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여성불교개발원 원장 이은영 교수

 

▲ 前 여성불교개발원 원장 이은영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자아를 발견하여 지상낙원을 이룩하자’라는 말씀을 보는 순간 가슴이 찡했습니다.”

불교계 여성 사회단체로는 유일한 ‘불교여성개발원’이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불교계 내에서 여성불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나름 한계가 있으며, 더욱이 사회에서의 역할이란 기대하기 어려웠던 것이 현실이었다. 이런 환경에서도 불교여성개발원은 10년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서도 놀라운 발전을 거듭했다. 그 발전의 한 가운데 이은영 교수가 있었다.

이 교수는 현실참여형 법학자로서 사회정의를 위해 여성 환경 노동 소비자 부패추방 환경 언론 등 여러 부문에 걸쳐 시민운동을 했으며 또 법대 교수로서 후진양성을 위해 헌신 노력해 왔다. 이러한 열성과 전문성이 바탕이 된 이 교수는 제17대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4년간의 활발한 의정활동을 통해 배운 조직구성·조직관리·인재양성에 관한 노하우를 불교여성개발원 원장으로 취임한 2008년부터 적용시켜 나갔다. 그 결과 불교여성개발원은 불교계는 물론 사회 각계각층에 부처님의 자비를 크게 실천할 수 있었다. 이은영 교수를 만나 불교여성개발원 원장으로서 2년간의 활동을 되돌아보고 그의 불교이야기와 인생철학을 들어봤다.

이 교수를 만나기 위해 그의 자택을 방문했다. 거실을 들어서 보니 살림살이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순간 이 교수가 소박·검소하고 깔끔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따뜻한 국산차를 내온 이 교수는 이내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불교와의 인연, 대원정사의 큰 간판
이 교수가 불교와 인연이 된 것은 서울법대 4학년 졸업 무렵이다. 졸업을 앞둔 그는 사법시험을 치를 것인지 아니면 독일 유학을 떠나 학자의 길을 갈 것인가를 놓고 고민이 심했다. 또한 청년시절의 회의·절망 같은 것들을 느끼고 있었다. 이 교수의 집은 남산 밑자락에 있었다. 머리를 식힐 겸 집 옥상에 올라갔을 때 그는 남산에 있는 현대적 사찰인 ‘대원정사’를 발견했다. 대원정사는 큰 간판을 달았는데 거기에는 ‘자아를 발견하여 지상낙원을 이룩하자’라고 쓰여 있었다.

이 교수는 그것을 보는 순간 “당시 학교생활도 힘들고 진로를 찾기도 쉽지 않으며 사회에서 여성의 벽도 높은데 내가 찾으려는 자아는 어디 있으며 참 자아는 무엇인가? 이런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던 나에게 그 말씀이 다가왔습니다”라며 가슴이 찡했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이 교수의 주된 관심사는 사회였고 이 사회를 좀 더 밝고 풍요롭게 하는 것이 그의 목표였는데 ‘지상의 낙원을 이룩하자’는 일상생활 속에서 평안을 찾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자는 그 메시지가 매우 좋았었다고 했다.

그는 “소외되거나 빈곤하고, 또 마음의 절망으로 자살하려는 그런 사람들을 위로하고 마음을 나누려는 따뜻함이 제 마음속에 있었기에 ‘지상에 낙원을 이룩하자’라는 말씀이 내 마음을 감동시킨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남산 기슭에 있는 대원정사를 찾아갔다. 대원정사의 스님은 의외로 그를 친절하게 대해주고 불교에 관한 이야기를 한 시간 이상 해주면서 ‘야간불교대학’ 입학을 권유했다고 한다. 유학자 집안의 부모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또 불교공부를 하겠다는 것을 차마 말할 수 없어 이 교수는 몰래 불교대학에서 불교 공부했다.

