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간혹 국회에 간다. 이런 저런 일로 국회 안에서 기자회견을 하기도 하고 주거나 안전 문제로 의원실을 찾아가기도 한다. 때로 토론회 참여하러 가기도 한다. 지붕이 돔 형태로 되어 있는 건물이 국회 본관이다. 국회 본관을 갈 때마다 기분이 별로 안 좋다. 이승만 동상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승만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분단에 앞장서고 제주도에서 여수와 순천에서 그리고 또 다른 많은 곳에서 그리고 한국전쟁 때 국민을 대규모로 학살하고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학생과 시민들에게 발포를 해 186명에 이르는 사람을 살육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집권욕을 위해 스스로 만든 헌법을 스스로 어긴 헌법 파괴자라는 것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부패가 만연한 정권이었다는 걸 부정해선 안 된다. 정권을 위해서 사건을 조작하고 조봉암, 최능진 같은 정적을 죽이는 잔혹한 반인권범죄자였다는 걸 부정해서는 안 된다.

온 정성을 다해 자국민을 살피는 게 대통령의 할 일이다.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게 대통령이다. 이승만은 국민의 생명을 파리 목숨 대하듯 했다. 그런 사람을 기려서는 나라를 똑바로 세울 수 없고 사회정의를 세울 수 없다.

1956년 광복절 날 이승만 동상이 남산 위에 위용을 드러냈다. 이승만 동상이 자리 잡은 곳은 일본 제국주의가 만든 조선 신궁이 있던 자리다. 대지 면적이 3000평이고 좌대 면적만 270평이었다. 제작비용은 2억 656만 환이다. 동상은 이승만의 80회를 기념해 81척(약 24미터) 높이로 제작됐다. 새로운 전진의 첫 걸음을 뜻한다는 거였다.

동상이 모습을 드러난 날은 휴전 이후 2년 밖에 안 되는 시점이다. 얼마나 민생이 어려웠겠는가. 이런 때 살아있는 사람의 거대한 동상이라니. 또 그 날은 3선 개헌으로 3대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는 날이었다. 무슨 의미가 담겨 있을까? 종신 독재를 기념이라도 하려는 것이었을까?

거대한 이승만 동상은 오래 가지 못했다. 1960년 4월에 혁명이 터져 나왔고 이승만은 결국 하야하고 망명길에 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4.19혁명에 참여했던 시민들은 탑골공원에 있던 이승만 동상을 끌어내리고 곧바로 남산으로 달려갔다. 워낙 거대해서 사람의 힘으로 끌어내릴 수가 없었다. 장면 정부가 들어선 이후 행정기관이 나서서 해체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4.19혁명을 계승한다고 적혀 있다. 4.19혁명은 이승만 정권을 붕괴시켰다. 4월 혁명 정신에 비추어 볼 때 민주주의의 파괴자이자 민주공화국 파괴자였고 국민을 학살한 사람을 기리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국회는 이승만 동상이 있어서는 안 되는 자리이다. 국민 세금으로 지은 건물에 학살자의 동상이라니. 더욱이 민의의 전당이 되어야 할 국회에 독재자의 동상이라니. 유족 또는 개인이 자신의 집에 작은 동상 모형을 만들어 놓고 아무도 몰래 숭배하는 건 자유지만 국민의 세금을 들여 지은 공공 시설물에 독재자이자 학살자의 동상이 있어서야 어찌 온전한 나라라 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역사정의가 설 수 있겠는가?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들에게 무어라 할 것인가?

황교안 대표는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국민담화문이라는 걸 발표했다. 여기서 정견 발표의 형식에 대해서 시비할 생각은 없다. 충격적인 건 담화의 장소다. 왜 하필 독재해서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국민을 학살해 지금까지도 유족에게 피눈물 흘리게 만들고 국민을 학살하다 쫓겨난 인물의 동상 앞에서 담화를 발표하나? 한국당과 극우세력, 일부 보수세력이 이승만을 숭배하는 건 잘 알려져 있다. 이승만이 인권을 짓밟고 민주주의를 무너트린 건 생각안하고 건국대통령이라면서 떠받들고 있다. 자신의 뿌리가 이승만이라고 해도 이승만이 저지른 죄과는 객관적으로 평가해야한다. 이승만이 저지른 범죄는 너무나 커서 어떤 공으로도 덮을 수 없다. 황 대표는 담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하고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특단의 대응을 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앞으로 자신도 변화를 모색할 것처럼 말했다. 한국당과 황 대표가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이 문제되는 시점에 있다. 가장 큰 변화가 필요한 분야는 역사 정의이다.

이승만 같은 인물을 숭배하고 떠받들어서는 미래가 열릴 수 없다.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정책대전환을 외치기 전에 황 대표 자신부터 그리고 자신이 속한 정당부터 정책 대전환을 이루어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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