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기본계획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지방대부터 붕괴될 것” 우려

“수도권大 정원감축 등 시급”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교육부가 앞으로 대학 입학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교수단체들이 “정책 실패의 책임을 대학에 떠넘기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민교협)는 16일 성명을 통해 “채찍 때리고 당근 주던 방식에서 당근을 먼저 던져주는 식으로 바꿨지만, 교육부가 대학이라는 말 위에 올라타고 재정과 정원이라는 두 칼로 통제하는 것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기본역량진단 참여를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것은 대학에 자율성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축적된 정책 실패의 책임을 개별 대학에 떠넘기려는 무책임”이라고 비판했다.

민교협은 “평가지표에서는 정원 충원율 비중이 높아지면서 ‘벚꽃 피는 순서로 망한다’는 대학의 불안이 더욱 현실화됐다”고 지적하면서 “지역대학부터 인문·사회학과는 축소·폐지되고 교육·연구 생태계는 파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도 성명을 내고 “교육부는 ‘대학의 자율 혁신을 통한 학부교육 개선 및 적정 규모화를 지향하겠다’며 마치 기존의 정부 주도 정원 감축 방향을 떠나서 대학의 ‘자율성’을 중시한 ‘대학평가의 새 시대’라도 열 듯 성대히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거창한 포장에 비하면 그 내용은 너무나도 초라하다”며 “긍정적인 변화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권역별 비율의 조정이나 각종 지표의 양적 조정만으로 위기에 몰린 대학 생태계 자체를 개선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교수노조는 “(이번 시안에서는) 서열화된 대학 생태계를 바로잡고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내용은 찾을 수가 없다”며 “개별 대학의 서열에만 맞춘 재정지원으로 대학 생태계는 각자도생의 장으로 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교육부는 ‘학생 충원율’의 배점을 무려 20점으로 대폭 확대하면서 대학이 스스로 적정 규모화하도록 유도하는 자율적 방안이라 주장한다”면서 “하지만 현재의 수도권 집중화, 지역불균등 발전이라는 현실 하에서 그 실제 효과가 지역대학 정원감축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설명했다.

교수노조는 “진단과 처방이 필요한 것은 개별 대학이 아니라 대학 생태계 그 자체”라며 “수도권 대학 정원 감축 유도, 공영형 사립대 육성, 국립대학 네트워크 구축, 고등교육 재정 확충, 대학 서열화 해소 근본적 대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도 성명을 내고 “충원율 지표 비중이 크게 높아져, 정원 감축을 강요하던 종전의 개혁과 본질에서 다를 바 없다”면서 “교수들이 본연의 업무보다 신입생 유치에 더 열심인 현실이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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