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일 오전 10시 32분께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제주동부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되는 고유정의 모습. (출처: SBS·세계일보)
지난 6월 1일 오전 10시 32분께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제주동부경찰서 형사들에 의해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되는 고유정의 모습. (출처: SBS·세계일보)

고유정사건 경찰청 진상조사팀

전 제주동부서장 등 관계자 셋

수사과정 부실하다며 감찰의뢰

고유정 체포영상 유출도 감찰

종합대응팀 등 개선책도 발표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전 남편을 살해·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에 대해 사건 초기 부실수사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경찰 수사 책임자들이 감찰 조사를 받게 됐다.

경찰청 진상조사팀은 실종 초동조치 및 수사관정에서 일부 미흡한 점이 있다고 보고 박기남 전 제주동부경찰서장(현 제주지방경찰청 정부화장비담당관)을 포함해 제주동부서 여성청소년과장과 형사과장 등 수사책임자 3명에 대해 감찰 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고유정은 지난 5월 25일 제주시 조천읍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유정의 범행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여론의 공분을 샀는데, 그 과정에서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 미확보 ▲졸피뎀 미확보 ▲현장보존 미흡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 같은 논란이 일자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달 1일 “수사과정에서 부족함이나 소홀함이 있었던 부분에 하나하나 짚어보겠다”고 말했다.이에 지난달 2일부터 7일까지 경찰청은 제주도에 인원을 파견해 진상조사를 실시했다. 진상조사팀은 부실수사 논란 대상인 제주 동부경찰서 형사과와 여청과, 감식과 등 관련부서를 조사했다.

【제주=뉴시스】 9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 정문 앞에서 ‘전 남편 살해사건’ 피해자의 출신지역인 애월읍 주민들이 고유정에 대한 부실수사 의혹을 해명하라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2019.07.09.
【제주=뉴시스】 9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 정문 앞에서 ‘전 남편 살해사건’ 피해자의 출신지역인 애월읍 주민들이 고유정에 대한 부실수사 의혹을 해명하라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2019.07.09.

경찰 관계자는 “현장 점검 결과, 실종 신고 접수 후 초동조치 과정에서 범행 장소인 펜션 현장 확인과 주변 수색 등이 지연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압수수색 시 졸피뎀(수면제의 일종) 관련 자료를 발견하지 못한 사실 등을 확인해 내린 결론”이라고 감찰 의뢰 이유를 설명했다.

수사팀은 지난달 1일 고유정을 긴급체포하면서 주거지 압수수색도 함께 진행했다. 이를 통해 피 묻은 칼 등 범행 도구를 확보했지만 졸피뎀 약봉지를 찾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졸피뎀 약봉지는 고유정의 현 남편이 고유정의 파우치에서 찾아 경찰에 건넸다.

진상조사팀은 “압수수색 당시 졸피뎀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압수수색 과정에서) 좀 더 깊이 있는 고민과 수사 지휘가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부분도 감찰 대상”이라고 언급했다.

상당한 논란이 일었던 폐쇄회로(CC)TV 확보와 관련해서 진상조사팀 관계자는 “실종 조사는 수색을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범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서 CCTV를 확인하는 순서를 정해야 한다”며 “우선순위 판단에 있어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 남편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5월 27일 사건 현장 인근에 설치된 CCTV 위치만 확인하고 그 내용은 들여다보지 않았다. 이튿날이 돼서야 경찰은 마을 어귀 방범용 CCTV를 확보해 분석에 들어갔다.

펜션 인근 CCTV는 신고 3일째인 29일 확인에 들어갔다. 피해자 강씨의 남동생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경찰은 해당 CCTV에서 고유정의 수상한 거동을 확인했다.

검찰로 송치되는 고유정(제주=연합뉴스)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검찰로 송치되는 고유정(제주=연합뉴스)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이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이로 인해 경찰이 CCTV를 일찍 확인했다면 시신유기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또 진상조사팀은 당시 수사팀이 ‘전 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고유정의 진술에 매달리느라 시간을 허비한 점도 지적했다. 진상조사팀 관계자는 “최종목격자(고유정)가 하는 거짓말에 휘둘렸다”며 “사실 판단을 신중하게 해야 했고 더 일찍 거짓말이란 걸 알아채야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펜션 범행 현장을 제대로 보존하지 못한 점도 감찰 대상이다. 당시 수사팀은 현장에 폴리스라인도 설치하지 않았다. 펜션 주인의 강력 반발에 경찰은 펜션 내부 청소도 허가했다.

고유정 체포 영상이 언론에 유출된 경위도 감찰을 의뢰했다. 해당 영상은 박 전 서장이 적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동부서장 시절 한 번, 제주청으로 이동한 뒤에 두 번 등 세 번에 걸쳐 유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 영상은 원칙적으로 피의자 인권 문제가 있어 내부 보고와 필요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그런 부분에 일부 미흡한 점이 확인돼 함께 감찰조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전 남편 살해 고유정 얼굴 공개(제주=연합뉴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앞서 지난 5일 제주지방경찰청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고씨의 얼굴, 실명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전 남편 살해 고유정 얼굴 공개(제주=연합뉴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앞서 지난 5일 제주지방경찰청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고씨의 얼굴, 실명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박 전 서장은 앞서 ‘야만적인 현대판 조리돌림’을 당할 수 있다는 이유로 현장검증을 반대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런 그가 인권 침해 요소가 있는 행위를 이유로 감찰 대상이 오르게 됐다.

경찰은 앞으로 고유정 사건에서 발생한 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주요 사건에 대해선 경찰청 주도의 종합대응팀을 가동할 계획도 밝혔다. 초동수사부터 본청과 지방청이 적극 협력해 혹여나 놓칠 수도 있는 부분을 채우겠다는 취지다.

실종 수사 매뉴얼도 개선해 실종자 등급 조정시 여청수사팀장이 명확한 사유를 실종자 정보 시스템에 입력하게 했다. 또 고위험군에 대해 알람 경보 기능도 추가했다.

한편 고유정의 첫 재판이 오는 12일 오전 10시 제주지접 201호에서 열리는 가운데 최근 피해자 유족이 법원에 청구한 친권상실 소송을 기각해달라는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유족 측은 지난 6월 18일 친권상실 선고 및 미성년 후견인 선임을 요구하는 심판 청구서를 법원에 접수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