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지난해 11월 게임 중독에 빠진 한 중학생이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게임에 중독된 30대 어머니가 영아를 방치해 숨지게 만들었고, 게임에 빠진 청년은 길 가던 행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인터넷 게임 산업이 발전하면서 IT 강국과 새로운 문화산업의 주역이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 수많은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의 심신이 병들어 가고 있다. 이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에는 이미 너무나 많은 끔찍한 사건 사고들이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직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TV 시사 프로그램에 나와서 사용자들의 몰입 정도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사용자의 중독 내지는 장시간 사용을 유도하는 데 아이디어를 짜냈으나, 정작 자신의 프로그램이 중독자를 양산해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은 전혀 못했다고 한다.

이제라도 게임 회사가 청소년 게임 중독에 일정 부분 책임을 지는 자세와 행동이 필요하다. 정신과 의사인 필자도 많은 수의 게임 중독 청소년들을 진료했다. 그들은 하나 같이 충동 조절 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돼 있었다. 또한 게임에 몰입한 나머지 현실 감각 저하, 사회적 판단력 부족, 대인기피 등의 증상도 자주 동반됐다.

최근에는 뇌 영상 검사에서도 마약 중독자의 뇌와 유사한 소견이 나타나는 등 게임 중독은 단순한 행동 상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병변 또는 기능적 이상을 야기함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게임 산업으로 부(富)를 창출함과 동시에 환자들을 양산하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특히 청소년의 경우 어른들과 다르게 아직 합리적 판단력이 미숙하고, 충동적이며, 즉각적인 재미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인터넷 게임 중독에 무척 취약하다. 2006년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는 인터넷 중독 클리닉에서 치료받은 청소년 30명 모두에게서 정신질환이 발견됐고, 두 가지 이상의 질환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경우도 전체의 73%인 22명이나 됐다고 발표했다.

특히 가장 많은 18명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보였다. ADHD는 주의력 부족, 과도한 활동, 충동성 등의 특징이 있다. 이로 인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며, 가족들과의 관계도 나빠질 수 있다. 청소년들은 경쟁적인 입시 환경으로부터 받는 압박감을 피하기 위해, 또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부모님이나 선생님으로부터 심한 질책과 비난을 받아, 학과 공부는 지루하고 집중도 잘 되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게임을 한다고 했다.

동기야 어찌 됐든 게임 자체가 주는 쾌락을 잊지 못해서 다시 게임을 찾는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중독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그러니 청소년 자녀들이 게임 중독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학교와 가정에서의 노력이 중요하다.
학교에서는 인터넷 게임 중독의 폐해에 대해서 충분하게 교육하고, 가정에서는 자녀의 감독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부모가 아이의 게임 이용을 무조건 못하게 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뿐더러 자녀의 반항심을 자극해 더욱 문제가 커질 소지가 있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와 게임사용 시간에 대한 적절한 대화를 나누면서 타협을 이루고, 게임 대신에 즐길만한 대안(음악·미술·독서·탐사·여행 등)을 제공하며, 가족 전체가 올바르게 인터넷을 사용함으로써 모범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청소년은 미래의 주역이고, 우리 대한민국을 이어받아 발전시켜 나갈 주인공이다. 그들이 인터넷 게임 중독자가 되어 방안에만 틀어박혀 폐인처럼 지내거나 또는 날마다 PC 방을 전전하면서 컵라면이나 자장면으로 끼니를 때운다면, 대한민국 사회의 미래는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겨울방학인 지금 부모의 각별한 관심과 지도가 요망된다. 청소년의 행복에 어른들도 기여하자.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