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국제공항에서 13일 2층 출국 홀을 점거한 시위대가 수하물 카트를 몰고와 출국 게이트 앞을 봉쇄한 가운데 한 공항 보안요원이 게이트 앞에서 뒷짐 지고 이를 보고 있다. (출처: 뉴시스)
홍콩 국제공항에서 13일 2층 출국 홀을 점거한 시위대가 수하물 카트를 몰고와 출국 게이트 앞을 봉쇄한 가운데 한 공항 보안요원이 게이트 앞에서 뒷짐 지고 이를 보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온유 객원기자] 홍콩 시위가 이제 11주차로 접어들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홍콩국제공항에서 점거 사태가 벌어진 이후 이번 주말에도 대규모 집회가 예고되며 홍콩시위대와 홍콩정부, 더 나아가 중국 본토간의 힘겨루기가 멈추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이번 사태에 중국 인민해방군을 홍콩 현지에 투입해 무력으로 홍콩시위를 저지할지 전 세계가 긴장하며 주목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이 9월 초 미·중 무역협상과 10월 1일 건국 70주년 행사 등을 앞두고 있어 이번 홍콩시위에 대한 대처에 깊은 고심을 하고 있다.

또한 더 나아가 미국과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경제의 균열이 커지고 있음을 느끼는 시진핑 주석이 홍콩 무력개입으로 홍콩과 중국에 투자하고 있는 수많은 기업들의 자금 이탈과 홍콩경제 붕괴,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들간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예상하며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그러나 홍콩 시위대의 홍콩국제공항 점거로 하루 20만 명 이상 승객들의 발이 묶이고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중국 정부가 더 이상 두고보지 않고 무력사태를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강경론도 예상되고 있다.

해외 언론들은 홍콩 시위대가 세계경제의 ‘블랙스완’(검은 백조)으로 주목되고 있다며 블랙스완은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홍콩의 상황이 크게 격동하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을 말한다.

이는 ‘아시아 금융 허브’인 홍콩에 중국이 무력을 투입하고 홍콩의 경제가 흔들리게 되면, 세계 경제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홍콩 시위는 미·중 무역전쟁보다 글로벌 금융 시장에 더 심각한 문제”라고 전했다.

이어 “중국 정부가 시위진입을 위해 인민해방군을 투입하면 이는 세계 자본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줄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미 자산운용사 누버거버먼의 펀드매니저 스티브 아이스먼은 “지금 ‘블랙스완’이 있다면 바로 홍콩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홍콩의 상황이 더 악화되면 세계 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BBC는 15일(현지시간) 홍콩의 시위가 과거 홍콩이 중국에 편입된 이후 폭력, 파업 등 현재 가장 격렬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홍콩시위대의 격한 행동에 분노하고 있으며, 중국이 인내심을 잃고 더욱 다양한 대처에 나설지 주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중국이 직접적으로 인민해방군을 투입하기보다는 홍콩정부의 요청이 들어온다면, 그때 무력을 투입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대부분의 정치 분석가들은 현재 중국의 상황에서 홍콩 시위대에 인민군을 투입하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홍콩 중문대 이반 초이 교수는 “이번 홍콩사태는 홍콩에 정치적으로 드라마틱한 변화와 경제환경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어떤 결말이든지 간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맥콰리대학교 중국 전문가인 아담 니 교수는 “홍콩에는 이미 5천명의 중국인민해방군이 상시 주둔해 있다. 이는 중국 통치 주권의 상징적 존재”라고 전했다. 또한 “중국 정부에서는 홍콩 시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인민군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며 경고했다”고 말했다.

미 연구기관 랜드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인민해방군들은 영국령이던 홍콩이 1997년 중국에 반환된 뒤 계속 머무르고 있다. 인민해방군의 홍콩 본부는 금융 업무지구에 자리 잡고 있으며, 병영 등의 군 시설 17여개가 도시 곳곳에 위치해 있다. 이외에도 홍콩과 마주보고 있는 중국 광둥성 선전에도 수천 명의 중국군이 주둔하고 있다.

인민해방군은 홍콩 기본법 14조에 따라 홍콩 행정부가 공공질서 유지나 재해 구호를 목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경우에만 나설 수 있다. 아직까지 홍콩 측은 단 한 차례도 이를 요구한 적이 없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 홍콩의 눈치를 다 보고 있다. 홍콩 시위에 중국이 간섭하는 부분을 지적하면서도 “내 친구 시진핑 주석이 잘 해결할 것으로 믿는다”며 아직 어느편에 서야할지 국제 정세를 주목하고 있다.

홍콩대학의 지난해 12월 조사를 살펴보면 홍콩 시민 대부분이 자신을 홍콩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15% 미만이었다. 특히, 세대가 어릴수록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3%에 불과했다.

홍콩에 거주하는 요가선생인 홍콩여성 앤지(35)는 “홍콩인들이 거세게 저항하는 이유는 중국이 결국 홍콩을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고 현재 유지되고 있는 시스템을 변화시키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며 “홍콩정부가 확실한 답을 내놓지 않으면 시위는 당분간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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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시 홍콩의 시위를 그냥 보고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판공실 양광 대변인은 지난 12일 “급진시위대가 경찰을 공격하는 것은 엄중한 범죄이자 테러의 시작”이라며 “홍콩은 중대한 순간에 이르렀다”고 경고했다.

홍콩인들은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후 점차 본토에 흡수돼가는 과정에서 자유를 희망하는 홍콩 사람들의 절규가 자리한다. 또한 중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덩샤오핑이 홍콩과 마카오, 대만 등을 끌어안기 위해 제시했던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며 홍콩인들은 두려워하고 있다.

BBC는 홍콩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은 2047년 만료되는데, 홍콩 시민은 이후 홍콩의 자치가 어떻게 될지 불안해하고 있다며 송환법이 통과되면 중국 정부의 홍콩 통치가 더욱 강해져, 홍콩이 다른 중국 도시와 똑같아질 것을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무력 투입 움직임이 단순히 겁을 주려는 건지 실제 결단을 내릴 건지 여전히 관측은 엇갈리고 있다.

중국 육군은 인민해방군이 선전에서 홍콩까지 10분이면 도달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선전 체육관에 군용 차량이 대거 집결해 있으며, 홍콩행정부의 요청이 들어오면 인민해방군은 홍콩 기본법 14조에 따라 공공질서 유지나 재해 구호를 목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경우 나설 수 있다.

선전의 스포츠 스타디움에는 15일 수천 명 규모의 중국 병력이 붉은 깃발을 흔들며 퍼레이드를 했다. 이 스타디움 안에는 장갑차도 있었으며 밖에는 트럭과 병력수송 차량 수십 대가 늘어섰다고 BBC는 전했다.

홍콩의 대규모 도심시위를 주도했던 민간인권전선은 오는 18일 빅토리아공원에서 센트럴차터로드까지 송환법 반대 및 경찰의 강경진압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와 행진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주최 측이 30만명 이상의 대규모 시위를 예고한 가운데 이날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여부, 더 나아가 인민해방군이 투입될지 이번 홍콩사태에 가장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무원 자문을 맡은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중국이 군대를 투입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홍콩 경찰은 점차 대응수위를 높일 것이며, 그들은 아직 모든 수단을 다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국 베이징대의 국제정치전문가 왕융도 “중국 정부는 미국 내 강경파에 ‘탄약’을 주지 않도록 이번 사태를 신중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며 “홍콩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경우 미국과의 무역협상 타결 전망은 물 건너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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