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66)이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사진은 뉴욕주 성범죄자신상정보 제공. (출처: 뉴시스)
수십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66)이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사진은 뉴욕주 성범죄자신상정보 제공.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수감된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66)이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미국 언론들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엡스타인은 지난달 26일에도 보석 기각 후 같은 교도소 감방 바닥에 쓰러진 채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었다. 당시에도 목 주변에 멍 같은 타박상이 발견되면서 엡스타인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엡스타인은 지난 2002~2005년 뉴욕과 플로리다 20여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달 6일 체포돼 기소됐다. 성매매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최장 징역 45년을 선고받을 상황이었다. 그는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11년 전에도 최소 36명의 미성년자에게 성행위를 강요한 혐의로 종신형 위기에 처했으나 유죄를 시인하는 조건으로 감형 협상을 해 13개월을 복역한 바 있다.

전날에는 엡스타인의 성범죄 혐의와 관련 유명 인사들의 연루설이 나왔다.

로이터통신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엡스타인의 성범죄 피해자라고 주장한 여성인 버지니아 주프레는 2016년 엡스타인측 인사인 기슬레인 맥스웰과의 명예훼손 소송 관련 법정 다툼에서 자신은 미성년자였던 2년간 엡스타인의 ‘성적 노예’였다면서 다른 유명 인사들도 거론했다.

주프레는 맥스웰과의 소송을 본격 시작하기 전 2017년 합의를 봤으나 마이애미 헤럴드 등이 관련 소송자료의 공개를 요구하는 별도의 소송을 제기, 공개가 결정되면서 이 같은 내용이 공개됐다.

주프레는 엡스타인측이 유엔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주 주지사와 조지 미첼 전 상원의원, 자산 매니저인 글렌 더빈, 모델업계 이사인 장 루크 브루넬 등과의 성관계를 갖도록 자신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또 이는 앤드루(59, 요크 공작) 영국 왕자와 하버드대 법대 교수인 앨런 더쇼위츠와의 성관계를 강요받았고 주장한 것의 연장선이라고 전했다.

언급된 인사들은 이에 대해 모두 강력 부인했다.

NYT는 엡스타인이 1992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별장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여성 20여명과 파티를 벌였다고 지난달 보도했다.

엡스타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피해 여성들은 허탈함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주프레는 NYT에 “다시는 그가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지 못할 거란 사실은 기쁘지만 여기에 오기까지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엡스타인은 이 노력마저도 빼앗아갔다”고 분노했다.

엡스타인에게 마사지를 해주던 15살 때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제니퍼 아라오스는 “피해자는 남은 인생 내내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하지만, 엡스타인은 자신이 수많은 사람에게 남긴 고통과 트라우마를 직면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엡스타인의 기소를 담당했던 제프리 버만 맨해튼 연방검사는 피해 여성들의 수사 지속 요구에 “앞장서 나선 용기 있는 젊은 여성들과 아직 피해 사실을 밝히지 못한 이들을 위해 이 자리에서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고 수사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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