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 바늘귀-김영재(1948 ~ )
[마음이 머무는 시] 바늘귀-김영재(194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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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귀

김영재(1948 ~  )

뾰족한 송곳을 바늘이라 하지 않는다  
바늘귀가 없으면 바늘이 될 수 없다
바늘은 찌르기도 하지만 아픈 곳 꿰매 준다
나는 누구의 상처 꿰맨 일 있었던가
찌르고 헤집으며 상처 덧나게 했지
손끝에 바늘귀 달아 아픈 너 꿰매고 싶다 

[시평]

바늘이나 송곳이나 모두 그 끝이 뾰족하다. 바늘이나 송곳은 무언가를 찌르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끝이 모두 뾰족하다. 그러나 송곳은 다만 찔러서 구멍을 내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면, 바늘은 다만 구멍을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구멍을 내고는 그 사이로 실을 넣어 꿰매는 것을 그 중요한 목적으로 하는 것이 다르다. 송곳은 구멍을 내는 일을 하지만, 바늘은 그 구멍을 메우는 일을 한다.

살아가면서 때때로 구멍을 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구멍을 메워주는 일 역시 중요하다. 그래서 바늘에는 송곳에 없는, 실을 끼워야 하는 귀를 지니고 있다. 바늘귀. 바늘귀를 지니고 터지고 헤진 곳을 꿰매준다는, 어찌 보면 참으로 우리 삶의 힘들고 아픈 일을 해주는 신통한 것이 바늘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는 흔히 남을 헐뜯고 비방하고, 남의 험담하는 것을 아무 것도 아닌 양 하는 버릇을 지녔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이면 남의 이야기를 많이 하곤 한다. 실은 그래서 이러한 남에 대한 험담으로 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하고, 아픔을 주기도 한다.

남의 헤지고 터진 상처를 꿰매주는 일보다는 남을 찌르며 남을 아프게 하는 일을 우리는 어쩌면 더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살아가며 이런 반성을 하며, 다만 송곳이 아닌, 바늘 마냥, 저마다의 손끝에 바늘귀를 달아, 헤지고 터진 아픈 세상의 사람들 마음을 꿰매준다면, 그래서 그 아픔 달래줄 수 있다면, 이 세상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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