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19.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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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집을 짓는 일은 한 가족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차한대 사는데도 온 가족의 의견을 묻고 아는 지인들의 멋쩍은 자문을 받기도 하는데 집짓는 것을 덜컹 한 번에 누군가가 짓는다는 생각은 부적절한 시작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막대한 공덕이 들여서 만들어지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평소에 하지도 않던 일들을 서슴지 않고 한다. 건축 관련 책을 구입하기도 하고 건축 관련 강의도 들어보고, 지인을 통해 소문을 들어보기도 하는 평소 모습 같지 않는 어색한 일을 시작한다. 아파트가 기승을 부리고 투기 목적으로 전락한 이후 우리 집짓기 건축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터라 공을 들일 때와 아닐 때를 구분을 못하고 있어서 생소한일의 연속이라 예비 건축주에게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집짓기는 가족을 위한 공들이기의 시작인데 정작 엉뚱한데 힘을 쓰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아이가 어릴 때는 건강을 생각하고 조금 큰 아이는 무릇 현명한 아이로 커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태양 볕이 균질하게 들어오는 방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아파트 생활에서는 근심의 많은 부분이 아파트 집값 변동에 신경 쓰게 되고, 세입자는 세입자대로 건물주는 건물주대로 집값 변동에 예민하게 살아가기 때문에 집에서 찾아야 할 공간적 내공은 찾기 힘들다. 진정 내 집이라면 내가 살고 있는 현관 앞에서 주차장사이에 있는 아파트 정원에 철마다 새롭게 꽃이 피고 지는 식물에 관심을 가지며 물을 한번이라도 준적이 있는지 생각해 보라! 아마 없을 것이다. 집 밖 그 어떤 곳도 우리 집이라 말하기 어려운 것이 아파트생활이다. 아파트에서 집 밖은 서류상 자신의 집일지 몰라도 정작 자신의 집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의 관심이 아이의 공부에만 집중하게 되는 것이고, 자연과 벗할 수 있는 시간보다 좁은 공간에서 아이를 본의 아니게 괴롭히게 되는 슬픈 현실의 연속이 당연시 되는 것이다.

쉽게 돈 벌고 싶은 욕심이 직간접적으로 아이에게도 강요되는 것이기도 하고 애시 당초 주위를 둘러보면서 살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은 없었던 것을 입증이라도 하게 되는 것이다. 정작 소소한 관심들이 모여 큰 일이 만들어 지는 것인데 작은 일에는 관심이 없고 한 번에 큰 소득이 얻어지길 바라는 허영심만 키우게 만드는 엉뚱한 생산 공장에서 살고 있는 곳이 아파트가 된 것이다.

집은 허투루 지어지는 법이 없는데 집하나 지으면서 온 가족의 안위와 미래를 생각하게 되는 것인데 그것이 집이라는 작은 우주 속 가족의 존재를 연속시키는 자연의 힘인데 그 기회가 왜곡되고 만다. 가족 구성원의 성징에 맞게 챙겨가는 것이 집이라면 구성원의 합일점의 공간이 집이란 뜻인데도 함부로 집짓는 장사를 찾아서 나선다. 같이 공들일 사람을 찾지 못하는 현실이 아쉽다. 한 가족이지만 각자의 삶을 적절하게 녹아들게 배치와 조합을 반복하면서 한 가족의 집이 완성된다고 생각해 보면 집짓기 설계과정도 당연히 길어야 하고 정성과 마음을 담아야 할 것이다. 작은 기억의 파편이 쌓여서 커다란 생각의 덩어리를 만들고 자기 주체적 삶을 이끌어 갈  공간을 만들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건축가 박현근 소장이 설계한 재귀당은 집짓기의 과정과 목표치를 정확히 완성한 집이라 생각한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집의 의미를 가진 재귀당은 가족의 콘셉트와 건축가의 치밀함이 그 가족의 정성이 곳곳에 담겨 있도록 만들었다. 예비건축주와 건축가가 함께 공들인 힘이 느껴지는 집인 것이다. 모두가 희망하는 집이 공들인 집이 아닐까요? 눈앞에 보이는 결과물에만 치중하기보다는 온 가족의 공들여 만드는 집을 만드는 사람 건축가를 먼저 찾아보는 것이 좋은 집의 시작이 아닐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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