이은영 교수는 한국교수불자연합회 창립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불자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이 교수는 “제가 불자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핍박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너 같은 현대적인 여성이 왜 고리타분한 곳에 빠졌느냐’는 소리를 듣게 됐고, 유학파 대부분은 개신교인입니다. 그들이 저에 대해 이상한 눈빛을 보냈습니다. 정치할 때도 목사님 신도들에게 인사를 드렸는데 그들은 저를 적대시했으며 또한 저에게 개신교로 개종하라는 강요를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개신교인들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

오빠·언니도 개신교인이라서 가끔 저를 교회에 데리고 갔습니다. 타종교인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서로 따뜻한 이웃으로 생각하는 우리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웃종교인에 대해서 호의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을 볼 때 세상에서 오염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을 정화하려고 노력하는 좋은 이웃으로 생각합니다. 혼탁한 세상에서 때가 끼고 자칫 생활이 방만해질 우려가 있는 현실에서 종교를 통해 자신을 정화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저는 좋아 합니다”라며 “타 종교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성숙된 종교인들이 많아져서,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 이 땅에는 외롭고 힘든 사람이 없는 아름다운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희망을 이야기했다.

이은영 교수에게 특별히 가슴에 와 닿는 부처님 말씀이 있는가를 물었다. 그는 “‘부증불감(不增不減)’ ‘모든 존재의 참모습은 공(空)이므로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아니한다’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힘들 때마다 마음속으로 되뇌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인생에 있어 마실 쓴잔이 3개가 있다는 옛날 이야기책을 봤습니다. 초년에 쓴잔을 마신 사람은 노년에 달콤한 잔이 남아 있고 어린 시절에 달콤한 잔만 마신 사람은 쓴잔이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고통을 우리 인생이 살면서 겪어야 하는 자신의 업이라 생각하면서 ‘부증불감’을 자주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여성개발원 창립 8주년 기념식 및 원장 이취임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이은영 교수(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와 불교여성개발원 관계자들.ⓒ천지일보(뉴스천지)
◆불교여성개발원, 신행생활 변화혁신
불교여성개발원은 여성불자의 신행생활을 변화·혁신시켜 스스로 행복한 삶을 가꿀 수 있도록 지원하며 가정·교단·사회에서 불교의 자비·평등사상을 구현해 갈 여성지도자를 양성한다는 목적으로 창립됐다.
이은영 교수에게 불교여성개발원 원장으로 일하면서 애로사항이 무엇인가를 묻자 “민간단체의 어려움은 많이 있습니다. 회원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와 활동비 등 재정적인 어려움, 취향이 다양한 회원들의 마음을 묶어 모두가 화합하게 하는 것 등이 어렵습니다”라고 답했다.

반면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이 교수에게 물었다. 그는 “4대강 반대운동, 용산 참사 등 마음이 아팠으며, 직접 정치적인 일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천암함 사건 등 어려운 입장에 있는 사람들과 마음을 함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군장병 위문을 가서 그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여 그들에게서 박수를 받고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던 것은 보람된 일로 기억됩니다. 아울러 올해 국립극장에서 개최한 웰다잉문화제를 성황리 마친 것은 두고두고 생각이 날 것입니다”라고 기억을 더듬었다.

◆정치인과 접촉, 여야 균형 이뤄야
이 교수는 한나라당의 정부예산 날치기 통과를 보면서 특히 템플스테이 관련한 예산이 삭감된 것에 대해 마음이 아프다면서 종단(조계종)에 대해서 한마디 했다. 그는 “총무원이 불교계에 대한 정부예산지원 문제로 정치인과 만날 때 제가 총무원에 따끔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정치인과 접촉할 때는 항상 균형을 맞추라고 말입니다. 여당의원과 접촉하면 야당의원과도 접촉하고 여당의원을 초대하면 야당의원도 초대하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균형을 이루지 않으려면 정치인을 만나지 마세요, 정치인들을 밀실에서 만나면 안 됩니다. 여야 의원 다 있는 곳에서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템플스테이는 불교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의 보존과 해외 관광객들을 유치해 소중한 우리 민족의 문화를 알리는 국가를 위한 행사이므로 지원해야 합니다’라고 여야를 대놓고 당당하게 이야기해야지 밀실에서 대화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면서 “예산 통과 직후에 한나라당에서 ‘불교를 위로해야 하는데 큰일 났다’는 등 괴상한 말들을 했는데 총무원에서 ‘우리는 위로대상이 아니다. 우리 문화를 보존하고 국가발전을 위해서 예산을 청구한 것이지 불교계를 위로해 달라고 한 것이 아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예산을 지원한다면 우리는 절대 받지 않겠다’라고 깨끗하게 성명서를 낸 것을 보는 순간 저는 박수를 쳤습니다. 이런 일을 계기로 총무원이 앞으로는 원칙 있고 지조 있는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애정어린 충고를 했다.

