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총격 사건이 발생한 텍사스주 엘패소 방문을 위해 전용기에 오르고 있다(출처: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총격 사건이 발생한 텍사스주 엘패소 방문을 위해 전용기에 오르고 있다(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온유 객원기자] 미국의 한국계 외교관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하며 느낀 자괴감을 견딜 수 없었다고 언론에 기고를 내고 사임했다.

8일(현지시간) 한국계 미국 외교관 척 박(Chuck Park)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외교관으로 일하면서 느낌 자괴감과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사임의 변을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했다.

척 박은 WP 칼럼에 “트럼프 대통령의 ‘현실안주 국가’의 일원임을 더는 정당화할 수 없어 사임한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한국에서 온 이민자 아들인 자신이 부모를 반갑게 맞아주고, 본인과 형제 자매들에게 성장 기회를 준 미국 사회에 대한 의무감을 느낀 것도 외교관의 길을 걷기로 결정한 사유였다”면서 “올해 7살인 아들에게 이 정권의 행위에 공모했음을 설명할 수 없다. 나 스스로도 납득할 수 없어 사임한다”고 밝혔다.

척 박은 “2016년 11월 인종주의, 여성 혐오, 음모 이론을 앞세워 유세하던 사람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날 밤에도 나는 미 민주주의의 힘을 선전했다. 이후 대통령이 주창한 ‘독이 든 의제(toxic agenda)’를 전 세계에 퍼뜨리려는 인사들을 위해 출장 일정을 계획하고, 만남을 예약하고, 문을 붙잡아 열어주는 역할을 맡았다”고 회고했다. 또 “미국에선 수천 명의 불법체류 청년들이 쫓겨나는데 멕시코 영사관 행사를 열면서 ‘미국의 우정과 개방성’을 이야기하는 일은 모순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신이 사표를 쓰기까지 너무 오래 걸린 점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공짜 주택이나 퇴직 연금, 강력한 국가를 대변한다는 명망 등 직업적인 특전 때문에 한때는 너무나 분명했던 이상에서 멀어지고 양심을 속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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