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12일 민주평화당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이하 대안정치연대)’ 소속 국회의원 11명이 탈당했다. 당권파 정동영 대표와의 당내 갈등이 끊임없이 계속되더니만 결국 분당 사태를 맞았다. 민평당은 비록 단독적으로는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정당이었지만 지역적으로 호남을 기반으로 해 당내 결속력이 비교적 끈끈하다는 평을 받아왔던바, 창당 1년 반 만에 갈라서게 됐으니 동지로서의 이념과 정치 지향점이 어느 사이 틀어져버린 것이다.

대안정치연대에서는 1∼2%대 남짓한 민평당의 지지율로서는 내년 총선에서 정당의 존재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과 또 자신들의 국회 입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제3지대 결합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 국민들이 수긍하고 있다. 정당이 국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해 정치적 신념을 행동으로 펼쳐 국가발전과 민생 향상을 목적으로 이뤄진 조직체이긴 해도 지지율이 약한 소수 야당으로서는 존재감마저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탈당 의원 당사자들도 당이 봉착했던 사안과 현실 정치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결심한 것이라 믿는다.

우리 정치사를 보면 소수야당은 리더 등 강력한 구심점이 없었기로 그 입지는 언제나 불안했다.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이 40석 정도 의석으로 제3당의 입지를 굳건히 다졌지만 그 이후 이합집산 결과로 얼마 전까지 바른미래당이 3당, 평민당이 4당의 위치를 다졌으나 민평당이 다시 분당이 됐다. 또한 바른미래당에서도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갈라져 내홍이 심각한바 탈(脫)양당정치를 꿈꾸며 중도세력을 흡입하려했던 제3지대 정당들이 곤혹을 치르는 현실이다.

총선이 8개월가량 남았지만 올해 12월 17일부터 21대 총선에 나설 국회의원 후보의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서는 당세를 기반으로 해서 그렇게 급한 것이 없겠으나 소수 야당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현 상황으로 소속 의원들과 당원들이 똘똘 뭉쳐도 거대 양당과의 총선 경쟁이 버거운 판에 사분오열되고 있으니 당세 유지조차도 힘 드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민평당이나 바른미리래당과 같은 소수 야당 지도부를 탓할 것은 아니다. 그들 역시 국민의 뜻을 받들어 성공적인 제3지대의 정치세력을 원하니까 말이다.

현재 각 정당의 정치 일정은 내년 4월 15일 총선에 맞춰져 있다. 그전까지 여당을 제외한 야당에서는 이합집산이 이뤄질 확률이 매우 높다. 그 중에서도 다급한 것은 바른미래당과 대안정치연대 소속 의원들이다. 제3지대 형성에 공동 전선을 펴자는 대안정치연대의 제안에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핵심들은 그런 일이 없을 거라며 강하게 부정하고 있는바, 그럴수록 소수야당이 살아남는 길이 제3지대에 빅텐트를 치는 일임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더라도 유력 대선주자 없이 제3지대정당의 파괴력은 미미하고, 소수당 자강론은 위험천만일 수 있다.

한국당이 범 보수 세력 확장을 위해 독일에 체류하고 있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게까지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바른미래당과 대안정치연대에서는 정치권에서 자립해 내년 총선에서 제3정당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일은 더 시급하다. 정당이 서로 뜻이 맞아 통합되든, 신생정당으로 만들어지든 간 구태정치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기대를 주는 산뜻한 모습만 보인다면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보인 것처럼 얼마든지 회오리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정치사는 양당정치로 인해 정치발전보다는 폐해가 더 많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당과 2당의 연합 횡포 앞에서 소수정당은 언제나 뒷전이었고 원내에서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했다. 국가적 또는 민생 문제의 정치 현안이 쌓여도 여당에 대해 제1야당이 반대만 하는 구태를 보여도 정치적 생존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여야가 각기 기득권을 누리느라 적당히 타협하는 꿍꿍이 셈법이 잇따르곤 했어도 의석수가 적었으니 별다른 대응 방법이 없었다. 그러한 양당 폐해를 막아보자는 절실함에서 소수정당들은 의기투합했고, 지금은 제3정당 또는 제3지대에 대한 존재 필요성과 국민적 호응은 종전과는 많이 변하게 됐던 것이다.

대안정치연대가 민평당을 뛰쳐나오면서 제3지대 빅텐트론을 끄집어든 것은 한국정치의 선진화를 위하고 그야말로 국회가 민의의 전당 역할을 제대로 하자는 뜻과 부합되는 행동일 수 있겠다. 정당이 참신한 정강·정책 등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조직체라 한다면 제1당과 제2당이 꿍꿍이 셈법으로 지금까지 기득권을 누려온 양당정치의 폐해가 개선돼야함은 지극히 당연한 현실이다. 그렇게 볼 때에 대안정치연대가 한국정치의 새로운 제3지대의 새 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런지는 미지수지만 어쨌든 이번 민평당을 박차고 나온 세력들과 제3지대를 꿈꿔온 정당, 정치인들의 좋은 방향에서 이합집산의 계기가 되리라 믿는다. 합당되든, 신생정당을 만들든 간에 제발 국민을 위하고 나라에 도움이 되는 참신한 정당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