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조국 전 민정수석이 9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에 출근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8.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조국 전 민정수석이 9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에 출근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8.9

조국-윤석열-김조원 삼각편대

집권 후반 검찰개혁 총력 의지

인적 쇄신은 상당부분 이뤄져

수사권조정·공수처 통과가 핵심

조국 “‘서해맹산’ 정신으로”

이순신 인용해 결의 내비쳐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예상대로였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9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조 후보자가 무리 없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다면 윤석열 검찰총장, 김조원 민정수석과 함께 문재인 정부 2기 사정라인을 구성하게 된다.

앞서 윤 총장과 김 수석은 각각 지난달 25일과 26일에 업무를 시작했다.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으로 있으면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문무일 검찰총장으로 이뤄진 1기 사정라인이 검찰개혁의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였다면, 2기 라인은 검찰개혁 완성을 위해 전력을 다하는 단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전망은 2기 라인을 구성하는 인물들의 면면에 있다. 조 후보자는 문 대통령의 굳건한 신뢰 속에 검·경 수사권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을 이끌어왔다.

윤 총장 역시 파격인사라는 평가 속에 서울중앙지검장에 부임한 이후 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이던 ‘적폐청산’ 수사를 지휘했다. 그리고 이젠 ‘역대급 기수 파괴’의 주인공으로 신임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25

김 수석은 감사원 사무총장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을 지낸 감사 행정 전문가다. 법조인도 아니다. 집권 후반기 검찰 개혁을 확실히 마무리하면서 혹여나 발생할 수 있는 공직 기강 헤이 우려를 씻어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김 수석의 민정수석 임명을 통해 엿보인다.

이들을 통해 문 대통령은 집권 후기에도 어떠한 외풍에도 절대로 물러서지 않고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조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지명 전 이미 윤 총장은 검찰 인사를 통해 ‘물갈이’라고 할 만한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의도였든 아니었든 윤 총장 임명 전후로 60명이 훌쩍 넘는 검사가 옷을 벗었다. 거의 지방검찰청 하나가 통째로 사라진 것이다.

법무부 내부도 마찬가지다. 과거 법무부는 검사들이 근무하길 선호하던 ‘명당’이었다. 수도권에 위치한 서울중앙지검, 대검 등과 함께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이라고 불리던 법무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서 법무부에서 검찰 색깔을 빼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고, 이젠 기획조정실장이나 검찰국장 등을 제외하면 실·국장급 자리에서 검찰 인사가 차지하고 있는 자리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남은 건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공수처 설치 관련 법의 국회 통과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조 후보자의 지명을 발표하면서 “조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임용돼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확고한 소신과 강한 추진력을 갖고 기획조정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며 “법무무 장관으로서 검찰개혁, 법무부 탈검찰화 등 핵심 국정 과제를 마무리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법질서를 확립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 사무실이 차려진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으로 출근하면서 “서해맹산(誓海盟山)의 정신으로 공정한 법질서 확립, 검찰개혁, 법무부 혁신 등 소명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서해맹산’이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진중음(陣中吟)’의 한 구절로 임금의 피난 소식을 들은 충무공이 왜적을 무찌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청와대는 26일 민정수석에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일자리 수석에 황덕순 일자리기획비서관, 시민사회수석에 김거성 전 한국투명성기구 회장을 임명한다고 발표했다.이날 춘추관에서 김조원 신임 민정수석이 노영민 비서실장의 소개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청와대는 26일 민정수석에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일자리 수석에 황덕순 일자리기획비서관, 시민사회수석에 김거성 전 한국투명성기구 회장을 임명한다고 발표했다.이날 춘추관에서 김조원 신임 민정수석이 노영민 비서실장의 소개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그는 “세상 여러 물과 만나고, 내리는 비와 눈도 함께 하며 멀리 가는 강물이 되고자 한다”며 “향후 삶을 반추하며 겸허한 자세로 청문회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지명에 대해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는 지난 2년 반 정도 추친했던 검찰개혁에 대한 마무리 의지이자, 야당의 반발 유무와 관계없이 집권 후반기 국정도 강하게 끌고 가겠다는 청와대의 의중을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평했다.

박 교수는 “이제 조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법과 제도적인 측면에서 전반기 때 추진한 개혁조치에 대한 마무리를 하려 할 것”이라며 “윤 총장은 일선에서 그런 조치를 실행에 옮기면서 역할 분담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검찰의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서 그는 “우리는 ‘검찰공화국’ 아닌가. 언제까지 검찰의 중립을 놓고 싸울 수는 없다”며 “윤 총장이 내부반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검찰 인사를 관철한 만큼 검찰개혁도 상당부분 이뤄질 것이라 본다”고 점쳤다.

‘2기 사정라인’에 대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천지일보와의 대화에서 “조 후보자와 윤 총장의 호흡이 관건”이라며 “어쨌든 검찰 출신이 아닌 조 후보자와 누구보다 검찰을 사랑하는 윤 총장 사이에 얼마큼 잘 조정이 되는지가 검찰개혁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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