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미 뉴저지주 소재 자신의 골프클럽으로 휴가를 떠나기 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기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출처: 뉴시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미 뉴저지주 소재 자신의 골프클럽으로 휴가를 떠나기 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기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온유 객원기자]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복역 중이던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극단적 선택을 둘러싼 미 정·재계 인사들의 연루 의혹이 미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엡스타인은 수감 중이던 뉴욕 맨해튼 메트로폴리탄 교도소에서 10일(현지시간) 오전 7시30분쯤 숨진 채 발견됐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억만장자인 엡스타인은 지난 2002~2005년 뉴욕과 플로리다주에서 20여 명의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하는 등 수십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달 6일 체포돼 기소됐다. 성매매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최장 징역 45년을 선고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엡스타인은 미디어에서 새로운 혐의와 공범이 추가된 법정서류 수백페이지가 공개되고, 유명 정치인들의 연루설도 제기되면서 큰 부담을 안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BBC는 12일(현지시간) 엡스타인이 데리고 있던 당시 미성년자 여성들이 엡스타인의 강요로 유명 정치인, 주지사, 교수 등과 성관계를 맺고 돈을 지불받았다면서 이들의 연관성을 보도했다.

특히, 엡스타인과 절친이었던 트럼프 미 대통령이 그의 사망에 대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의 연루 ‘음모론’을 제기하며 의혹 확산을 증폭시켰다. CNN 등 미 언론들은 엡스타인의 죽음이 트럼프로 향해 쏠리는 시선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선제적으로 차단한 것이라며, 정작 미국인들은 클린턴 부부가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연계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음모론의 킹’으로 불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다양한 음모론들을 제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근거 없는 음모론을 제기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트럼프는 지난 2016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케냐에서 출생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대선 경선 때는 경쟁자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의 부친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에 연루됐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CNN은 “모두 증거 제시 없는 음모론에 불과했다”고 트럼프를 비판했다.

한편, 민주당 등 진보 진영 인사들도 엡스타인 죽음의 배후로 트럼프를 지목하며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

칼럼니스트 세스 에이브럼슨은 트위터에 “엡스타인 관련 사실: 그는 트럼프와 수년간 ‘베스트 프렌드였다’고 말했다”고 올렸다.

클레어 매캐스킬 전 민주당 상원의원도 “높은 곳에서 악취가 진동한다. 어떻게 조력 없이 교도소에서 목을 매 죽을 수 있나. 불가능하다. 만약…”이라고 했다.

CNN은 트럼프를 겨냥하며 ‘음모론자들의 우두머리’라고 비꼬았다.

보수 성향 코미디언 테런스 윌리엄스가 제작한 1분 30초짜리 영상은 “엡스타인은 빌 클린턴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었고 이제 그는 죽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 영상을 리트윗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리트윗 덕분에 영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현지 언론은 엡스타인은 앤드루 영국 왕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 정치계 거물들과 친분이 있었다며 이중 그의 죽음으로 가장 타격을 받을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2년 뉴욕매거진 인터뷰에서 “엡스타인은 심지어 나만큼 미녀를 좋아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그 미녀들은 대부분 나이가 어리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11일 “엡스타인의 불투명한 자금 흐름이 향후 수사의 초점이 될 수 있다”며 “엡스타인의 수십개 은행계좌와 해외의 유령회사, 정치인, 권력층과의 커넥션 등이 이번 사망과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지 주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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