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돌 수입 금지를 촉구하는 청원.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리얼돌 수입 금지를 촉구하는 청원.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리얼돌 판매 금지’ 국민청원 20만명 넘게 동의

“아동 리얼돌 확대 가능성, 법적 제도·장치 필요”

“선진국 중 리얼돌 수·출입 제한하는 나라 없다”

[천지일보=이수정 기자] “리얼돌은 성범죄 유발과 여성 인격권 침해 등을 유발하는 매개체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성 상품화, 성범죄 증가 가능성, 지인 합성 가능성 등 우려되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특히 성범죄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보급 중단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대한민국 남성은 야동도 못 보고, 성매매도 못 하고, 여성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합니다. 대한민국에서 남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 됐습니다. 주변 선진국 중에서 리얼돌을 제한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남성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남성 인권을 보장해주십시오.”

이 두 가지 첨예한 주장은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리얼돌’과 관련된 얘기다. 리얼돌은 여성(인간)의 신체를 그대로 본뜬 성인용 특수고무 인형이다.

연예인을 비롯해 실존하는 사람의 얼굴로 리얼돌 제작이 가능한 업체가 등장한 후 아동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이 제작·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여성의 성 상품화 및 아동 안전문제 논란이 불거졌다.

리얼돌.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리얼돌.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달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와 주목을 받았다.

청원인은 “대법원은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볼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결하며 리얼돌 수입을 허용했다”며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해 보이지 않는다? 인간이 아니라 남자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는 것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리얼돌이 남성의 모습을 본뜬 것이 주였다면 ‘남자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 게 아니야’라고 생각할지 궁금하다”고 이를 비판했다. 해당 청원에는 청와대 답변기준인 20만건이 넘는 동의가 달렸다.

◆대법원,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

앞서 지난 6월 한 성인용품업체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제기한 리얼돌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이 성인용품 업체의 손을 들어주면서 리얼돌 수입이 공식적으로 허용됐다.

대법원까지 이어졌던 재판의 핵심 쟁점은 ‘음란성’이었다. 관세법 제234조 1호에서는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대해 수입과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1심과 2심은 이 항목을 두고 “성 풍속을 해치는 음란성을 의미한다”고 같은 의견을 제시했지만 ‘음란성’ 자체에 대해서는 다르게 해석했다.

1심에서는 “이 사건 물품은 전체적으로 관찰해 볼 때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노골적으로 사람의 특정한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수입을 금지한 것이 옳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2심에서는 ‘음란성’의 개념을 다르게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그 표현의 적나라함과 구체성만으로 성적 도의관념에 어긋날 정도에 이른다고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인천세관이 제기한 상고에 대해 대법원은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에 해당해 이유 없음이 명백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리얼돌의 수입을 금지하면 안 된다는 대법원의 판례가 최초로 나오게 된 것이다.

리얼돌.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리얼돌.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법적 장치 필요” 주장 나와

이 같은 대법원 판결 이후 리얼돌은 성적 욕구충족을 위한 대안이라며 환영하는 이들과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도구라고 주장하며 비판하는 이들 사이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리얼돌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학사모) 대표는 “아이들에게 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데 있어 ‘리얼돌’은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친다”며 “리얼돌 같은 개방적인 성문화가 유입되면 정상적인 성이나 사랑에 대한 가치관 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요즘 아이들은 성교육을 받기 전에 알게 모르게 다 학습한다”며 “자칫하면 성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부모들은 이 부분을 가장 우려한다”고 말했다.

리얼돌 판매와 관련해 법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는 “1인 가구가 점차 늘고 있는 가운데 성적 욕망을 변태적으로 해결하려는 트렌드가 짙어지고 있다”며 “리얼돌은 이런 성적 욕망이 투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칫 아동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이 보급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비도덕적인 인형 판매에 대한 법·제도적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김순복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사무처장도 “성의 상품화 부분으로 접근했을 때 (리얼돌 판매는) 사회적으로 비난받아야 마땅하다”며 “사회가 도덕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법·제도적 대안과 함께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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