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춘태 세계한국어교육자협회(WATK) 수석부회장, 한글세계화운동총본부 뉴질랜드 본부장

 

바누아투공화국 원시부족민서 유래

학대 피해 나무에서 뛰어내린 여성

남성들의 전통성인식 등 유래설

1987년 뉴질랜드서 레포츠로 상업화

번지점프 (제공: 박춘태 교수) ⓒ천지일보 2019.8.9
번지점프 (제공: 박춘태 교수) ⓒ천지일보 2019.8.9

◆번지점프의 유래

20세기 후반부터 혜성처럼 떠오르며 대중화된 모험레포츠가 있다. 이 레포츠의 특징은 극한의 스릴·쾌감·모험심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유낙하를 할 때 느끼는 짜릿함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전율을 일으키게 한다. 이 레포츠는 세계 각국에서 인기 레포츠로 각광받기 시작했는데 바로 번지점프(bungy jump)다. 다른 말로 번지게임(bungy game)이라 부르기도 한다.

강한 고무 끈으로 만든 번지 줄의 유연한 탄력으로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더라도 거의 충격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반동을 즐기는데 이는 신축성과 반발력이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번지점프대에서 이뤄지는 자유낙하의 길이는 일반적으로 200미터 이내로 제한돼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번지점프대로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브로크란스 강(Bloukrans River) 다리에 있다. 다리 높이만 하더라도 400미터에 달하며 번지점프의 길이도 170미터에 달한다. 다리를 쳐다보기만 해도 다리가 후들후들 떨릴 정도다.

번지점프의 유래를 살펴보자. 두 가지 설이 있는데 공통점은 뉴질랜드 근처 섬나라인 바누아투(Vanuatu)공화국의 펜테코스트(Pentecost)에 사는 원시 부족민에게서 유래됐다는 점이다. 하나는 남성들의 전통 성인식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남편의 학대를 피해 나무에서 뛰어내린 아내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전해진다. 먼저 남성들의 전통 성인식을 보자. 이 섬에서는 매년 봄이면 남성의 성인통과의례를 했다. 성인 남성의 기준은 연령 면에서 15세에 달해야 했는데, 성인 자격으로 최우선시한 것은 체력과 담력 시험이었다. 그래서 15살이 된 남성은 추장이 지시한 20~30미터 높이의 나무 또는 탑에서 ‘번지’라는 넝쿨이나 나무줄기로 엮은 줄을 두 다리에 묶고 뛰어내려야 했다. 에어 매트리스조차 없는 맨 땅을 향해 뛰어내렸기에 아찔한 모험이었다. 또 줄이 멈추는 곳은 지상 1미터 정도에 불과했기에 스릴 넘치는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성인식을 통해 담력과 강인한 도전력을 키울 수 있었다.

이번엔 남편의 학대 때문에 나무에서 뛰어내린 아내의 이야기를 보자. 바누아투공화국의 펜테코스트에 거주하는 한 여인이 있었다. 이 여인은 남편으로부터 학대를 받는 일이 잦았다. 이러한 일이 빈번해지자 여인은 이를 피하기 위해 온갖 궁리를 했다. 그 결과 집 근처에 있는 반얀나무(Banyan Tree) 위에 숨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했다. 어느 날 남편은 아침부터 여인을 학대하기 시작했다. 이를 참지 못한 여인은 남편이 한눈을 파는 사이 반얀나무 위에 올라가 숨었다. 남편은 갑자기 아내가 사라진 것에 대해 대단히 놀라게 됐으며, 아내를 찾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수소문했다. 그러나 찾을 수 없었다. 마침내 남편이 반얀나무 밑을 지나가게 됐는데 그 나무 위에서 뭔가 움직이는 듯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에 나무 위를 쳐다보게 되었다. 놀랍게도 아내가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아내에게 빨리 내려오라고 여러 번 외쳤지만 아내는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화가 잔뜩 난 남편이 나무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남편이 여인이 있는 나뭇가지 가까이 오자 여인은 불안한 마음에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아내는 재빨리 자신의 발에 칡의 일종인 ‘번지’라는 넝쿨을 묶었다. 그리고 아래로 뛰어내렸다. 아내가 있는 나뭇가지에 다다르자마자 아래로 뛰어내린 아내를 본 남편은 다급한 나머지 그냥 뛰어내렸다. 안타깝게도 남편은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를 기점으로 바누아투 섬에 사는 기혼남성들이 30미터 높이의 나무 위에서 자신의 발에 넝쿨을 묶은 채 뛰어내리는 일이 종종 있었다. 당시 남성들의 이러한 행위는 아내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는 의식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번지점프는 나무로 탑을 만들고 ‘번지’ 넝쿨을 발목에 묶어 뛰어 내리는 원시적인 점프를 하였기에 탄력이 거의 없었다.
 

