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7일 중국 하이난성 충하이시에서 한 여성이 달러화와 위안화를 들어보이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6년 1월7일 중국 하이난성 충하이시에서 한 여성이 달러화와 위안화를 들어보이고 있다. (출처: 뉴시스)

美, 中 환율조작국 전격 지정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과 중국이 ‘환율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미국은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했다.

지금껏 ‘관세’를 가지고 전쟁을 벌인 미국과 중국이 이제는 ‘통화가치’까지 전선을 넓히는 모양새다.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함으로써 미중간 갈등이 최악으로 치달아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도 큰 파문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5일(현지시간) 오후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으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환율조작국이 되면 미국은 해당 국가에 대해 환율 저평가 또는 지나친 무역흑자 시정을 요구하게 된다. 이 요구 사항이 1년이 지나도 관철되지 않을 경우 해당국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 제한, 해당국 기업의 미 연방정부 조달계약 체결 제한, 국제통화기금(IMF)에 추가 감시 요청 등 구체적인 제재에 나설 수 있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중국 위안화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달러=7위안’의 벽이 무너지자 중국 당국이 사실상 환율조작을 했다는 인식으로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는 설명이다.

중국 당국이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점도 이번 환율조작국 지정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상무부와 국가개발개혁위원회는 온라인 성명으로 “중국 기업들이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농산물 수출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중서부 ‘팜 벨트’의 이익과 직결된 사안으로, 중국 당국이 이를 정조준하자 트럼프 행정부가 즉각 보복 조치를 강행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당국의 환율조작 여부를 제쳐두더라도 최소한 적극적으로 환율 방어에 나서지 않으면서 위안화 평가절하를 사실상 용인했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위안화 가치가 낮아지면 무역 측면에서는 중국산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무역전쟁으로 인한 관세 타격까지도 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CNBC방송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환율을 무기화하고 있다는 게 많은 전문가에게는 확실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위안화 환율의 추가적인 평가절하도 예상되고 있다. 헤지펀드 매니저 카일 배스는 CNBC에 “중국 당국이 통화가치를 방어하지 않는다면 위안화 가치는 30~40%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미중 무역갈등이 ‘경제 전면전’으로 확산하는 구도를 염두에 둔 조치라면 글로벌 경제에 변화가 생기는 만큼 환율발(發) 가격경쟁력 효과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이번 조치로 인해 무역협상이 중단된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제품에 물리는 관세 장벽이 한층 강해지면서 무역전쟁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내셔널 오스트리아 뱅크‘의 선임 환율 전략가인 로드리고 카트릴은 “미중 무역전쟁은 더 악화될 것이고, 우리는 공식적으로 환율전쟁중에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위안화 절하를 허용하고 중국 기업이 미국 농산물 구매를 중단하고, 미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은 더욱 위험한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의 환율 전쟁은 글로벌 경제 전반에 극심한 ‘패닉‘을 부를 수 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767.27포인트(2.90%) 하락하는 등 올해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한 이날 뉴욕증시는 장마감 직후에 전격적으로 발표된 ‘환율조작국 지정 발표‘에 한층 공포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또한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 아시아 주요국 주가는 전날에 이어 일제히 하락하며 장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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