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지하철에서 30일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반대 시위대가 지하철 운행을 막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출처: 뉴시스)

홍콩 지하철에서 30일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 반대 시위대가 지하철 운행을 막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온유 객원기자] 지난 6월 9일 범죄인 인도 법안 철폐를 요구하며 시작된 홍콩시위가 ‘반중·반정부’ 시위로 격화하며 멈추질 않고 있다.

홍콩시민과 시위대의 저항이 계속되자, 중국 공산당은 “홍콩 행정부의 요청이 온다면 인민해방군을 투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공산당이 홍콩 시위대에 경고한 ‘군투입 가능성’은 지난 1989년 천안문 사건에 투입됐던 인민해방군의 무력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중국 공산당이 저항자들을 총과 탱크를 동원, 강력하게 유혈진압한 사건이 이번 홍콩 시위에서도 오버랩될 수 있다고 시위대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더 이상의 홍콩 시위가 홍콩 행정부의 운영 정책에 반해서는 안되는 것이고, 더 크게 중국 공산당의 당권에 도전하면 안된다는 강력한 경고장을 보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왕샹웨이 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편집장은 3일 ‘비록 홍콩이 미·중 간 전장이지만, 홍콩은 인민해방군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라는 제목의 SCMP 기고를 통해 군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비록 홍콩의 법과 질서가 심각히 훼손될 위험이 매우 실제적이긴 하다고 게재했다.

이어 군 탱크가 홍콩으로 밀고 들어오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1989년 톈안먼 사태 유혈 진압을 떠올린다하지만, 당시와 오늘날 홍콩의 상황은 매우 다르다고 내다봤다.

왕 전 편집장은 톈안먼 유혈 진압은 중국공산당이 중국에 대한 지배력을 잃고 쫓겨날 위험이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조치였다며 그때와 상황과 지금의 중국 상황은 매우 다르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톈안먼 유혈진압의 여파에서 알 수 있듯이, 군이 개입할 경우 국제사회의 제재로 중국의 경제 성장이 몇 년 후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왕 전 편집장은 “중국은 시위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면서 “최악의 경우 홍콩 경제가 붕괴해도 이는 국가 경제 발전에 장기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홍콩이 미·중 간 정치적 영향력을 다투는 전장이 될 가능성은 훨씬 높다”고 우려했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과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 등으로 인해 홍콩의 2분기 성장률이 1%에도 못 미쳤다.

지난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상반기 4.1%에 달했던 홍콩의 성장률은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하반기부터 급격히 낮아져 3분기 2.8%, 4분기 1.2%를 기록하더니 올해 1분기에는 0.6%를 기록했다.

홍콩 정부 대변인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경제 활력이 약화했다”고 설명했다.

에드워드 야우 홍콩 상무장관은 “사회적 분위기와 전반적 환경 악화 등으로 홍콩 경제가 빠르게 침체하고 있다”며 “시위의 영향은 3분기와 4분기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의 중국 정부에 대한 저항은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중앙정부의 강경 대응에도 불구하고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시민들의 시위가 각계각층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홍콩은 금융인을 비롯해 공무원, 교사, 예술가 등 각계 종사자들이 총파업을 벌이고 홍콩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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