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구, 수평적 공존이 이루어지는 공생의 세계
[기고] 지구, 수평적 공존이 이루어지는 공생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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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전 동의대 철학과 외래교수

ⓒ천지일보 2019.8.14

인간이든 멧돼지든 돌멩이든 생태계의 모든 구성 요소는 ‘상호의존적 관계’이며 ‘다양성’과 ‘차이’가 이러한 ‘관계’를 유지하는 핵심 원리가 된다.

그런데 생태계의 핵심적인 원리인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형상이 다름 아닌 그물이다. 그물이 생태적 관계를 표상하기 때문이다.

생태계는 거대한 하나의 그물망이다.

생명의 세계는 그물 속에 있는 수많은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 한때 이 그물망을 피라미드처럼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그것은 틀렸다.

생태계에는 위도 아래도 없다. 거기에는 어떤 계급적 층위도 존재하지 않는다. 생태계에는 수많은 고리들이 수평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망이 존재할 따름이다. 따라서 생태계는 수평적 공존이 이루어지는 ‘공생’의 세계이다.

생태계의 또 하나의 원리는 ‘순환과 소통’이다.

순환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것이 ‘소통’이다. 통해야 흐를 수 있고 통하기 위해서는 열려 있어야 한다. 그리고 통하고 흘러야 순환이다. 통하지 않고 막히면 썩고 병든다. 썩고 병들면 생명이 아니라 죽음이다.

생명은 일종의 소통이고 순환이다. 온난화 현상이나 해수면 상승 등은 모두 순환 부작용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생태계의 원리는 관계와 순환이고 그 구조는 그물이다.

이 세상의 모든 생물은 아니 모든 사물은 서로 연결돼 있으며 상호의존적이다. 그래서 생태학을 ‘지구 가족에 관한 연구’라고 말한다.

지구 가족은 수십억 년에 걸친 진화의 과정에서 무수한 종들이 마치 그물처럼 짜져 있는 거대한 ‘생명의 망(fabric of life)’이다.

생명의 망은 마치 다중으로 창조된 하나의 거대한 생물과도 같다. 그러므로 전체를 이루고 있는 각 세포는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총체적인 통일성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유기적·총체적 통일성에서 볼 때, 생태적으로 ‘좋은 것’ 혹은 ‘건강한 것’은 그 그물이 ‘동역학적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고 ‘나쁜 것’ 혹은 ‘병적인 것’은 그 균형이 무너지는 것이다.

여기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그물코들이 잘 연결돼 있다는 것이고 그것이 동역학적이라 함은 각 그물코가 스스로 생명력을 발휘하면서 전체 생명을 생성·유지해 가기 때문이다.

생태의 선은 관계의 선이다. 나에게 좋은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좋은 것이다. 따라서 생태적 선은 그 속에 이미 조화를 함축한다. 조화가 없고서는 관계의 선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생태적 선은 곧 생태적 조화이다. 생태의 그물망을 형성하고 있는 그물코들이 안과 밖, 상하좌우로 잘 연결된 동역학적 균형이야말로 최상의 조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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