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월 15일이면 일본은 종전74주년 추도식을 연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과거를 돌아보며 ‘깊은 반성’을 한다고 했다. 더불어 두 번의 전쟁의 참화가 반복돼서는 안 되길 간절히 원한다며 세계 평화와 일본의 발전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나루히토 일왕의 ‘깊은 반성’이라는 표현은 부친 아키히토 일왕의 견해를 계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아베 신조 총리는 이날 기념사에서 일제 침략전쟁으로 큰 고통을 겪은 아시아 주변국들에 대한 가해자로서 책임을 시사하는 언급은 일절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74주년 광복절은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아베 총리가 저지른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인해 일어난 반일감정이 우리 국민을 똘똘 뭉치게 했다. 이번 일본 경제보복의 발단이 강제동원에 대한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이었던 만큼 강제동원피해자들도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모 TV 프로그램에서 13살에 일본의 한 베어링 작업장에 끌려간 강제동원피해자는 작업장에서 손가락이 잘리자 일본 감독관이 잘린 손가락으로 공기놀이하듯 ‘손가락이 크다 크다’하면서 놀렸다는 충격적 증언을 했다. 강제 노역에 임금도 제대로 못 받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자신이 강제동원 피해자라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살았다는 피해자의 증언은 같은 국민으로써 미안하고 참담함을 느끼게 했다.
이처럼 한 많은 생을 보낸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이런 상황에도 일본 편을 드는 사람들이 너무 밉다는 것이다. 실제 ‘아베 총리에게 사죄하라’며 시위를 한 주모씨는 국민적 공분을 사 고발당했다.
우리 정부가 벌써 했어야 할 일을 너무 늦게 하려다보니 부작용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차피 싸워야 한다면 이번에는 반드시 되갚아줘야 한다는 게 대다수 국민의 심정이다. 국민의 억울함을 대변해주는 대통령과 정부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다만 그것이 인기유지를 위한 여론몰이 도구나 총선용 정치쇼가 아닌 진심어린 공감과 의무감이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