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125㎝부터 140㎝까지 귀여운 스타일 원하시면 연락 부탁드려요’ 리얼돌 광고를 하는 전단지가 곳곳에 보이기 시작한다. 최근 대법원이 리얼돌 수입을 허용한 판결을 내린 뒤 찬반이 엇갈리며 성대결 양상마저 보인다. 리얼돌을 반대하는 이들은 보수적인 관점에서 여성의 신체를 모방한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고 성에 대한 인식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어린이 형상이나 특정인의 얼굴을 한 리얼돌은 왜곡된 성적 판타지를 키울 수 있다며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리얼돌은 인간의 신체를 본뜬 특수고무 인형이다. 남성보다 여성의 신체를 본뜬 인형이 많아 여성의 성상품화 논란이 일고 있다. 리얼돌은 실리콘과 TPE(우레탄고무)로 주로 만들어지며 직접 만져보면 사람의 피부보다 부드럽다.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전형적인 섹스토이와는 분명 다른 모습과 시각적 효과로 새로운 성적 판타지를 줄건 분명하다.

문제는 개인의 성적인 즐거움을 충족시켜주는 도구에서 크게 발전돼 사람 형상의 모양으로 유통돼 맞춤제작까지 이어진다면 이에 따르는 부정적 영향과 제재할 형사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리얼돌을 반대하는 부류도 있지만, 찬성하는 이들도 있다. 다만 찬성하는 자들은 개인의 자유를 보장한 법적인 판결을 이해하지만 특정인을 본뜬 혹은 아이의 리얼돌 허용 여부에는 큰 이견을 보이고 있다.

타인의 신체 일부를 허가 없이 도용하거나 아이의 신체 형상을 한 리얼돌을 제작해 판매하는 것은 엄격하게 제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보다 먼저 리얼돌이 판매된 선진국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로봇 리얼돌 개발을 진행했다. 미국은 대화 기능과 가상현실을 적용한 모델도 등장했다. 프랑스도 리얼돌을 판매하거나 시간당으로 대여해주는 곳이 많다. ‘섹스 선진국’으로 불리는 일본은 심지어 어린이 형상의 제품이 생산·유통되고 있다.

리얼돌 수입을 허용한 대법원 판결까지 난 상황에 리얼돌의 사회적 유통과 판매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리얼돌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보다 앞으로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고민하고 받아들인 후 어떠한 시스템으로 걸러내고 사회적 금기인 소아성애 등 반사회적 행동이 나타나기 전 제도화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아동 리얼돌의 경우, 리얼돌 유통을 합법화하고 있는 미국, 유럽 등에서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도 대법원 판결이 난지 두 달이 지나서야 안이한 대응과 무책임의 단면을 보여주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리얼돌 얼굴을 제작해 초상권을 침해하는 등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행태를 예의주시하고 여성 인권침해, 아동·청소년 모형의 리얼돌 문제를 심사숙고해 행동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리얼돌을 둘러싼 논란 중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인 ‘리얼돌이 있으면 성폭력이 줄어든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성폭력 범죄자들은 리얼돌에 관심도 없다. 리얼돌을 찾는 이들은 성적 판타지를 가진 1인가구의 남성일 확률이 가장 높다. 범죄를 저지르고 싶지 않지만 자신이 가진 성적 판타지를 해소하고 은밀하게 베일에 가려진 채 성욕을 해소하고 싶은 자들이 가장 애용할 것이다. 성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섹스는 일방적인 행위가 아니라 상호적인 소통의 과정이다. 하지만 리얼돌을 사용하는 일에는 당연히 그런 소통이 없다고 주장한다. 리얼돌을 애용하는 소비자들은 동의하지 않을지 모른다. 리얼돌이 사람과 사물의 경계를 넘어 그들에게는 소중한 소통용 친구가 될 수도 있다. 리얼돌이 여성을 성 대상화한다는 고리타분한 사회적 관점을 넘어 이용하는 개인의 자유는 허용하되 어떤 성적 자유의 추구가 타인의 존엄을 침해할 정도로 확장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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