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타자기 전성시대 테마전

1969년 4벌식으로 표준화

‘타자수’ 인기 직종으로 부상

한글타자경기대회까지 열려

타자기 사용 1세대 작가 탄생

 

전시실 안의 모습 ⓒ천지일보 2019.8.9
전시실 안의 모습 ⓒ천지일보 2019.8.9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탁탁탁.’ 1970~1980년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타자기 치는 소리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정겨우면서도 향수 가득한 소리. 이 같은 타자기는 한글을 널리 확대시키는 데 기여한 1등 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에는 한글 타자 배우기 열풍까지 불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 국립한글박물관(관장 김낙중)은 개관 5주년 및 한글 자판 표준안 제정 50주년을 맞아 상설전시실 테마전 ‘한글 타자기 전성시대’를 개최했다. 전시는 한글의 글쓰기 도구로 타자기가 널리 활용된 1970~1980년대를 소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한글, 손 글씨에서 기계 글씨로

오늘날 흔히 쓰는 컴퓨터 한글 표준자판의 원형은 1969년 과학기술처에서 정한 ‘한글 기계화 표준 자판안’에서 시작됐다. 당시 공문서 등에서 여전히 한자와 한글이 혼용됐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타자기를 개발‧보급해 한글 전용을 가속화하고자 했다.

하지만 한글 타자기는 제품별로 자판이 달랐다. 타자기 보급, 확산을 위해서 자판 통일이 절대적이었다. 이때부터 4벌식으로 타자기 자판을 표준화됐고, 한글 전용을 가속화하고자 했다. 연필·펜 등으로 적던 한글은 이제 기계로 입출력되기 시작했다.

공병우의 3벌식 한글 타자기(공영태 소장, 1947년) (제공:국립한글박물관) ⓒ천지일보 2019.8.9
공병우의 3벌식 한글 타자기(공영태 소장, 1947년) (제공:국립한글박물관) ⓒ천지일보 2019.8.9

◆스피드 시대의 필수품 한글 타자기

1970~1980년대는 한글 타자기 전성시대였다. 1969년 4벌식으로 한글 타자기 자판이 표준화된 후, 정부에서는 타자기 사용을 적극 권장했다.

자판 표준화 이후 정부에서는 한글타자경기대회를 개최했다. 당시에는 공문서를 타자기로 작성하게 하는 등 타자기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때였다. 실제로 공무원과 은행직원, 상업고등학교 학생 등이 4벌식 타자기로 타자속도와 한글 문서 서식의 정확성을 겨루었다. 1등에게는 대통령상과 함께 부상으로 상금 10만원이 주어졌다.

타자기 확산 및 보급으로 타자수는 금세 인기 직종이 됐다. 1973년에는 전국 타자수가 7만여명, 학원이 서울 시내에 51곳에 달했다. 거기다 타자 기능검정 시험에 2만 5천여 명이 몰렸다. 한글 타자 배우기 열풍이 이어진 가운데, 1978년 무렵 국산 표준 타자기가 개발됐고, 타자기는 더욱더 확산됐다. 4벌식 표준 타자기를 주로 사용한 곳은 공공기관이었다. 민간에서는 3벌식 타자기 등 다른 타자기를 사용했다. 1981년에 제 24회 하계 올림픽(88올림픽) 개최지가 서울로 결정되면서 타자기 광고에도 올림픽 마케팅이 등장했다.

제1회 공무원 및 제2회 전국 한글타자경기대회 참석자들. 1970년, 국가기록원 소장 (제공:국립한글박물관) ⓒ천지일보 2019.8.9
제1회 공무원 및 제2회 전국 한글타자경기대회 참석자들. 1970년, 국가기록원 소장 (제공:국립한글박물관) ⓒ천지일보 2019.8.9

◆문학 작품 남기기도

한글 타자기는 글쓰기를 전문으로 하는 직업군이나 개인에게도 영향을 줬다. 작가 한승원은 1970년대 초부터 타자기로 글을 쓴 작가 1세대이며, 타자기로 여러 문학작품을 남겼다. 소설 ‘누이와 늑대’ 원고가 대표적이다. 또한 한승원이 타자기 앞에 앉아 소설을 쓰는 것을 본 딸 한강 작가도 자연스레 아버지를 보며 작가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타자기가 누군가에는 꿈을 제공한 것이었다.

박물관 관계자는 “40~50대 이상의 어른들은 타자기를 통해 옛 추억을 떠올리고 향수를 느낄 수 있다”며 “10~30대까지의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의 이야기를 새롭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글 타자기 전성시대’ 테마전은 내년 2월 2일까지 상설전시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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