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속 정치이야기] 과잉포장(過剩包裝)
[고전 속 정치이야기] 과잉포장(過剩包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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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오스트리아 건축가 로사는 ‘장식과 죄악’에서 지나친 장식은 노동력과 돈과 재료를 낭비하는 죄악이며, 문화적 진보는 실용품에서 장식을 제거한다는 말과 동의어라고 지적했다. 제품을 설계할 때 미적인 요소에만 관심을 기울이면 가식적이고 허망한 제품을 만들 가능성이 높으므로 설계자는 자신이 예술가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다른 기능주의운동의 대표적인 인물은 ‘적은 것이 많은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적은 것으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불필요하다. 묵자도 같은 생각을 했다.

묵자와 2천년 후 서양의 기능주의 설계가들을 비교하는 것은 견강부회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주장하는 핵심이 매우 유사하며, 이러한 극단적인 기능주의 설계관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각종 폐단에 대한 강력한 저항의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물질적 상품이 범람하는 오늘날은 더욱 호화롭게 포장을 해야 소비자들의 시선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인들이 즐기는 월병과 차의 호화로운 포장은 내용물의 실용적 가치를 훨씬 초과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사온 차를 사례로 들어보자. 맨 바깥은 종이로 만든 화려한 봉투로 포장한다. 그 안에는 장방형의 나무로 만든 상자가 있다. 상자 안에는 황금빛이 감도는 양철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작은 통이 있다. 통 안에도 여러 가지 재료로 만든 작은 봉투가 있고, 거기에 차가 들어 있다. 우리가 우려서 마실 차는 고작 100g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포장의 무게는 200g이 넘는다.

포장의 원래 목적은 상품을 신선하고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상품의 외부 디자인은 부수적일 뿐이다. 그러나 포장이 화려할수록 상품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마케팅적 관념 때문에 날이 갈수록 포장은 화려해지고 사치스럽게 변한다. 포장에 드는 비용 때문에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포장의 낭비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아는 사람은 놀라고 만다. 통계에 따르면 매년 중국에서 생산되는 속옷은 약 12억 건이라고 한다. 포장용 상자를 만들 때 사용되는 종이만 24만t에 달하고, 그것을 만드느라고 168만 그루의 나무를 잘라야 한다. 월병을 담기 위해서는 1천만개의 종이상자가 필요하고, 그것을 만들기 위해 직경 10Cm 이상의 나무 600만 그루를 잘라야 한다. 속옷과 월병 2종류의 상품을 포장하기 위해 소요되는 자원이 얼마나 많이 낭비되는지를 알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보도에 따르면 북경시에서 매년 각종 상품을 포장하기 위해 사용되는 물자가 83만t이나 되고, 그 가운데 60만t은 절약이 가능한 과대 포장이라고 한다.

서양의 기능주의 설계사상은 도덕적 사회를 만들겠다는 일념이 꽃으로 피어난 결과이다. 부패를 극복한 선진국가의 각종 디자인에서는 단순한 것 같지만 순수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이들의 사상은 여러 기업에 영향을 미쳤다. 신뢰받은 일류기업은 상품을 포장할 때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혜택과 아울러 환경을 보호한다는 목표를 미리 설정한다. 선진국의 기업과 소비자는 이미 상품의 포장에 이러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정부와 의회는 이러한 원칙을 입법화하고, 구체적인 표준을 마련한다. 기업도 이러한 원칙을 준수해야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추세가 더욱 발전하여 드디어 포장을 최소화한다는 나라가 등장했다. 1995년, 일본은 용기와 포장에 대한 재활용법을 반포했다. 용기와 포장용품을 생산하는 기업과 그것을 이용하는 기업은 생산량과 유통량을 감안하여 일정한 처리비용을 부담한다는 내용이다. 이 자금으로 다른 공업원료를 생산하는 새로운 경제순환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절검에 신경을 쓰는 기업을 발견하기 어렵다. 밉지만 일본에게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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