자유낙하를 할 때 느끼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번지점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8.9
자유낙하를 할 때 느끼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번지점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8.9

◆번지점프의 발전사

번지점프를 놀이로 즐기기 시작한 때는 언제일까. 1979년에 영국 브리스톨(Bristol)의 클리프턴 현수교(Clifton Suspension Bridge)에서 옥스퍼드대학교 모험스포츠 동아리 회원이 뛰어내린 것이 계기가 됐다. 높이가 무려 76미터였는데 아찔함을 무릅쓰고 모험을 감행하였다. 여기서 자신감을 얻은 그들은 곧이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에서 회원 4명이 줄을 묶어 뛰어내렸다. 그럼에도 그들은 번지점프의 대중화를 이끌지는 못했다.

번지점프는 1987년부터 뉴질랜드에서 레포츠로 상업화되었다. 레포츠화의 주인공은 뉴질랜드인 AJ 해킷(AJ Hackett)이다. 그는 같은 해 프랑스 파리 에펠탑(Eiffel Tower)에서 번지점프를 시도하게 된다. 에펠탑은 전체 높이가 324미터에 달하는데 이는 81층 빌딩 높이에 해당한다. 해킷은 에펠탑의 110미터 높이에서 번지점프를 해 세계인을 이목을 집중시킨다.

파리에서 성공적으로 번지점프를 마친 그는 1988년에 뉴질랜드 남섬에 위치한 모험의 도시 퀸스타운(Queenstown)으로 온다. 퀸스타운에서 23㎞ 떨어진 곳에는 뛰어난 자연경관에 아름다운 옥색을 띤 카와라우강(Kawarau River)이 있다 강에 있는 다리의 높이가 47미터에 달하는데, 그는 이 강의 다리에서 ‘헨리 밴 이시(Henry Van Asch)’와 43미터 아래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뛰어내리게 된다. 이 사건은 ‘번지점프’의 레포츠화를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 번지점프를 즐기려는 회원들이 증가함에 따라 ‘해킷-번지클럽’이 만들어진다. 50명의 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번지점프를 지도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인기 레포츠로 도약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된다. 해킷은 지도 능력뿐만 아니라 자신의 번지점프 실력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발전한다. 그가 700미터 상공의 헬리콥터에서 번지점프를 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또 퀸스타운에는 ‘렛지 번지(Ledge Bungy)’라는 야간 번지점프가 있어 더욱 강렬한 스릴을 느끼게 한다. 이 번지점프는 상공 400미터 곤돌라 위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퀸스타운의 화려한 불빛과 아름다운 밤하늘의 별빛을 볼 수 있다. 이 번지점프의 특징은 발이 자유롭도록 특수한 안전장비를 착용하는 만큼 자유낙하하는 동안 몸을 비틀어 회전하는 등 다양한 스타일을 만들 수 있다. 마치 공중곡예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모험과 스릴을 즐길 수 있는 번지점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8.9
모험과 스릴을 즐길 수 있는 번지점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8.9

현재 뉴질랜드에서 번지점프를 즐기는 클럽은 12개에 이르며 소속된 회원만 해도 약 2만 5000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가 됐다. 번지점프 마니아층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는 짜릿함과 함께 강한 모험심이 대중화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영향에 힘입어 번지점프가 주요 관광상품으로 자리매김한 지도 30년이 됐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높은 점프대는 과연 높이가 얼마나 될까. 퀸스타운의 네비스 하이와이어(Nevis Highwire) 번지점프대로 높이가 무려 134미터에 달하며, 낙하속도는 시속 120㎞에 달한다. 이쯤 되면 보통 사람들은 높이에 기겁을 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골프의 아이콘인 타이거 우즈는 이곳에서 번지점프를 했다. 아름다운 전망에 매료된 그는 놀랍게도 하루에 두 번이나 뛰어내렸다. 그의 담대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번지 줄의 강도와 길이는 사람의 몸무게 등 신체적 조건에 따라 다르다. 35㎏부터 235㎏까지 지탱할 수 고무 끈을 쓴다. 최근 뉴질랜드의 번지점프 마니아들은 헬리콥터, 열기구 등에서 무리를 지어 뛰어내리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번지점프가 레포츠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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