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문학의 체계적 전승·보전
아이들 ‘교육장소’로 안성맞춤
가사문학면 일대 ‘가사문학권’

가사, 말을 노래로 지어 ‘흥얼’
해박한 지식, 친절한 해설까지
문학관 견학 “세상 시름 덜어”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전남 담양군에는 송강 정철이 지은 ‘성산별곡’의 배경이 된 성산(星山) 아래 가사 문학의 산실로 꼽히는 한국가사문학관(문학관)이 고요한 산속에서 아늑한 자태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자연과 신묘한 조화를 이루는 문학관 풍경은 경이로울 만큼 소박하다.

이 곳은 아이들의 인성과 정서적, 문학적 소양을 기르고 교육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가사의 내용을 아직 모른다고 할지라도 면앙 송순, 송강 정철 등 당대 가사의 대가들을 떠올리게 한다. 문학관 입구에는 검은 소를 타고 피리를 부는 소년 모습의 조형물이 신비로움을 선사하며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 옆에는 ‘마음을 씻어 정갈하게 한다’ 는 뜻이 담긴 세심정(洗心亭)이 본관과 마주하고 있어 문학관의 정취가 한껏 돋보인다.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송강 정철이 지은 ‘성산별곡’의 배경이 된 성산(星山) 아래 고즈넉이 자리하고 있는 한국가사문학관이 주변 경관과어우러져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천지일보 2019.8.2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송강 정철이 지은 ‘성산별곡’의 배경이 된 성산(星山) 아래 고즈넉이 자리하고 있는 한국가사문학관이 주변 경관과어우러져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천지일보 2019.8.2

문학관 개관부터 해설을 맡아온 이정옥(56) 문화해설사는 가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가사 낭송까지 겸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해설사는 담양에 정자가 많은 이유에 대해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들어서면서 역성혁명이 일어났는데 고려의 충신들이 고향으로 가면서 시작된다”며 “이때 영남의 남쪽으로 간 사람은 영남학파, 호남의 남쪽으로 내려간 사람들이 호남학파를 이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담양(潭陽)은 예로부터 물이 많고 햇볕이 좋아 양식이 풍부한 곡창지대로 유명했다”며 “당시 현실 정치를 떠나 낙향을 원했던 지식인들이 스스로 선택한 ‘유배지역’ 이었다”고 했다. 또 “그러한 양반들이 있었기에 호연지기가 살아있는 최고의 인문학 도시로 발전 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임윤택 한국가사문학관 관장 역시 “한국에서 가장 멋진 인문학이 살아 숨 쉬는 곳은 담양지역, 그중에서 가사문학관 중심지역”이라며 “가사는 담양 에서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대를 초월한 인문학의 발전은 계속 돼야 한다”며 “그 중심에 한국가사문학관이 있고 앞으로도 가사문학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한국가사문학관 전시관 앞 ‘마음을 씻는 정자’라는 뜻을 가진 세심정 풍경. ⓒ천지일보 2019.8.2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한국가사문학관 전시관 앞 ‘마음을 씻는 정자’라는 뜻을 가진 세심정 풍경. ⓒ천지일보 2019.8.2

담양의 가사문학의 유래

가사문학은 조선 초기에 발생한 시가와 산문의 중간으로 시조의 단아함, 응축성과는 대조를 보이며 자유로운 형식으로 700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다. 가사는 고려 말에 발생했다. 조선 초기 사대부계층에 의해 확고한 문학 양식으로 자리 잡아 전해 내려온 문학의 한 장르이다. 형식상 4음보(3·4조) 의 연속체인 율문이다.

가사(哥辭)는 말을 노래로 흥얼거리며, 문학적 형식에 매이지 않고 사대부 계층부터 서민까지 모든 계층이 참여했던 문학으로 알려져 있다. 담양군은 가사문학 관련해 문화유산의 전승·보전과 현대적 계승, 발전을 위해 지난 1995년부터 가사 문학관 건립을 추진, 2000년 10월 완공 했다. 전시품으로는 가사 문학 자료를 비롯해 송순의 면앙집(俛仰集)·분재기(分財 記)등과 정철의 송강집(松江集) 및 친필 유묵 등이 있다.

