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73주년 광복절인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참석자들이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73주년 광복절인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참석자들이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8.15

원폭 투하 후 日 항복 선언

광복절, 일본에서 해방 기념

‘청구권협정’ 한일국교정상화

강제동원 피해자들 손배소송

대법원, 원고 승소 최종판결

일본, 한국대사에 강력 항의

역사학자 “역사청산의 문제”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일본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해 국권을 회복한 8.15광복 74주년을 맞았다. 암흑 같은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돼 ‘빛(光)을 회복한(復) 날(節)’이라고 해서 ‘광복절’이라고 부르는 8월 15일을 맞았지만, 한국은 현재 일본과 ‘경제전쟁’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싸움을 진행 중이다. 본지는 역사적으로 광복절은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또 이번 경제전쟁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살펴봤다.

◆일본 항복으로 광복(光復) 맞아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5년 8월 6일 미국은 역사상 최초로 원자폭탄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했다. 이어 3일 뒤에는 일본 나가사키에 두 번째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막심한 피해를 목격한 일본천황은 8월 10일 연합군 측에 무조건 항복 의사를 전달했다.

이후 일왕 히로히토는 1945년 8월 15일 정오 ‘종전조서’를 낭독하면서 항복을 선언했다. 일본의 항복으로 국권을 회복하게 되자 한반도 곳곳에서는 태극기를 든 사람들이 나와 광복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처럼 광복절은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날로서 1949년 10월 1일에 제정된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국경일로 제정됐다.

제74주년 광복절 기념 ‘역사 속의 태극기’ 기념우표 (제공: 우정사업본부) ⓒ천지일보 2019.8.13
제74주년 광복절 기념 ‘역사 속의 태극기’ 기념우표 (제공: 우정사업본부) ⓒ천지일보 2019.8.13

◆日수출규제 배경된 ‘강제동원 배상 판결’

최근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에 들어가고 심지어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도 제외하는 등 공격에 나선 배경에는 ‘일제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불만이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방 이후 시간이 흘러 1965년 6월 22일 한국과 일본은 국교정상화를 하면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한일기본조약)’을 체결한다.

이 조약에는 ‘청구권·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청구권협정)’ ‘재일교포의 법적지위와 대우에 관한 협정’ ‘어업에 관한 협정’ ‘문화재·문화협력에 관한 협정’ 등 4개의 부속 협정이 담겼다.

앞서 일제강점기 일제는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해 조선인들을 강제로 노동에 동원했고, 동원된 이들은 주로 탄광·금속광산·토건공사·군수공장 등에서 가혹한 노동조건 밑에 혹사당했다. 이러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해방 후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30일 2014년 사망한 여운택 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30일 2014년 사망한 여운택 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소송 제기 후 13년 8개월 만에 피해자들의 승소로 마무리됐다. 사진은 일본 탄광 강제징용 피해자 조선인들. (출처: 연합뉴스)

1997년 12월 고된 노역생활을 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일본제철(당시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일본 오사카 지방재판소에 ‘강제동원 피해 보상 및 임금 배상’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003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1965년 한국과 일본 양국이 맺은 ‘청구권협정’에 의해 개인에게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2005년 2월 일본제철을 상대로 이번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에서는 일본 재판의 효력이 인정된다는 판결을 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2년 5월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했다. 이후 2013년 서울고등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 1인당 1억원씩을 지급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3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30

◆대법원, 원고 승소 최종 판결 결론

일본 기업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사건은 다시 대법원으로 넘어가 5년 2개월이 지난 2018년 10월 30일 원고 승소 최종 판결로 결론이 났다. 대법원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전범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 이 같은 판결을 확정했으며,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일본 기업의 불법행위를 전제로 한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대상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이를 토대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판결을 위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승소 판결을 받고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3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판결을 위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승소 판결을 받고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10.30

또 대법원은 2003년 일본 법원의 판결에 대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으로 보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 가치와 정면충돌한다”면서 국내에서 효력을 갖지 못한다고 봤다.

