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를 비판하면서 ‘벙어리’라는 표현을 써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물론 황 대표가 지적한대로 문재인 정부의 안보상황은 사실 불안하기 짝이 없다. 한반도 주변 4강이 모두 한반도를 향해 위협을 가하는 형국이다 보니 국민적 불안감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대응책을 보면 오히려 국민이 국가안보를 걱정해야 할 수준이다.

이런 점에서 야당을 대표하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문재인 정부의 안보실태를 강하게 비판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또 야당 대표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러나 그 어떤 비판이라도 비판의 내용과 수준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다면 차라리 안하느니 못한 경우가 많다. 비판하는 당사자에 대한 불신과 비판의 목소리가 더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황 대표가 이번에 발언한 ‘벙어리’라는 표현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장애인 비하에 다름 아니다.

‘벙어리’는 언어장애인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다. 우리가 언어장애인, 시각장애인 등으로 표현하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비하를 의식적으로 해소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동질적인 시선으로 사물에 접근하기 위한 의지의 산물이다.

따라서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더 앞장서서 장애인의 아픔을 보듬고 품어 줄 수 있는 위치에 서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지도자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1야당 대표가 그런 장애인의 상처를 보듬고 위로하기는커녕 ‘벙어리’라는 표현으로 시각장애인들의 상처를 파헤친다면 이 어찌 정치 지도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번 황교안 대표의 ‘벙어리’ 발언은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고 본다. 그간 황 대표의 발언과 인식이 수차례 국민의 지탄을 받은 사실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동성애 문제부터 외국인 노동자 이번에는 장애인까지. 당내에서 오죽했으면 말을 좀 줄여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겠는가. 현실에 대한 냉철하고도 치열한 문제의식 없이 그냥 던지는 말은 말이 아니다. 오히려 독이 되고 칼이 될 수 있음을 황 대표도 직시해야 한다.

당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8일 페이스북에 “황 대표는 공식 사과하고 장애인 인권 교육을 국가인권위가 제시하는 기준으로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1야당 대표에게 장애인 인권 교육부터 받아야 한다는 것은 장애인들의 상처가 얼마나 큰 지를 잘 알아야 한다. 단순한 말실수로 넘길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박경석 공동대표의 지적대로 정중히 사과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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