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항인치항(港人治港)은 1997년 7월 1일자로 홍콩이 중국에 반환 되면서 홍콩인과 세계를 안심시키기 위해 활용되고 있는 말이다. 일국양제(一國兩制)와 더불어 대륙정부가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었던 홍콩인 달래기 정치적 구호이다. 물론 지금도 표면적으로는 유효하다. 

문제는 홍콩시민의식은 세계 최고 수준의 민주의식을 갖고 있는데, 홍콩에서 태어나고 서구식 교육까지 다 받은 캐리람(林鄭月娥)을 위시한 현 홍콩집권세력의 꼭두각시 행태가 홍콩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기도 한다. 

급기야 지난 12일 홍콩국제공항이 전면 마비됐다. 홍콩에서 10분 거리 중국본토 선전에 군인을 이동시키는 트럭 500여대가 집결했다. 

미국 정보당국의 분석이 트럼프의 입을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금번 홍콩시위의 참가자는 200만명에 육박한다. 홍콩 전체인구의 27%나 된다. 간단히 볼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중국의 막강한 군사적 행동과 유사한 강제력을 동원해 진압한다면, 그 끝은 많은 사상자와 더불어 지울 수 없을 파국뿐이다. 1842년 아편전쟁으로 굴욕적 패배를 맛보았던 중국은 난징조약을 체결당하고 홍콩을 영국에 할양했다. 

홍콩은 155년 동안 영국과 거의 똑같은 체제가 유지 되고 최고의 도시국가 형태를 만들어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 반환된 후 고도의 자치를 초기에는 누렸고 맘껏 향유하고 있던 것이다.

홍콩 사람들에 의해 다스려지고 자치를 누리고 중국의 간섭은 전혀 없었다. 중국 중앙정부도 그렇게 약속을 지켰다. 

중국이 커지기 시작했다. 미국과 맞서는 나라가 되었다. 친중국계를 통해 원격조정을 하면서 홍콩을 요리했다. 그런데 뛰어난 민도를 무시하고 반민주적 정책들을 하나씩 강행하다보니 시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물론 그전에도 2003년 홍콩판 국가 보안법을 시작으로 시위가 있었다. 우리에게도 알려진 2014년 우산혁명, 2017년 홍콩 행정수반 직선제 허용 시위 등이 있다. 행정수반 직선제 실시는 2007년 약속 했던 것이다. 그것을 무시하고 간선제로 중국정부가 원하는 인사를 거의 임명했던 사건이다. 

이렇듯 대소의 시위들은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대학생 중심의 직접 행동들이 이어진 것은 처음이다. 범죄자 송환법이 계기였지만 그 이면에는 홍콩인들의 본토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중국인이지만 너희 대륙사람과 다르다. 일종의 선민의식이 있다.

대륙사람들은 홍콩 사람들이 잘 살지만, 그 한줌 밖에 안 되는 조그만 곳에 살면서 뻐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너희도 중국사람인데 이제는 대륙정부 말 잘 듣고 따라와야 하는 것이 아니냐? 라는 생각들이다. 본토 TV에는 홍콩공항에서 대륙사람이 맞는 모습과 폭력적 시위 장면을 편집해 계속 내 보낸다. 

일국양제가 용인되고 타 공간과, 다른 세계의 민주적 가치관을 많이 본 홍콩 사람들이다. 대륙과 정치적 이질감이 상존하고 있기에 문화적 정서적 반감도 비례적으로 양방이 존재한다. 

중국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홍콩의 무역과 금융에서, 가치 있는 세계 제일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밖 에 없다. 공산당에게는 홍콩이 보석이다. 

그런데 홍콩 시민들은 이제는 더 간섭하지 말라고 한다. 반면에 홍콩은 대륙 것이고 땅에 대한 욕심은 누구와도 뒤지지 않는 중국 공산당은 절대 양보 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타협하면서 장기적으로 가고 야금야금 긴 호흡으로 또 다른 100년을 내다보면서 완전히 화학적 복속하는 길을 선택 할 것이다. 미국과 영국이 있기에 함부로 쳐 들어가지는 못한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힘든 중국이다. 홍콩까지 논쟁 꺼리와 비판을 받는 소지를 남기기에는 아직 힘이 부족하다. 공산당은 생각한다. 그래 본토 땅이다. 화이부동(和而不同) 이 언뜻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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