청구권의 소멸시효(10년)가 지났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피해자들이 소를 제기한 2005년 2월까지 한국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1965년 이전까지 한일 국교가 단절됐었고, 국교 정상화 이후에도 협정 관련 문서가 제공되지 않아 피해자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日 “韓, 국제법 위반” 주장하며 반발

문제는 일본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일본 정부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주일 한국대사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 또한 일본은 국제법에서 볼 때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된 문제를 번복했다면서 크게 반발했다.

아베 정부는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외무대신 담화문을 통해 “대한민국 대법원의 판결은 일한청구권협정 제2조에 명백히 반하며, 1965년의 국교정상화 이래 구축해온 일한 우호협력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으로부터 뒤집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일 일본 국회에서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 “한국 측에 적절히 대응하도록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기존 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출처: 일본 총리실 홈페이지)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일 일본 국회에서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해 “한국 측에 적절히 대응하도록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기존 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출처: 일본 총리실 홈페이지)

또한 “일본으로서는 대한민국이 즉각 국제법 위반의 상태를 시정하는 것을 포함해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며 “즉각 적절한 조치가 강구되지 않는 경우 국제재판(이나 대항조치)를 포함해 모든 선택을 고려하며 의연한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 외교부는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으나 일본은 지난 6월 “국제법 위반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므로 일본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제안을 거절했다.

이어 지난 7월에는 외무대신이 한국대사와 마주 앉은 자리에서 “한국 측의 제안은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이전에 한국 측에 전달했다”며 “그걸 모르는 척하면서 제안하는 것은 극히 무례하다”는 발언까지 했다.

[천지일보 김천=원민음 기자] 2일 일본의 아베 총리가 한국 대법원의 일본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백색 국가(수출우대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 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한 가운데 김천역 대합실에서 한 시민이 관련된 뉴스를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8.3
[천지일보 김천=원민음 기자] 2일 일본의 아베 총리가 한국 대법원의 일본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백색 국가(수출우대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 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한 가운데 김천역 대합실에서 한 시민이 관련된 뉴스를 보고 있다. ⓒ천지일보 2019.8.3

◆“역사청산 부재 영향… 강한 성찰 필요”

일본의 경제공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광복절을 맞은 가운데 역사학자는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은 크게 보면 역사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지금은 국민의 강한 역사적 성찰과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윤경로 한성대 역사문화학부 명예교수는 천지일보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일본과의 경제적 대립 문제는 크게 보면 모두 역사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에 발생한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해방·독립은 순수 우리의 힘과 역량으로만 이룬 것이 아니었고 그 여파가 지금까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인 김한수 어르신이 12일 용산역 광장에 건립한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보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7.8.12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인 김한수 어르신이 12일 용산역 광장에 건립한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보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천지일보 2017.8.12

이어 그는 “8.15광복절을 맞았다고 해서 ‘광복했다’는 점에 너무 도취되거나 기념만 할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나라가 해방은 됐지만 진정한 자주 독립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현재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교수는 이번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각해봐야 할 두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먼저 자주 독립을 위해 4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오래토록 일제와 싸웠던 독립투사들이 진정으로 꿈꿨던 나라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며 “과연 그분들이 원했던 나라가 형제 간 총을 들이대면서 민족이 분단된 모습이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중근의사. (제공: 부산 남구청) ⓒ천지일보 2019.2.1
안중근의사. (제공: 부산 남구청) ⓒ천지일보 2019.2.1

이어 “민족이 분단된 현실을 보면서 통탄해할 그분들의 뜻을 생각한다면 어떻게 해서든 분단된 남북의 문제를 큰 인내심을 갖고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한 가지 생각해볼 점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놓고 보면 일본이 저렇게 나오는 것은 결국 우리나라의 국력이 약하고, 일본보다 경제력이 약하고 또 과거의 역학관계를 우리 스스로 해결하지 못했던 것이 쌓였기 때문”이라며 “이에 대한 강한 성찰과 반성이 온 국민적으로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여론을 수렴하고 남북문제든 북미문제든 한일경제문제든 지혜롭게 풀어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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