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중인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부 장관 9일 오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들어오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19.8.9
방한 중인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부 장관 9일 오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들어오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19.8.9

정경두 국방장관과 회담 전 강경화 외교장관 회동

에스퍼 방한 전 트럼프 ‘방위비 분담금 인상’ 언급

국방장관 회담에선 북핵·미사일 등 안보현안 논의

靑 방문 정의용 실장 만난 후 文대통령 예방 예정

호르무즈 파병·한일 군사정보협정 요청할 수도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한국을 처음 방문한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부 장관이 9일 오전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다. 카운터파트인 정경두 국방부 장관보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고위관계자인 강 장관을 먼저 만난 것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에스퍼 장관의 방한 직전인 지난 7일(현지시간) 한국이 올해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증액했고 추가 인상에 대해서도 협상이 시작됐다고 밝힌 바, 에스퍼 장관이 방위비 협상 고위관계자인 강 장관을 먼저 만난 것에는 압박의 의미가 있어 보였다.

다만 에스퍼 장관은 이날 강 장관을 만나 방위비 분담금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외교부 당국자는 “에스퍼 장관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일체의 언급이 없었다”며 “한미 동맹 주요 현안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날 면담에는 윤순구 차관보, 김태진 북미국장, 정연두 북핵외교기획단장 등이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에스퍼 장관의 방한 직전 당시 백악관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대해 언급하며 “한국이 미국에 더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 3만 2000명의 미군이 한국 땅에 있고 약 82년간 한국을 도와왔지만, 우리는 아무 것도 얻은 게 없다”고 압박했다.

이어 그는 ”한미 양국 관계가 매우 좋았지만 방위비 분담 문제는 수년간 두 나라의 관계가 매우 불공정한 것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더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으며 앞으로 그보다 더 많이 지불하는 것에도 동의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밝혔다.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장관은 정경두 장관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갖고 한반도 안보 정세에 대해 공유하고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공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한미 주요 안보 현안을 논의할 계획으로 방한했다.

최근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북한은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고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 독도 인근 영공을 침범하고, 한미일 동맹 관계인 일본은 한국을 향해 강제동원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수출규제를 강화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 현안이 산재해 있다. 이러한 내용을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해도 시간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에스퍼 장관은 외교부를 먼저 찾으며 방위비 분담금 관련 압박을 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한미는 올해 한국이 부담해야 할 주한 미군 주둔비를 작년 9602억원 대비 8.2% 인상된 1389억원에 합의했다. 하지만 미국 측은 합의한 분담금 유효기간을 기존 3~5년이 아닌 1년으로 조정하면서 내년 한미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서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은 내년에 적용될 올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5~6조원의 많은 증액을 요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센터장은 “미국은 한국과 방위비 협상 이후에 일본과도 협상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세게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그는 “한국 정부는 합리적인 부담을 하고 있음을 주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달 방한한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한국 정부에 5~6조원 규모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외교부는 지난 8일 “아직 협상 전”이라며 “한국과 미국은 지난달 미국 고위관리의 방한을 계기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향으로 방위비 분담 문제를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파병·한일 군사정보협정 연장 요청도 할듯

방한한 에스퍼 장관은 강 장관과 정 장관을 차례로 만난 후 이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도 면담할 예정이다. 오후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방한 기간 방위비 분담금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할 것으로 보이며, 이와 더불어 미국이 이란과 대치하며 추진하는 ‘호르무즈 호위 연합체’에 파병 요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미국의 공식 참여 요구는 아직까지 없었다”며 “(만약 미국 측의 파병 요청이 있다면) 우리 선박도 위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체 판단해서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에스퍼 장관은 또한 최근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경제보복으로 인해 한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오는 24일 갱신해야 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을 재고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신중 검토를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측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조하며 GSOMIA의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또한 미국이 지난 2일 러시아와 맺었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탈퇴한 후 아시아 지역 내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계획하고 있어서 그와 관련된 언급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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