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수출우대국) 제외 조치를 취한 가운데 국무회의를 생중계로 내보내며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조치 보복 조치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모두발언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2019.8.2
2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수출우대국) 제외 조치를 취한 가운데 국무회의를 생중계로 내보내며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조치 보복 조치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모두발언하고 있다. (출처: 청와대) 2019.8.2

文 “다시는 日에 지지 않아”
日, 백색국가 韓 제외 결정
1100여개 품목 타격 추산
韓, 군사정보공유 철회할듯
“日에 정보 받는 게 더 많아”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한국 대법원의 일본 강제동원 배상판결에 대한 일본의 보복 조치로 2일 아베신조 총리가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백색국가(수출우대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로써 한국은 1100여개 품목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일 갈등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는 일본의 조치를 강력히 규탄했다. 문 대통령은 “더 이상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조치에 대한 귀책사유가 일본에 있음을 밝히고 강력 대응을 선포했다. 한국 정부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으로부터 얻는 군사정보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日, 결국 백색국가 韓 제외

일본은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이 개정안에 서명하고 아베 총리가 연서한 후 공포 절차를 거쳐 21일 후 시행된다. 내주 중 공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개정안 시행 시점은 이달 하순으로 전망된다.

‘백색국가’는 군사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물품이나 기술을 일본 기업이 타국으로 수출할 때 일본 정부가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나라를 말한다. 여기에는 현재까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 국가 외에 한국, 호주, 뉴질랜드 등 총 27개국이 지정돼 있었다. 한국은 지난 2004년 이 리스트에 지정됐다. 하지만 이번에 이 목록에서 빠지는 첫 국가가 됐다.

앞서 지난달 1일 일본 정부는 에칭가스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규제 강화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함께 고시한 바 있다. 이 개정안이 적용되면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의 한국 수출 허가 절차가 엄격해지면서 한국 경제 산업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에 따라 지난 4일부터 반도체 관련 소재 3개 품목을 포함해 1100여개 품목이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2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치러진 참의원 선거 결과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2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치러진 참의원 선거 결과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강경화 “유감” 표시… 고노 “왜 불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과 한중일이 참석하는 회의에서 “일방적이고 독단적”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고노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장관은 “강 장관이 왜 불만인지 모르겠다”며 뻔뻔함을 드러냈다.

강 장관은 이날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아세안+3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엄중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일본의 결정이 자유무역이라는 근본적인 원칙을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고노 외무상은 “아세안 국가로부터 우리의 수출 관리 조치에 대해 어떤 불만도 듣지 못했다”며 “불만의 근원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고노 외무상은 안보 관점에서 민감한 재화와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는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일본이 사실상 한국 대법원의 일본기업 강제동원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취하면서도,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고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를 합법화하기 위한 주장으로 풀이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오전 태국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오전 태국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文·국회, 강력규탄…“지소미아 철회는 자해”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는 일본의 이번 2차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강력 규탄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며 우방으로 여겨왔던 일본이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이 참으로 실망스럽고 안타깝다”며 “우리 정부는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단호하게 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강제노동 금지’와 ‘3권분립에 기초한 민주주의’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와 국제법의 대원칙을 위반하는 행위, 일본이 G20 회의에서 강조한 자유무역질서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 등을 강력하게 지적했다. 국회에서도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일본 수출규제 철회 촉구 결의안’을 재석의원 228명 전원이 찬성하며 의결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이번 조치에 대한 대응으로 한일군사정보 협정인 ‘지소미아’ 파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날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에 “전 지구적 자유무역체제 하에서 용납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하면서도, 지소미아 파기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미일 군사 안보 동맹의 중요성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은 일본수출규제대책특위 긴급회의에서 “경제문제가 안보문제로 확전해선 안 된다. 지소미아 폐기는 일본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자해”라면서 “최근 북한 미사일 사거리를 (국방부가) 430㎞라고 밝혔을 때, 지소미아 협정으로 일본으로부터 받아서 600㎞로 정정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조치 규탄대회’에서 이해찬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8.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조치 규탄대회’에서 이해찬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8.2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