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김천=원민음 기자] 김천시 양천동에 있는 한 창고 외부. 폐기돼야 할 의료폐기물이 무단으로 방치되어 있다. ⓒ천지일보 2019.8.12
[천지일보 김천=원민음 기자] 김천시 양천동에 있는 한 창고 외부. 폐기돼야 할 의료폐기물이 무단으로 방치돼 있다. ⓒ천지일보 2019.8.12

무단 방치에도 주민 전혀 몰라

가축과 농작물에 2차 위험 있어

“투명하게 알리고 보상해야”

[천지일보 김천=원민음 기자] “저는 옆에서 농사를 지으면서도 이런 폐기물이 창고에 있는지 전혀 몰랐죠. 만약 이런 불쾌한 것들이 있는 줄 알았다면 뭐라도 조치를 했을 텐데 괜히 소나 밭에 감염피해라도 되면 어쩌나 걱정입니다.”

김천시 양천동 한 창고에 방치된 의료 폐기물을 본 이상영(가명, 70대, 남, 김천시 양천동)씨가 “불법 폐기물 창고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창고 주변에서 가축을 키우고 농사를 짓고 있었다.

지난 9일 기자는 창고에 각지 병원이 배출한 50t의 폐기물로 가득 차있는 창고를 찾았다. 창고 안에는 의료폐기물 소각업체인 ㈜아림환경이 이미 처리했다고 허위로 신고한 폐기물들이 층층이 쌓여있었다.

의료 폐기물 창고에 들어서니 의료 폐기물 특유의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또 많은 양의 폐기물이 층을 이루며 방치돼 있었고 피 묻은 거즈나 다 사용한 주사기 바늘, 찢겨진 박스들도 종종 볼 수 있었다. 특별히 관리를 해야 하는 의료 폐기물이 무단으로 방치된 모습에 인근 주민들은 2차 감염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었다.

문제가 되는 격리 의료폐기물은 병원에서 배출한 지 2일 안에 처리해야 한다. 또 일반 의료폐기물은 5일 안에 소각 처리해야 하지만 창고에 쌓여있는 의료폐기물은 3개월이 넘도록 방치돼 있었다. 이로 인해 주변에 있는 사람뿐 아니라 가축들과 농작물에 세균이나 공기를 통한 2차 감염도 우려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2차 감염의 위험성으로 ▲부패나 발효 등에 의한 새로운 감염균 발생 가능성 ▲쥐, 고양이, 파리 등 기타 매개체에 의한 사람 감염 위험성 ▲야외 적재 의료폐기물의 침출수 및 주변 오염 문제 ▲발견된 불법 의료폐기물 방치에 따른 주민 위험 노출 등이다.

[천지일보 김천=원민음 기자] 김천시 양천동에 있는 한 창고 내부. 폐기돼야 할 의료폐기물이 무단으로 방치되어 있다. ⓒ천지일보 2019.8.12
[천지일보 김천=원민음 기자] 김천시 양천동에 있는 한 창고 내부. 폐기돼야 할 의료폐기물이 무단으로 방치되어 있다. ⓒ천지일보 2019.8.12

그렇다면 50t이나 되는 폐기물은 어디서 왔을까. 지난 상반기 영남지역에서 발견한 불법 의료폐기물 창고 대다수는 단속 주체인 대구지방환경청이 아닌 경북 고령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시민단체 ‘아림환경반대추진위(추진위)’가 직접 찾아냈다.

지난 3월부터 추진위가 ㈜아림환경의 불법 창고를 발견한 뒤 항의 집회를 하고 나서야 환경청은 해당 업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어 5월 8일 ㈜아림환경을 압수 수색해 얻은 컴퓨터, 휴대전화 등을 분석한 결과 시민단체에 의해 알려진 대구 달성, 경북 문경, 경남 통영·김해뿐만 아니라 경북 상주·김천에서도 불법 보관창고 5곳이 추가로 발견됐다.

이와 관련해 계대욱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강우나 폭염으로 폐기물이 부패되거나 다른 매개체로 인해 2차 감염의 위험성에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노출돼있다”면서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그는 “방치된 불법 의료폐기물 처리방안을 속히 마련하고 지역주민에게 투명하게 정보공개를 하고 피해보상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법 폐기물에 대해 지자체는 환경청에 미루며 손을 놓고 있었다. 김천시 관계자는 “시에서 당장 조치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운반이나 처리 등 조치할 수 있는 관리는 환경청”이라며 “현재 방치되어 있는 폐기물은 어모면과 양천동에 합쳐서 60t 정도 가량 된다. 시에서도 업체가 빨리 치워주기를 바라는 심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방치되어 있는 폐기물도 문제이지만 소각장 자체가 부족해 계속해서 폐기물이 나오는 현재의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의료폐기물 방치는 없어지지 않을 문제”라고 덧붙였다.

창고에 있는 의료 폐기물을 본 환경운동연합의 한 회원은 “2차 감염 위험 때문에 빨리 치워야 하지만 소각 능력이 부족해 의료폐기물을 다 치우지 못하고 있다”며 “무능한 환경 당국 탓에 주민들을 위험에 그대로 노출한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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