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일본수출규제대책 민관정 협의회. (출처: 뉴시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일본수출규제대책 민관정 협의회. (출처: 뉴시스)

일본 수출규제대책 민관정 협의회, 2차 회의 진행

김주영 “일본경제보복 대응 자세 과거와 달라야”

손경식 “R&D와 기술 부문서 법적·행정적 지원”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정부의 일본 수출규제 대응 방안 중 하나인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검토하는 것을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극명한 입장차를 보였다.

일본 수출규제대책 민관정 협의회는 14일 오후 국회에서 2차 회의를 개최하고 일본 수출 규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지난 1차 회의에 불참한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참석했다. 다만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이번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최근 여당에서 발의한 주 52시간 근로제 유예 법안에 대해 “일부 여당 의원들은 제대로 시행되지도 않은 주 52시간제도를 유예해달라는 법안을 제출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영계의 제도개선 요구는 주로 노동조건, 산업안전, 기본권, 생명권, 안전하게 살 권리와 직결된 부분”이라며 “기업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이를 훼손한다고 일본의 경제보복 위기가 극복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최대피해자는 성실하게 일하던 노동자였다”고 지적하며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응하는 우리 자세가 과거와는 전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다시금 노동자의 일반적인 희생과 양보만으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면 한국 사회는 회복 불능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 발표한 정부의 종합 대응 계획에는 ▲화학물질 취급시설 신·증설 시 인허가 기간 단축 ▲신규 화학물질의 신속 출시지원 ▲특별연장근로의 인가와 지정 근로 선택 확대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이번 기회를 맞아 경영계 일부에서는 규제 완화를 핑계로 근로시간과 산업안전 장치와 관련해 노동자 보호 정책을 일부 제거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일본수출규제대책 민관정 협의회에서 발언하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출처: 연합뉴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일본수출규제대책 민관정 협의회에서 발언하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출처: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이번 정부 대응이 노동 기본권 훼손과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한국 사회는 더 큰 혼란과 분열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라며 “한국노총은 산업별 현장 실태 파악과 종합적 대응 기구를 구성해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일본 노총과 국제 노동자 기구와의 연대 활동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연합회 회장을 포함한 경영계는 일본의 기술을 앞서기 위해 근로시간의 유연성과 환경 규제 완화 등에 법적·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모든 기술은 단기간에 개발할 수 없고 생산성과 효율성, 국제적 분업 원리에 따라 강구해야 한다”면서 정부에 “R&D와 기술 부문에서 일본보다 불리하지 않도록 법적·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에 대해 경총은 구체적인 건의 사항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9월 1일 개회하는 ‘한일축제 한마당’의 위원장을 맡았는데 일본 측도 의원 참석 추진 등 성의를 보이고 있다. 우리도 국회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주길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9월 24일 한일경제인 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하는데 양국 간 갈등 국면에서도 상호 협력적인 관계도 지속할 수 있도록 민관정이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도 “현장의 중소·중견기업들도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평가한다”면서도 “그러나 R&D 인력의 근로시간, 화학 관련 규정의 유연한 적용이 없이는 국산화가 어렵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이번 기회에 우리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국회와 각계각층의 지원을 부탁한다”고 촉구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본 수출규제 조치로 인한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 혹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즉각 지원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소재·부품·장비의 자립화가 절대로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전담 논의기구를 가동하고 대·중소기업 상생 생태계 구축 등을 철저히 이행하고 점검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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