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지난해 6월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병역 의무와 관련해 병역법 제5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그 조항의 효력을 바로 없앨 경우 의무자들의 모든 병역 의무를 부과할 수 없게 되는 법적 공백을 피하기 위해 해당 조항의 개정 시한을 2019년 12월 31일로 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난 4월 정부 입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고, 현재 이 건과 관련된 의원입법을 합하면 10건 안팎의 법률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되고 있는 상태다.

우리사회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양심적 병역 거부’ 논란이 있어 왔으나 국방부에서는 양심적 병역 거부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8년 11월 1일 대법원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무죄를 인정한 첫 판결을 내린 후 국방부가 이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게 됐고, 헌재의 헌법불합치 판정 결정을 계기로 지난해 12월 28일 대체복무제 시행 방안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36개월 교정시설 합숙 근무’로 확정했던 것이다. 대체입법안 마련 과정에서 ‘양심적’ 또는 ‘종교적 병역거부’라는 용어에 논란이 따른다고 해 공식 용어를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로 결정하게 된 것이다.

그 명칭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이든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이든 간 논란이 따르는 건 사실이지만 문제는 국회에서 이 건에 대해 심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에서는 지난해 6월 28일부터 대체 입법이 마련될 때까지 해당자의 입영을 연기해주고 있는 실정인바, 지난달 말 기준으로 입영 연기원을 제출한 병역거부자는 모두 498명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전에 같은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자 919명은 고발돼 현재 재판 중에 있다.  

헌재의 병역법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정이후에도 우리사회에서 일부 층에서는 부정적 견해를 밝히기도 하지만 미국·영국·프랑스·이스라엘 등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 즉 개인의 양심에 반하여 집총병역을 강제받지 아니하는 권리를 헌법 또는 법률로 인정해 보장받고 있는 제도이다. 정부가 그런 관점 등을 감안해 국민여론을 듣고 정부 입장을 감안해 대체 입법을 만들었다고는 하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현역병의 복무기간의 배가 되는 36개월 복무와 교정시설 합숙 근무가 또 논란거리가 될 것은 자명하다. 현안이 산적돼 있어도 제 할 일 하지 않고 있는 국회가 언제 대체입법안을 다듬어 기한인 올해 말까지 처리할지 국민 관심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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