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태국 방콕 센타라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굳은 표정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떨어져 있는 고노 다로 일본 외상 사이에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웃으며 분위기를 풀려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9.8.3
2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태국 방콕 센타라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굳은 표정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떨어져 있는 고노 다로 일본 외상 사이에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웃으며 분위기를 풀려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9.8.3

싱가포르 장관, 준비한 말 대신 일본에 쓴소리

미국도 직접적으로 나서진 않지만 물밑 ‘관여’

한일에 집중되면서 북한에 대한 관심 적어

북한, 리용호 불참 주태국 북한대사 참석

北, 실무협상 작업 아직 마무리되지 못한듯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싱가포르 장관이 준비한 발언을 접고 한국을 지지하고 일본을 지적하는 발언을 하는 등 한일 외교전이 치열했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막을 내렸다.

2일(현지시간)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싱가포르 외교장관이 고노다로 일본 외무상의 발언을 반박한 내용을 소개했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수출심사우대국)’ 목록에서 제외하는 각료회의 결정이 나온 날 아세안 관련 회의가 열렸고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이 주목됐다.

특히 아세안+3 회의에서는 싱가포르와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이 한국의 일본을 향한 규탄 목소리에 힘을 보태는 일도 있었다고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정부는 한일 갈등을 대화로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할 방침이다. 일본의 각의 결정 이후 공고 기간이 있고 3주가 지난 후 효력이 발생한다.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기까지 시간이 있다. 정부는 일본이 절차를 밟는 것을 계속 지켜보면서 이를 철회하고 대화에 나온다면 대화가 준비돼 있다는 입장이다.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은 일본이 한일 갈등 문제에 대해 다루기를 꺼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은 세 나라의 외교장관이 통역이나 배석자 없이 단독으로 만나는 3자 회동을 미국 측이 제안했다. 하지만 일본 측에서 실무자 각 1명씩을 배석하는 제안을 했고,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 데이비드 스틸웰 차관보,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배석했다. 미국은 세 장관이 허심탄회하게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일본이 이를 거부했다고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현지시간)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 미디어센터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19.8.3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현지시간)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 미디어센터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019.8.3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와 관련한 강경화 장관의 언급이 있었다고 했다. 강 장관은 “지소미아는 한미일 안보협력에 중요한 부분이지만, 우리로서는 모든 걸 테이블에 올려놓고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한미일 공조를 흔들 수 있는 한일 갈등을 적극적으로 중재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두 나라가 갈등상황을 휴전할 수 있는 ‘분쟁중지 협정’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제안에 대해 고노 외무상은 강 장관에게 “외교부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 외교라인은 물밑 회동을 자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은 1일 저녁 만찬에서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20여분간 대화를 나눴고, 미국과 일본 외교당국 간에도 공식, 비공식 대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ARF에 북한측 김제봉 주 태국 북한대사가 참석했다. 이번 포럼에는 북한이 유일하게 정회원으로 참석하는 역내 다자안보협의체로 북한에 큰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일에 초점이 더 쏠렸다. 북한 측에서는 이번에는 리용호 외무상이 참석하지 않으면서 현지 공관 대사가 포럼에 대신 참석하는 이례적인 일이 있었다.

리 외무상이 이번 ARF에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이 준비가 안 돼 있는 것 같다”며 “실무협상 준비에 몰두하는 거 같다. 아직은 준비가 덜 됐다는 평가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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