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의 사퇴로 당・청 간 불화가 일단락됐다. 하지만 ‘진짜 갈등’은 지금부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청와대의 입김에서 벗어나겠다는 여당의 몸부림이 꿈틀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정 내정자의 낙마로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일단 여당은 분위기를 탔지만 기세를 그대로 이어 가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이번 일을 놓고 청와대는 물론 여론에서도 “너무 했다”는 반응이 나온 만큼 수위 조절을 하며 잔뜩 몸을 낮추는 모양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1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에 당의 뜻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일부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점은 아쉽다”면서 “당・청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나경원 최고위원도 거들었다. 나 위원은 “비가 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있다”면서 “당・청이 절차와 관련해 매끄럽지 못한 부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점은 잘 알고 있으며 앞으로 원활한 소통으로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하겠다”고 말했다.
이렇듯 당 지도부는 청와대와 소통의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형국이다. 안 대표는 당의 이번 결정을 두고 ‘거사’라고 표현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부담스러웠는지 이날 “국민의 뜻을 존중해야 하는 당의 입장에서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당 내에서조차 “청와대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는 목소리가 나온 만큼 사태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지는 미지수다. 특히 청와대와 교감 없이 최고위원들이 모여 속전속결로 ‘낙마’를 결정하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점은 “당이 알아서 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에 향후 당・청 관계에 민감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치컨설턴트인 이재술 인뱅크코리아 대표는 “한나라당은 차기 정권을 창출하는 부분에 있어서 장애가 되는 요소를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한 의지는 ‘청와대가 스스로 생존해야 한다’ ‘레임덕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레임덕을 막아 줄 방패막이가 될 수는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지금 같이 잠룡들의 행보가 더욱 활발해질수록 레임덕은 가속화할 것이고 총선과 대선을 바라봐야 하는 여당은 청와대와 일정한 선을 그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