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문득 지난 1960~70년대 세계 축구 영웅 펠레와 에우제비우가 떠오른 것은 최근 한국팬들을 기만한 유벤투스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별난 행동 때문이었다. 펠레와 에우제비우는 호날두와 같이 포르투갈 말을 하는 세계 최고의 스타로서 그와는 인간성과 매너에서 품격이 아주 달랐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 등 월드컵 3회 우승의 주역 브라질의 펠레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득점왕 포르투갈의 에우제비우는 현역 선수시절 한국에서 친선경기를 가졌으며 아직도 많은 한국팬들에게 세계 최고의 스타로 기억되고있다.

‘축구 황제’ 펠레는 최고의 칭호를 붙인 선수답게 한국 친선경기에서 큰 감동을 주었다. 그의 경기를 직접 본 사람, TV로 봤던 사람, 또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더라도 그의 신화는 지금까지 세계 축구사에 길이 남아있다.

지난 1972년 6월2일, 지금은 없어진 서울운동장(동대문운동장)에서 벌어진 한국 상비군(대표팀)과 브라질 명문 산토스 경기는 펠레가 직접 경기에 출전함으로써 한국팬들에게는 최고의 볼거리를 제공했다. 당시 아시아 최강을 자랑하던 한국 대표선수는 공격수 이회택, 차범근, 수비수 김호, 김호곤 등으로 구성됐다. 펠레는 김호, 이차만 등 두 명의 집중마크를 당했지만 현란한 볼컨트롤과 발재간을 발휘했다. 후반 13분 펠레는 강한 땅볼 센터링을 받아 오른발로 강한 땅볼 강슛을 쏘아 골네트를 갈랐다. 펠레의 개인 통산 1204번째 골이었다. 펠레는 2중,3중의 마크를 당하면서도 쓰러진 한국 선수에게 다가가 일으켜 세워주는 매너를 보여주고 항상 미소를 띤 채 경기를 해 관중들로부터 뜨거운 박수세례를 받았다. 경기가 끝난 뒤 펠레는 한국 주공격수 이회택과 유니폼을 맞바꿔 입고 진한 우의를 과시하기도 했다. 축구 황제가 결코 기량만 갖고 되는것이 아니라는 것을 펠레는 행동으로 한국 축구팬에게 보여주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8강전 북한과의 경기에서 3골을 몰아넣으며 한국팬들과 첫 인연을 쌓았던 에우제비우는 1970년 포르투갈 명문 벤피카 소속으로 내한해 한국대표팀과 친선경기를 가졌다. 그는 0-1로 뒤진 후반 40분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그의 강슛을 받아 본 변호영 당시 대표팀 골키퍼는 “쇠덩어리가 날아오는 것 같은 큰 충격을 받았다. 파워가 엄청 강하고 파괴력이 뛰어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모잠비크 태생인 에우제비우는 당시 국내에서 펠레에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일부 청소년들은 ‘펠레가 훌륭한가, 에우제비우가 훌륭한가’를 놓고 말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에우제비우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텔레비전 해설자로 방한해 화제를 모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인종화합, 문화교류에 앞장서기도 했던 에우제비우는 지난 2014년 타계해 세계 축구인들의 깊은 애도를 받았다.

호날두는 펠레와 에우제비우만큼 팀성적이나 개인 성적을 결코 거두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당대 최고의 축구스타로 돈과 명예를 얻었다. 하지만 지난 달 K리그 올스타와의 친선경기에 근육 문제를 이유로 결장한 뒤 이탈리아로 돌아가서 트레드밀에서 훈련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한국팬들을 농락했다.

이제 한국 축구팬에게 호날두는 더 이상 세계 최고의 축구 스타가 아니다. 매너가 아주 나쁜 축구 악동일 뿐이다. 선수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고 돈만 챙긴 호날두를 보면서 축구만 잘 한다고 다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깊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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