담양을 배경으로 하는 대표 가사에는 경술가, 사미인곡, 원유가, 관동별곡, 사미인곡, 초당춘수곡, 낙지가, 사친곡, 축산별곡, 면앙정가, 석촌별곡, 충효가, 민농가, 성산별곡, 향음주례가, 백발가, 속미인곡, 효자가 등 18편이 있다. 지난 2002년부터는 영남의 규방가사를 비롯해 기행가사, 유배가사 등의 원본과 필사본을 수집· 전시해 명실상부한 한국가사문학관으로 명성을 굳혔다.

문학관 주변의 식영정, 환벽당, 소쇄원, 송강정, 면앙정 등 은 호남시단의 중요한 무대가 됐다. 한옥형 본관과 기획전시실(갤러리), 자미정, 세심정, 토산품전시장, 전통찻집 등 부대시설도 갖추고 있다. 전시물은 가사문학 관련 서화 및 유물 2만 1547 점, 담양권 가사 18편과 관계문헌, 가사 관련 도서 약 1만 9158권이 소장돼 있다. 특히 문학관이 있는 가사문학면 일대에는 관련 유산이 가장 많이 확인돼 ‘가사문학(권)’으로 불리고 있다.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한국가사문학관 전시실에 보관된 고문서 등 가사집. ⓒ천지일보 2019.8.2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한국가사문학관 전시실에 보관된 고문서 등 가사집. ⓒ천지일보 2019.8.2

◆문학관 주변 가볼만한 곳

문학관 주변에는 ‘일동삼승지라’라고 불리는 명승지 3곳(식영정, 소쇄원, 환벽당)이 있다. 조선 전기 가사문학의 꽃을 피운 송순, 정철 등 내로라하는 양반 사대부계층 생활 체험과 흥취를 느껴 볼 수 있다. 또 조선시대 최초 민간정원인 소쇄원의 깨끗하고 시원한 자연과 건축양식, 양산보 선생의 발자취를 알 수 있는 영상물 청취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가사문학관에서는 매년 11월중 전국가사문학 학술대회, 가사낭송 경연대회, 청소년 UCC공모전과 올해 개관 20주년을 맞아 요즘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높은 고등 레퍼와 유사한 ‘남도 청소년 랩 대회가 열린다. 지난달 30일 가사문학을 찾은 한 관광객은 “세상 시름을 덜고 싶을 때 가사문화관에 온다”며 “나 자신이 누구인지 돌아보는 기회가 된다”고 문학관 관람 소감을 전했다.

한편 담양 가사문학관 안에는 명창 박동실 기념비도 있다. 1970년 ‘이름 모를 소녀’를 불러 혜성같이 가요계에 나타난 가수 김정호(1952~1985 본명 조 용호)는 박동실의 외손자다. 담양이 고향인 박동실은 현대 판소리사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명창이다. 그는 박유전, 이날치, 김채만으로 이어지는 서편제 제일의 소리꾼이었다. 뜨거운 여름,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의 정서와 수준 높은 가사 문학의 산실인 담양 가사문학관에서 가사도 읊어보고 시원한 정자 아래서 가족 과 함께 휴가를 보내길 추천해 본다.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현대 판소리사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명창으로 알려진 담양출신 박동실 기념비. 그는 박유전, 이날치, 김채만으로 이어지는 서편제 제일의 소리꾼이었다. ⓒ천지일보 2019.8.2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현대 판소리사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명창으로 알려진 담양출신 박동실 기념비. 그는 박유전, 이날치, 김채만으로 이어지는 서편제 제일의 소리꾼이었다. ⓒ천지일보 20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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