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별관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가진 뒤 후보자 사무실을 떠나고 있다.

[천지일보=송범석 기자] 12일 사퇴를 결정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마지막 항변은 “법이 무너졌다”는 말이었다.

이날 정 후보자는 “청문회 없이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재판 없이 사형 선고를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밝히며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몰아간 정치권을 비판했다.

정 후보자는 특히 “저는 평생 소신에 따라 정직하게 살아오면서 인연에 얽매이지 않고 주어진 직분에 충실하였고 남에게 의심받거나 지탄받을 일을 삼가며 철저히 자기 관리를 하고 살아왔음을 감히 자부한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단골 메뉴인 ‘병역 문제’ ‘세금 탈루’ ‘주민등록법 위반’에도 발목을 잡히지 않았다. 이 정도만 해도 도덕성만큼은 훌륭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서 이번 낙마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정 후보자가 정치와는 거의 인연이 없는 인물이어서 정치권의 지지를 받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이와 관련 이날 정 후보자도 “평생 정치에 곁눈질하지 않고 살아왔다”며 정치에 매이지 않고 살아온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단지 뒤를 봐주는 ‘정치 라인’이 없어서 정 후보자가 낙마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 논리로 따지자면 김관진 국방장관과 같이 정치에 초연한 인물도 낙마를 해야 했기 때문.

결국, 사태의 본질은 ‘국민 정서’를 감안하지 못한 데 있다. 분명히 30년간 검찰 생활을 한 경력을 바탕으로 ‘억대 월급’을 받은 것은 법적인 하자가 없지만, 중산층이나 서민이 볼 때는 이해를 할 수 없는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인식 차이는 사퇴의 변 이후에 이어진 기자들과 정 후보자의 일문일답에서도 묻어난다. 그는 “떠나는 마당이니까 말하자면 30여 년 법조경력 가진 변호사 급여와 이제 막 변호사로 출발하는 사람 급여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그 정도 차이는 용인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법조 현실에 따라 정당하게 받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억대 월급’을 바라보는 여론은 냉담하기만 했다. 우리 사회 고질병으로 꼽히는 ‘전관예우’를 이해하기에는 서민들의 삶이 너무 팍팍한 탓이었다. 이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고 자신을 소개한 비정규직 노동자 김모(54, 여, 서울시 용산구 후암동) 씨는 “온종일 일해도 입에 풀칠하기가 힘든데, 땀 흘리는 일 없이 그렇게 돈을 버는 분들을 보면 위화감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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