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에서 구름이 일면 비가 오고, 남풍이 불어오면 심히 더우리라고 하니 과연 그러하다. 외식하는 자여 너희가 천지의 기상은 잘 분변하면서 어찌 이 시대는 분변치 못하느냐.” 당시 유대 땅을 치리하던 지도자들을 향한 약 이천년 전 성자 예수의 책망이다.

또 “옳은 것을 스스로 판단치 못하느냐”며 시대를 분별했으면서도 시대가 요구하는 그 길을 따르지 않고 현실과 권력과 핍박이 두려워 눈치를 보며 구시대 편에 서서 새 시대를 핍박해야 했던 어리석은 지도자들 내지 그들을 따르는 무리들을 향한 질책이었다.

이는 그 이전 선지자의 입을 빌려 “내 백성이 지식이 없어 망하는도다”라고 했던 절대자의 안타까운 심정에서 이미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작금의 시대가 바로 그 천지를 분별해야만 하는 시대다. “천지도 분별 못하는 놈”이라며 예부터 구전(口傳)돼 오는 고담(古談)이 있다. 이 말은 순리와 섭리를 쫓아 찾아오는 시대를 마땅히 분별해야 함을 알리는 말이다. ‘천지(天地)’라 했으니 세상의 기상뿐만 아니라 하늘의 섭리와 이치를 말하는 것이다. 또 언젠가 천지를 분별해야만 하는 절대적 때가 반드시 도래할 것을 미리 알리고 경고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천년 전 당시 지도자들은 천지분별을 못하는 입장에 있었고, 지도자의 무지로 따르는 백성들까지 형벌을 면치 못했으니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니 둘이 다 구덩이에 빠지느니라”는 경고의 말씀이 바로 그들에게 응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까지도 그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회개하지 않고 있으니 어이 상실이 아닌가.

천지의 이변을 보니 시대마다 암흑기와 같이 반드시 가야하고 보내야 하는 시대가 있어 왔고, 암흑기가 잉태하고 있다가 때가 되어 해산하는 새 시대가 있어왔다. 이를 일컬어 격암 남사고 선생은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 했고, 또 ‘호시절(好時節)’이라 했으며, 낡고 쇠해져 없어지는 구시대에 미련 가지지 말고 보내야 하고, 오는 시대는 주저 없이 기쁘게 맞이해야 함을 알리는 시대적 명령이었음을 깨닫게 한다.

이 같은 송구영신은 시대마다 즉, 약 이천년마다 있어왔다. 하지만 모두(冒頭)에 언급했듯이 천지는 잘 분변하면서 시대를 분변치 못해 멸망 받아 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 이천년이 지난 지금 송구영신해야만 하는 절대적 운명 앞에 또 다시 와 있음을 작금의 시대는 우리에게 직감하게 하고 있다.

천지는 분변하면서 왜 가고 오는 이 시대를 분변하지 못하느냐는 하늘의 음성이 정녕 들리지 않는가. 그래서 우이독경(牛耳讀經)이란 말이 있듯이, 성자 예수는 한사코 들어먹을 귀를 요구했던 것이다. 하지만 들을 수 있는 귀가 있고, 들을 수 없는 귀가 있으니 이를 어쩐단 말인가. 그렇다면 하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그 귀는 도대체 어떤 귀일까. 

지난 시대를 돌이켜보면 어쨌거나 ‘오늘날’이라고 하는 그래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오늘날은 더 이상의 기회가 없는 시대를 살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를 일컬어 절체절명(絶體絶命)이라 했던가.

시대마다 송구영신이 있었다면 오늘날은 모든 것이 마무리 되는 대송구영신의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우주의 일주 해를 맞아 지음 받은 모든 만물이 끝이 나느냐 다시 사느냐의 기로에 선 것이다.

그렇다. 모든 것은 이처럼 때가 있는 것이다. “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루어지는 때가 있나니”라고 했듯이 말이다. 씨를 뿌리는 때가 있고, 씨가 자라는 기간이 있고, 익은 곡식을 거두는 추수 때가 있으니 만고불변의 참된 이치가 아니겠는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성인들과 모든 경서가 한결같이 알리는 것은 바로 오늘날이 추수 때라는 사실이다. 추수 때에 씨를 뿌리는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추수 때 자기 밭에서 곡간으로 추수돼 가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자가 다 돼야 할 것이다. 

이들이 바로 창조주가 우주 만물을 창조하고 창조한 것을 운행해 그 목적을 완성해 가는 대서사시와 같은 거대한 역사와 섭리 가운데 순응하고 참여하는 자며, 귀 있는 자가 되어 기적의 역사에 주인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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