◆종교·사회, 여성에 대한 매너 지켜야
이 교수는 불교계의 성평등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불교는 여성이 성직자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어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반면 사찰에 가면 봉건적인 가부장제도의 나쁜 관습이 남아 있다는 이 교수는 “예를 들면 젊은 남자스님이 나이 드신 보살님에게 ‘여기 놔둬. 마음을 잘 다스려’라는 말을 하는데 친근한 표시일 수도 있겠지만 성직자라면 남성·여성 구분하지 말고 반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반말하지 않는 운동’이라도 벌렸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성평등 문제를 종단에 제기했을 때 껄끄러워했습니다. 그러나 불교계가 신도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종단의 여러 가지 규칙들을 고쳐서 성평등 문제를 해결했으면 합니다. 더불어 불교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여성을 비하하는 태도는 고치는 것이 좋겠습니다”라면서 불교계뿐만 아니라 모든 종교·사회가 여성에 대해 매너를 지켜줬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공직자 인사청문회를 할 때 ‘당신의 종교가 무엇이든 공직에 임했을 때 종교와 공직생활을 분리할 자신이 있습니까?’라고 물어야 한다는 이 교수는 정치와 종교를 분리할 줄 아는 것이 공직자의 첫 번째 덕목이라면서 “공직생활을 할 경우 종교생활은 소박하고 은밀하게 사적인 영역에서 해야 하며, 국회에서 하는 각종 종교모임을 자제해야 한다”고 평소의 소신을 밝혔다.

 

▲ 이은영 교수 (첫줄 왼쪽)와 여성불자 108인회 회원들이 지난 8월에 화성 신흥사에서 하계수련회를 갖고 조계종 포교원장 혜총스님(앞줄 가운데)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불교, 포용하는 종교
불교는 타종교인·무종교인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고 포용하는 종교라는 이 교수는 “어느 누구든 사찰에 오시는 것을 환영합니다. 마음이 힘들거나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싶을 때 우리 조상의 얼을 찾는다는 기분으로 마음 비우고 소박한 사찰음식을 드시며 사찰을 우리 전통문화와 마음속에 있는 고향이라 생각해 찾아주시면 좋겠습니다”라며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사찰을 찾아 찌든 일상의 생활에서 벗어나 맑고 신선한 공기와 오염되지 않은 약수를 청량제 삼아 재충전의 기회로 삼고 가족 간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눔으로 세대 간 갈등의 장벽을 없애는 소중한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라면서 집 주위에 가까운 사찰을 찾아볼 것을 권유했다.

불교여성개발원 원장으로 젊고 유능하며 믿음직한 사람이 맡게 됐다는 이 교수는 그를 도와 앞으로 불교계 차세대 리더를 키우는 일과 여성불자 인재들의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임을 밝혔다. 또한 사회 속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인지 찾아볼 것이라고 했다. 법학교수인 그는 사회정의를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했다.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정치다. 제17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그는 ‘남녀평등’ ‘법학대학원 설치’ ‘과거사 정리’ 등 많은 일을 했다.

지금 우리 시대는 정의에 목말라 있다고 말하고 있는 이 교수는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일할 것을 다짐했다. 이 교수가 어떤 곳에서 무슨 일을 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이 사회에서 소외된 이웃을 살펴보고 실의와 좌절과 상실감에 사로잡혀 있는 국민들에게 용기를 주고 소망을 심어주는 ‘희망전도사’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교수의 힘찬 도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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