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에 출품됐다가 전시가 중단된 김운성 김서경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 (출처: 연합뉴스)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에 출품됐다가 전시가 중단된 김운성 김서경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 (출처: 연합뉴스)

내년 바르셀로나 자유미술관에 전시 예정

[천지일보=이솜 기자] 정치개입과 극우세력의 협박으로 인해 일본의 대형 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가 전시를 중단한 ‘평화의 소녀상’을 스페인의 영화 제작자가 매입했다고 스페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 제작자는 자신이 내년에 바르셀로나에 설립하는 ‘자유 미술관’에 소녀상을 전시할 계획이다.

14일(현지시간) EFE 통신과 푸블리코 등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 주로 활동하는 영화제작자이자 독립언론인 탓소 베넷 씨가 최근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 측이 전시를 중단한 ‘평화의 소녀상’을 사들였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 작품은 김운성·김서경 작가의 조각 작품으로 작가들이 2015년 일본 시민들에게 맡긴 것이다.

이 소녀상은 서울의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과 같은 모습의 작품으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서 전시됐다가 일본 극우세력의 협박과 일본 정부의 압력으로 인해 전시가 중단됐다.

탓소 베넷은 EFE통신과 인터뷰에서 “예술작품이 검열을 당했다는 사실 뿐만이 아니라 검열에 반대하는 내용의 전시도 끝났기 때문에 이는 이중적인 모순”이라며 “소녀상이 전시에서 제외됐다는 얘기를 듣고 작가들과 접촉해 작품을 매입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다른 나라들의 상황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 뒤부터 전 세계에서 (검열과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작품들을 사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넷은 평화의 소녀상을 사비를 털어 바르셀로나에서 내년 개관을 계획 중인 ‘자유 미술관’에 전시할 예정이다.

그는 평화의 소녀상 외에도 중국의 유명한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가 레고 블럭으로 만든 작품, 미국의 화가 일마 고어가 그린 도널드 트럼프의 인물화 등을 사들였다.

모두 예술에 대한 검열에 저항하는 작품들로 자신이 설립하는 미술관에 전시할 예정이다.

아이웨이웨이의 작품들은 중국에서 전시가 전면 금지됐으며, 일마 고어는 트럼프의 누드 그림으로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뒤 살해 협박에 직면하고 거리에서 트럼프 지지자에게 폭행을 당한 바 있다.

베넷은 이 밖에도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분리독립을 추진하다 기소돼 감옥에 간 카탈루냐 정치인들의 초상 사진들도 자유 미술관에 전시할 계획이다.

한편 베넷은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으로 독립언론인과 영화 제작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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