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6시 이후 항공기 운항이 취소된 홍콩 국제공항이 내일 새벽 비행 일정을 정상적으로 재개한다. (출처: 뉴시스)
12일 오후6시 이후 항공기 운항이 취소된 홍콩 국제공항이 내일 새벽 비행 일정을 정상적으로 재개한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의 시위가 격화하면서 홍콩 국제공항이 일시 폐쇄되는 사태까지 벌어지자 중국 정부가 본토의 무력을 동원해 진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장기화하는 홍콩 시위 사태를 홍콩 경찰력만으로 진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과 더불어 홍콩 사태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위상과 중국 지도부의 입지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이 미국을 배후 세력으로 지목하고 시위 장기화로 인한 부작용을 강조하는 데는 본토의 무력 개입을 위한 명분 만들기가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3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중국의 전·현직 지도부가 중국 중대 현안의 해결 방향과 노선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 회의에서는 홍콩 시위 사태에 대해 본토의 병력 투입을 통한 무력 진압 여부도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개막한 베이다이허 회의는 이번 주말께 끝날 예정이다. 이에 이번 주말 또는 내주 중국 인민해방군 또는 본토 무장경찰 투입을 통한 대규모 진압작전이 전개될지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베이징 소식통은 “홍콩 사태 격화로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시진핑 지도부의 입장이 난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강경파가 주도권을 잡을 경우 홍콩 사태 또한 중앙 정부에 의한 무력 진압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홍콩 사태에 대해 점점 강경해지는 입장 표명을 내고 있다.

양광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홍콩은 중대한 순간에 이르렀으며 홍콩인들은 폭력적인 불법 행위를 거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은 홍콩 시위 사태 악화의 배경에 외세, 특히 미국의 개입이 있다고 지목하면서 중앙정부의 무력 개입 명분으로 삼으려는 분위기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홍콩의 시위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미국이 홍콩 문제에 대해 멋대로 지껄이고 흑백을 전도하며 부채질을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중국의 이 같은 비난에도 미국은 홍콩 시위에 대한 중국의 무력 투입을 우려하며 중국 정부가 행동에 나서는 것에 강력 비난하고 있다.

미 상원을 이끄는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경고성 발언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고위 관리도 홍콩의 자치권 존중과 정치적 표현·집회의 자유를 강조하는 등 중국 정부를 압박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홍콩 시위 상황과 관련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중국의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반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북한과 파키스탄이 중국의 홍콩 문제 대응에 대한 입장을 지지했다고 집중 보도하는 등 서방의 압박에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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