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모텔 손님을 살인하고 시신까지 훼손한 이른바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의 피의자 A(39, 모텔 종업원)씨가 18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A씨는 지난 8일 서울의 한 모텔에서 피해자를 둔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천지일보 2019.8.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모텔 손님을 살인하고 시신까지 훼손한 이른바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의 피의자 A(39, 모텔 종업원)씨가 18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A씨는 지난 8일 서울의 한 모텔에서 피해자를 둔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천지일보 2019.8.18

“돈 안 줘 홧김에 살해했다”

경찰 수사망 좁혀오자 자수

“다음 생애 그러면 또 죽어”

전문가 “부적응 등 복합작용”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한강에 사람의 몸통만 떠오른 엽기적인 살인행각이 드러난 가운데 피의자가 피해자에 대해 “다음 생애 또 그러면 또 죽는다”라는 말을 내뱉으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끔찍한 살인사건의 전말과 피의자의 범행 동기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8일이었다. 일명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의 피의자인 A(39)씨는 이날 서울 구로구 자신이 근무하는 한 숙박업소에서 B(32)씨를 둔기로 무참히 살해했다. A씨는 범행 과정에 대해 피해자가 머물던 방을 몰래 열쇠로 열고 들어가 B씨가 잠든 틈에 이 같은 범행을 벌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체를 수일 동안 모텔방에 방치하던 A씨는 B씨의 시신을 훼손했다. 이후 지난 12일 새벽 전기자전거를 이용해 왕복 1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오가며 한강에 시신을 유기했다.

B씨의 시신은 같은 날 오전 9시 15분께 고양시 한강 마곡철교 부근에서 몸통 부분만 발견됐다. 순찰을 돌던 한강사업본부 직원이 수면 위로 떠오른 시신을 발견한 것이다. 시신은 발견 당시 알몸 상태로, 시신 주변에서는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옷 등 유류품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경기도 고양시 마곡철교 인근에서 몸통만 남은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경찰은 살해된 뒤 유기된 것으로 보고 나머지 시신과 유류품을 3일째 수색하고 있다. 사진은 14일 마곡철교와 방화대교 일대의 모습. (출처: 연합뉴스)
지난 12일 경기도 고양시 마곡철교 인근에서 몸통만 남은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경찰은 살해된 뒤 유기된 것으로 보고 나머지 시신과 유류품을 3일째 수색하고 있다. 사진은 14일 마곡철교와 방화대교 일대의 모습. (출처: 연합뉴스)

시신 발견 직후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해 1차 소견을 받았으나, 훼손 정도가 심해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지난 16일 오전 10시 48분께 한강 행주대교 남단 500m 지점에서 B씨의 시신 일부로 추정되는 오른팔 부위가 담긴 검은 봉지가 발견됐다. 이때부터 수사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경찰은 오른손 지문 채취를 통해 피해자의 신원을 확인했고, 이어 지난 17일 오전 10시 45분께 한강 방화대교 남단에서 시신의 머리 부위를 발견했다.

A씨는 피해자 B씨의 시신 일부인 몸통 부위가 한강에서 처음 발견되고,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시신 일부가 발견된 시점으로부터 닷새 만인 지난 17일 오전 1시께 경찰에 범행을 자수했다.

◆피의자, 반성 기미 보이지 않아

A씨가 경찰 조사에서 밝힌 범행 동기는 “(피해자가) 숙박비도 안 주려고 하고 반말을 하며 기분 나쁘게 해서 홧김에 살해했다”였다. B씨와 시비가 붙었는데 그가 숙박비 4만원까지 주려고 하지 않자 화가 나서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모텔 손님을 살인하고 시신까지 훼손한 이른바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의 피의자 A(39, 모텔 종업원)씨가 18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A씨는 지난 8일 서울의 한 모텔에서 피해자를 둔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천지일보 2019.8.1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모텔 손님을 살인하고 시신까지 훼손한 이른바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의 피의자 A(39, 모텔 종업원)씨가 18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A씨는 지난 8일 서울의 한 모텔에서 피해자를 둔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천지일보 2019.8.18

경찰은 A씨가 근무한 모텔에서 범행 도구를 확보하고,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조사해 A씨의 범행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18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살인, 사체손괴·유기 등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재판부는 A씨가 살인을 저지른 뒤 사체를 손괴·은닉한 점이 있다고 보이며, 앞으로 폐쇄회로(CC)TV를 포맷하는 등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A씨의 수법 등이 매우 잔혹한 점으로 미뤄 다른 범행동기를 조사하고 있지만, 1차적으로 파악한 동기는 ‘적개심’이다. 적개심에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는 A씨는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앞서 그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할 당시 “(피해자가) 먼저 시비 걸고 주먹으로 쳤다”면서 “자세하게 말씀 못 드리는데 제가 다른 데로(모텔) 가라고 했는데도…”라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A씨는 심사를 마치고 나와서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다음 생애 또 그러면 너(피해자) 또 죽는다”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계속된 잔혹범죄… 대책 나와야”

경찰이 1차적인 범행동기로 파악한 A씨의 ‘적개심’은 무엇일까.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를 “적대적 행위에 대한 반격”이라고 설명했다. 상대방에 보인 공격적인 행위에 대한 일종의 반응적 공격성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A씨의 범행동기가 단순히 한 개인에 대한 ‘적개심’ 때문은 아니라고 봤다.

그는 “A씨는 손님이 숙박비를 지불하지 않은 데 따른 불만으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단순히 적개심을 느꼈다고 해서 사람이 모두 살인을 저지른다거나 살해 후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A씨는) B씨에 대한 적개심뿐 아니라 사회부적응, 정신적인 취약성, 세상에 대한 막연한 적개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범행했을 수 있다”며 “복합적인 상황 가운데 문제가 발생하자 (분노가) 폭발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PC방 살인사건’이었던 김성수 사건도, ‘안양 노래방 사건’도 다 마찬가지”라며 “잔혹한 범죄 전과가 있었던 사람도 아니고, 정신 병력도 심하지 않은 사람들에 의한 범죄가 계속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교수는 시신 훼손과 같은 잔혹한 범죄가 최근 ‘고유정 사건’에 이어 또 다시 발생한 것과 관련해 “시신훼손에 대해선 무기징역까지도 나올 수 있도록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며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할지라도 시신에는 절대 손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신을 훼손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인명경시’인 동시에 유가족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는 등 사회적인 해악이 큰 흉악 범죄”라며 “처벌 받는 것이 싫고, 발각되고 싶지 않아서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하는 이러한 범죄는 다신 일어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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