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용 시민주권 홍보기획위원장

검찰이 모처럼 신바람을 내고 있다. 함바집이라 불리는 건설현장 식당의 운영권 비리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정초부터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특히 김준규 총장 취임 이래 비리 척결에 전력투구했음에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해 망신을 사고 있던 검찰 주변엔 신바람이 휭휭 불어대는 분위기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가 주목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 기분이 개운찮은 이유는 왜일까? 이는 비단 필자만의 생각일까?

검찰이 ‘함바집 게이트’에 처음 내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쯤이다. “건설업계에 함바집 운영권과 영업권을 장악하고 전국을 무대로 건설사에 불법로비를 벌이는 큰손이 있다”는 첩보가 입수된 것이다. 이 첩보를 접한 서울동부지검은 처음에는 건설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권청탁 뇌물사건 정도의 대수롭지 않은 사안으로 파악했다.

실제로 검찰이 1차 사법처리한 것도 건설사 임원들이었다. 건설현장 함바집 운영권을 특정인에게 주고 금품을 받은 한화건설 대표이사와 SK건설 사장 등을 구속했다. 그러나 단순한 브로커로만 보였던 이번 사건의 핵심 유상봉 씨가 추가로 입을 열면서 검찰은 망외의 소득을 올리게 됐다. 유 씨가 경찰 고위층은 물론 정부 고위관리,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 등에게까지 전방위적으로 금품을 뿌린 사실을 불어버린 것이다.

이 사건이 주목을 받기 이전까지만 해도 검찰은 완전히 만신창이 상태였다. MBC PD수첩의 집중 조명으로 ‘스폰서 검찰’이란 낙인이 찍힌 데다 그랜저자동차 수수 검사마저 재수사 끝에 구속되는 불명예를 감수해야했다. 뿐만 아니라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뇌물수수 의혹사건도 1심에서 무죄판결이 난 데 이어 ‘별건수사’라는 감수하고 새로 제기한 사건에서도 금품 공여자가 재판정에서 공여사실을 번복하는 바람에 위기에 처해있다.

또한 민간인 사찰의 청와대 연루 의혹 사건인 이른바 ‘대포폰 사건’에 대한 부실수사 여론이 제기돼 있는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의욕적으로 착수한 재벌들에 대한 사정수사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해 눈총을 사고 있었다. 대검 중수부까지 나서서 수사를 벌인 C&그룹의 수사도 그룹 회장의 구속 외에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대검이 모기를 보고 칼을 뽑아든 형국, 즉 견문발검(見蚊拔劍)이나 다름없는 수사를 했다는 비아냥을 들어야했다.

게다가 조현오 경찰청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족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음에도 4개월이 지나도록 조 청장에 대해 조사를 벌이지 않아 유족 측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는 중 이었다 그야말로 ‘눈치검찰’ ‘정치검찰’ ‘비리검찰’ ‘무능검찰‘이라는 지탄이 쇄도 중이었다.

바로 이 같은 상황에서 돌출된 함바집 게이트는 오랜 가뭄 끝에 단비 같은 횡재였다.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이 수사력을 집중해 꽤 그럴듯한 개가를 올렸다. 검찰에게는 함바집 게이트는 바둑으로 치면 ‘꽃놀이패’나 다름없는 구세주다.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 건설노동자들의 이해관계가 닿아있는 함바집이라는 특성상 이번 수사는 서민생활침해사건을 파헤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수사할수록 여론의 지지를 받을 소재다.

둘째, 지난 정부에서 수사권 독립문제로 앙금이 남아있는 경찰조직을 손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미 전직 경찰청장과 해경청장이 소환수사를 당하고 총경급 이상 중에 40여 명이 연루의혹을 받고 있다.

셋째, 고위관리와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은 물론 공기업 임원, 심지어 청와대 직원까지 관련돼 있으나 검찰조직은 연루자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함바집 이권은 내용은 좀 커 보이지만 경찰이나 지방공무원들이 이권을 챙기는 ‘떡고물’ 수준이어서 검찰조직은 생리상 비리에 엮일 가능성이 적을 수밖에 없다.

검찰은 전직 경찰총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파죽지세로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함바집에 기생하는 파리떼를 잡는데 쏟아부은 수사력을 정작 정확한 타깃을 맞추는 데는 투입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검찰이 함바집 파리떼나 잡는 골목대장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 재산권, 인권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기대에 부응하려면 대포폰 수사, 조현오 청장 피소사건 등에도 눈치를 보지 말고 열과 성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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