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태고종 제26대 총무원장 편백운스님(왼쪽)이 불신임을 당했음에도 자신을 태고종 총무원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0일 제27대 호명스님 집행부가 공식 출범했다. ⓒ천지일보DB
한국불교태고종 제26대 총무원장 편백운스님(왼쪽)이 불신임을 당했음에도 자신을 태고종 총무원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0일 제27대 호명스님 집행부가 공식 출범했다. ⓒ천지일보DB

원장직 놓고 ‘한 지붕 두가족’
호명스님, ‘총무원 퇴거’ 촉구
백운스님, 불신임안 무효주장
종도들의 민심도 둘로 갈라져
‘2총무원장 이어 2종회’ 우려
태고종 사태 장기화될 모양새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장 자리를 놓고 제26대 총무원장 편백운스님과 제27대 총무원장 호명스님 집행부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두 집행부가 양쪽으로 완전히 갈리면서 태고종 내홍은 좀처럼 진화되지 않고 있다.

현 총무원장 호명스님은 지난달 26일 당선증을 받고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편백운스님은 중앙종회와 원로회의의 총무원장 불신임안을 원천무효라고 주장하며 총무원 청사를 비워주지 않고 있다. 불신임은 사실상 ‘탄핵’을 의미한다.

이에 최근 태고종 국회 격인 중앙종회 인준으로 공식출범한 호명스님 집행부는 불신임을 당했음에도 총무원사를 점거하고 있는 편백운스님 집행부 임원에 대한 강제소환에 나섰다.

교계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규정부(부장 법해스님)는 5일 서울 태고종 총무원사 앞에서 편백운스님 외 13명 스님에 대한 강제소환 절차를 집행했다. 이는 앞서 진행된 ‘전국 시도 교구 규정국장회의’에서 종법에 따라 강제소환 집행을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태고종 종법 제35호 ‘규정업무처리에 관한 법’ 제9조 소환불응자에 대한 처리규정을 보면 ‘정당한 사유 없이 3회 이상 소환에 불응할 때는 강제 소환할 수 있으며 강제소환은 규정부장이 지명한 규정위원이 소환 당사자를 방문해 임의동행으로 구인함을 말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규정위원 스님들은 폐쇄된 총무원 청사 앞에서 규정부장 법해스님 명의로 작성된 구인장 취지문을 공표하고 집행에 나섰다. 규정부는 취지문에서 “편백운스님은 중앙종회와 원로회의에서 불신임당해 총무원장직을 상실했고 본종 최고 사법기구인 호법원에서 6월 3일 선출 무효와 당선 취소로 총무원장 해임의 징계를 결정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구인 이유에 대해 “그런데도 편백운스님 외 13명은 총무원사를 불법 점거하고 종무행정을 마비시킨 채 종단이야 어찌되던지 지속적으로 사회법에 고소고발을 남발하며 해종행위를 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전국시도교구 규정국장 스님들은 결의문을 발표하고 편백운스님으 향해 ▲해종행위 중단 ▲총무원 즉각 퇴거 ▲1만 종도를 향한 참회 ▲총무원 규정부 조사 수용 ▲한국불교신문을 통한 종도 갈등 및 종단 분열 행위 중단 등을 촉구했다.

그러나 편백운스님측은 총무원 청사문을 폐쇄하고 구인(소환)에 불응했다. 또 태고종 기간지인 한국불교신문을 통해 규정부 스님들을 ‘정체불명의 조폭 같은 승려’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또한 호명스님 집행부가 언론 플레이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불교신문은 “유령총무원을 차려놓고 종단사태에 기름을 부어 더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호명스님의 비구니 스캔들, 청련사 게이트 의혹사건이나 제대로 취재해서 보도해야 한다”며 “호명스님의 편에 서서 사건의 진실을 왜곡하는 기사를 즉각 내리고 자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편백운스님은 “불신임 사유는 이미 검찰에서 ‘무혐의’로 판정 났기 때문에 소송과 무관하게 새롭게 종단건설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두 명의 총무원장에 이어 두 개의 중앙종회가 구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편백운스님은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 1층에서 종단사태 수습을 위한 구종법회를 열고 “종헌·종법상으로 종회에서 불신임 결의는 할 수 있으나, 사임이나 해임에 대한 어떠한 규정도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편백운스님은 새로운 종무방침으로 ▲총무원 집행부 주도로 제15대 종회 구성할 것 ▲종단체제정비 및 제도개혁을 위한 원로회의 새롭게 구성할 것 ▲종도들 참종권 확대해 자질 우수한 종도들 영입할 것 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편백운스님은 “나는 호명 총무원장 집행부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종단재산을 사유화한 천중사와 청련사를 비호하는 14대 중앙종회도 더 이상 종단사를 논의할 가치가 없다고 본다. 이제 구종위원회와 모든 종단사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집행부가 서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어느 한쪽이 실권을 잡는다고 할지라도 종도들 간에 상처로 또 다른 세력을 만들어 공격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종단의 원로격으로 정신적 지주로 평가되는 종정은 현재 공석인 상태로, 종단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닌데다가 종도들의 민심도 양쪽으로 나눠진 상태여서 태고종 사태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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