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조국 전 민정수석이 9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에 출근하던 중 소감을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19.8.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조국 전 민정수석이 9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에 출근하던 중 소감을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19.8.9

민족 아닌 ‘종족’… 최근 책 출간

“강제동원·위안부 성노예 없었다”

“명예훼손 심각해 책임져야 할 것”

조국 “이들을 친일파로 불러야 해”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최근 서점에서 많이 팔린다는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일제 강점기에 강제 동원이나 위안부 만행은 없었다는 내용인데,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구역질나는 책”이라고 비난을 쏟아내자 이 책을 쓴 대표적 뉴라이트 학자인 이영훈 서울대 명예교수가 8일 신문에 광고까지 싣고 “뭐가 문제인지 정확히 말하라”고 반발하면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이 교수가 지난달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을 출간하면서다. 이 교수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설파하는 뉴라이트 재단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한국의 민족주의는 서양에서 발흥한 민족주의와 구분된다. 한국의 민족주의에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개인이란 범주가 없다. 한국의 민족은 그 자체로 하나의 집단이며 하나의 권위이며 하나의 신분이다. 그래서 차라리 종족이라 함이 옳다. 이웃 일본을 세세(歲歲)의 원수로 감각하는 적대 감정이다. 온갖 거짓말이 만들어지고 퍼지는 것은 이 같은 집단 심성에 의해서다. 바로 반일 종족주의 때문이다.”

이 교수의 역사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굳이 ‘반일 민족주의’가 아닌 ‘반일 종족주의’라는 표현을 쓰면서 반일 종족주의를 대한민국 위기의 근원으로 규정했다.

이 책에는 한국이 일본을 원수로 인식하는 적대 감정을 비판하며 일제 식민기간 동안 강제동원이나 위안부 성노예 등의 만행은 없었다는 주장을 하는 등 독도 문제, 일제 쇠말뚝 사건,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요구 등 일본과 관련된 굵직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

책 내용 일부를 살펴보면 필자는 국내 한국사 교과서가 잘못 서술되었다는 점을 말하며 “한국사 교과서는 일제시기 조선 농민의 궁핍을 엉뚱하게도 일제가 쌀을 수탈했기 때문이라고 강변하고 있다”며 이는 수탈이 아니라 수출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교과서가 수탈이나 반출이라는 표현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수출’이라고 표현을 바꾸자마자 일제 비판 논리가 혼란에 빠진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엉터리 논리로 이루어지는 교과서의 일제 비판에 대해 과연 세계인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겠습니까”라고 되묻기도 했다.

지난해 8월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이영훈 서울대 명예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해 8월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이영훈 서울대 명예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이와 관련해 사흘 전인 5일 조 전 수석이 이 책을 겨냥해 “구역질나는 책”이라고 맹비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조 전 수석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일제 식민 지배 기간에 위안부 성노예 등이 없었다는 이 교수의 주장 등을 언급하며 “이에 동조하는 일부 정치인과 기자를 ‘부역·매국 친일파’라는 호칭 외에 무엇이라 불러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고 비판한 뒤 “이들을 이렇게 비판하는 것을 전체주의적, 파시즘적 발상이자 국민을 둘로 나누는 ‘이분법’이라는 일부 지식인들의 고상한 궤변에는 어이상실”이라고 했다. 

조 전 수석은 또 필자를 향해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공화국의 정통성과 존립 근거를 부정하고 일본 정부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언동을 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정치적 민주주의가 안착된 한국 사회에서는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책조차도 이적표현물로 규정돼 판금되지는 않는다”며 “다만 자유의 행사가 자초한 맹비판은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이들이 이런 구역질나는 책을 낼 자유가 있다면, 시민은 이들을 ‘친일파’라고 부를 자유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 교수는 자신과 동료 연구 내용에서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정확하게 지적하라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그러면서 조 전 수석에 대한 법적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반일 종족주의’의 어느 대목이 일본 정부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적시하시길 바란다”며 “그렇지 못할 경우 조국씨는 저와 동료 연구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으며, 그것은 그에 합당한 책임이 추궁될 수 있는 범죄임을 상기해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어 “일본 정부조차 알지 못하는 새로운 창의적 연구 성과를 실었다”며 “조선인 징용 피해자가 성과금에 따라 임금을 정상적으로 지급받았다는 내용, 독도를 자신의 고유 영토라고 하는 한국 정부 주장의 진위를 검토한 내용 등등이 반일 종족주의에 담긴 창발적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8일 한 일간지에 조 전 수석에게 답변을 촉구하는 광고까지 게재했다. 특히 ‘교수로서 답해 달라’며 공개질의를 한 만큼 단순한 설전이 아니라, 이 교수의 역사관을 둘러싼 학계의 논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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