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속으로] 스포츠, 극일(克日)의 길
[스포츠 속으로] 스포츠, 극일(克日)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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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연구소장

제국주의가 판을 치던 19세기와 20세기 전반 ‘극단의 시대’에는 무역으로 상품이 국경을 넘지 못하면 총칼을 든 군인들이 전쟁을 통해 국경을 무력화시켰다. 영국이 청나라가 아편문제로 수입규제를 단행하자 역사적인 ‘아편전쟁’을 일으켰으며, 일본은 미국의 석유수출 금지조치에 불만을 품고 기습적으로 진주만을 공격, 태평양 전쟁을 불러왔다. 통상정책과 무력 압박을 병행했던 게 제국주의 시대의 단면이었다.

수천만의 인명을 살상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념과 체제 대결로 극심한 냉전 시대를 겪었으며 세계 곳곳에서 한국전, 월남전, 중동전 등 국지전이 벌어졌다. 제국주의 시대와 많이 달라진 것은 지난 수십년간 국가간 경제적 문제로 많은 대립과 마찰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전쟁까지 확대되지는 않으나 경제적 이해관계로 인해 통상문제에서 심각한 균열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일본의 한국수출 규제로 촉발된 최근 한․일간 갈등 문제는 날로 상황이 악화돼 말 그대로 ‘경제전쟁’을 방불케 한다. 제국주의 시대처럼 양국이 실제 전쟁으로 가지는 않겠지만 한일 양측에서 터져 나오는 정치인, 국민들의 말과 행동은 전쟁을 앞둔 것처럼 전의로 가득차 있다. 한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담화를 발표한 뒤, 경제는 물론, 정치, 외교, 문화, 체육 등에서 일본과의 교류를 전면 중지, 혹은 중단을 적극 고려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일본과의 군사정보교류협정 폐지, 관광객 일본 방문 자제 등이 최근에 검토되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 내년 도쿄올림픽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선수단 안전문제로 보이콧을 해야 한다는 찬성과 4년간 올림픽만 바라본 선수단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반대 여론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미 한․일간 스포츠 교류는 얼어 붙었다. 시즌을 앞두고 있는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는 8~9월경에 한국과 훈련 여건이 비슷한 일본 전지훈련을 찾곤했는데, 올해에는 이를 전면 중지하거나 대만, 필리핀 등 다른 국가들로 대체하는 분위기이다. 프로농구 울산 현대 모비스, 전주 KCC, 인천 전자랜드, 안양 KGC 인삼공사, 창원 LG, 원주 DB 등은 기존 계획을 백지화하거나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여자 프로배구도 KGC 인삼공사, 현대건설, 한국도로공사, IBK 기업은행 등이 일본 전지훈련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춘천시청 등 한국여자컬링 2개 팀은 이달 초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월드컬링클래식대회에 불참했고, 강릉시는 오는 16~18일 강릉컬링센터에서 벌어질 한중일 여자컬링친선대회에 중국을 초청하는 대신 일본은 초청하기 않기로 결정했다. 한․일간 스포츠 교류가 급격히 냉각된 것은 국민들 사이에서 점차 늘어나고 있는 반일 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 스포츠는 한국에 대해 별반 영향을 받지 않는 분위기이다. 전 일본 대학농구 챔피언 하쿠오 대학팀은 이달 초 예정된 한국 친선 경기를 예정대로 실시해 일본 방문을 꺼려하는 한국스포츠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국스포츠가 오랜 동반적 관계를 이룬 일본스포츠의 국격을 넘어서려면 좀 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자세를 보였으면 싶다. 경제적 문제와 관계없이 한․일간 스포츠 교류는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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