나, ‘전 학년 담임은 안 그랬는데…’ 라며 학급 운영에 시비를 거는 경우가 가장 힘들다고 하소연 한다. 부모가 교사를 존중하지 않으면 그 자녀는 절대로 교사를 존중하지 않는다.

한 학급이 50~60여명 있던 시절보다 지금 교사의 역할이 더 어렵다. 별나고 막무가내인 아이들 20여명이 럭비공 같이 어디로 튈지 몰라 늘 긴장한다. 이런 아이들의 부모 20여명을 상대하면서 교사는 아예 감정노동자가 됐다. 학부모의 퇴근 후 전화·카톡은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이다. 직장 상사가 퇴근 후 전화·카톡으로 업무 지시를 하면 갑질이라고 하면서 교사에게 퇴근 후 연락은 당연한 권리로 안다. 자기 자식에 대한 특별대우 요구뿐만 아니라 SNS를 통한 교사 뒷담화와 몇 명이 주도하는 단체 민원도 교사를 힘들게 한다.

요즘은 학교나 담임의 일에 무엇 하나 가볍게 넘어가지 않고 시빗거리를 찾으려고 눈에 불을 켜는 학부모가 많다. 자기 자녀는 무슨 짓을 해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하고, 다른 아이가 잘못하면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항의한다. 자신에게 유리하게 말하는 자녀의 말만 믿고 이성을 잃어 교사에게 항의하지만 교사가 잘못한 경우는 드물다. 부모가 늘 따지고 항의하고 조금도 손해 보지 않으려 싸우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이는 건 아동학대에 가깝다. 사회적 지탄을 받을 정도의 교사가 잘못한 경우를 제외하곤 99%는 학부모가 문제다. 교사는 다수 학생의 관점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공정하게 지도한다고 믿어야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하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과 행동, 인성을 그대로 물려받는다. 어릴 적 부모에게 잘못 배운 사고와 행동을 하는 아이를 교사가 바꾸기는 쉽지 않다. 요즘 부모는 자녀를 어릴 적부터 남의 손에 맡겨 길러 가정교육을 부모가 해야 한다는 의식부터 없는 경우가 많다. 가정교육이 제대로 안된 걸 학교나 교사 책임으로 돌리면 아이가 제대로 자랄 리 없다. 가정교육이 제대로 안된 아이들이 민폐 행동을 일삼다, 친구나 교사로부터 관심을 못 받으면 친구 탓, 학교 탓을 한다. 가정교육이 제대로 된 예의바르고 인성 좋은 착한 아이들은 어딜 가든 스스로 인정을 받는다.

아이들은 여러 모습을 갖고 산다. 부모 앞, 친구 앞, 교사 앞, SNS속 아이의 모습이 각자 다르다. 부모가 모르는 다른 모습으로 타인에게 보여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교사의 조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요즘 부모는 자녀의 문제를 최대한 완곡하게 돌려 말해도 칭찬이 아니면 들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교사가 무능하다’고 거짓 소문을 낸다. 자녀에 대한 칭찬만 듣기를 원하다 잘못을 가르칠 기회조차 놓치면 나중에 후회한다. 남의 눈엔 꽃이 아닌데 자기 눈에 꽃으로 보인다고 다 꽃으로 보는 줄 착각한다. 내 아이가 최고라 생각하는 건 아이의 건전한 인격형성에 큰 걸림돌이 된다.

무조건적으로 경쟁에서 이기도록 가르치기보다 타인에 대한 배려나 양보를 가르치는 것이 올바른 부모 역할이다. 사랑을 주어 키운 아이는 어디에 나가도 빛이 난다. 지금 아이들은 교사를 존경하고 무서워하고 다른 어른들에게 예의 바른 세대가 아니다. 부모의 역할을 먼저 하고 교사의 역할에 기대야 아이가 바르게 자란다. 가정에서 부모가 못 잡은 아이는 교사도 바꿀 수 없다. 좋은 교사를 만나 아이 인생이 바뀌는 시대는 지났다.

‘부모가 미치기 전에 개학해 다행’이라고 한다. 자녀 1명도 방학 때 돌보기 힘들어 미친다고 표현하는 학부모가, 1년 내내 수십명 아이들을 건사하는 교사를 존중하지 않는다. 교사의 권위가 사라지도록 교사 위에 군림하려는 학부모가 많아지면 자녀도 올바른 교육을 받을 기회가 사라져 피해자가 된다. 학부모의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는 어둡다.

사람의 인생은 가정교육으로 절반이상 결정된다. 특히 어머니의 사랑과 인성 교육이 아이의 인생을 결정짓는다고 해도 결코 과하지 않다. 엄마가 아이에게 사랑과 행복을 주기 위해서는 가정이 평화로워야 한다. 가정이 평화로우려면 남편의 아내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 부부의 사랑이 자녀에게 행복으로 전염되고 자연스럽게 가정교육이 된다. 아이의 모습이 곧 부모의 모습인 이유다. 부모는 아이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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