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in] 목동 빗물배수시설 사고… 비·땀 뒤섞인 구조작업 ‘안간힘’

[천지일보=김정수 기자] 어둠 속을 뚫고 실종자들을 찾아 나섰다가 복귀한 잠수부들의 표정이 어두웠다. 그들 주위엔 무전기로 신호를 주고받는 이들, 헬멧과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이들, 배수관을 조립하기 위해 온힘을 다하는 이들 등 실종된 작업자 2명을 찾기 위한 몸부림이 보였다.

31일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인해 서울 양천구 빗물배수시설 공사장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3명이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현장 점검에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이날 오전 8시 24분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고립된 작업자 중 협력업체 직원인 구모씨를 발견했으나 그는 심정지 상태였다. 구씨는 곧바로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구씨와 함께 작업 중이던 시공사 직원 안모씨와 미얀마 국적 협력업체 직원 등 2명은 현재 실종상태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차량 62대와 인력 271명을 투입, 이들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현장에는 출입 통제하는 노란 테이프가 크게 둘러져 있었다. 소방·구급·경찰과학수사대(KCSI) 차량도 즐비해 있었다. 구급대원들은 비가 쏟아지는데도 불구하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실종자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설의 지하 40ｍ 깊이까지 내려가기 위해 크레인도 동원됐다.

붉은 색 헬멧을 착용하고 주황색 작업복과 빨강색 안전장비를 착용한 소방대원들은 크레인에 달린 사각 구조물을 타고 지하 깊숙한 곳으로 내려갔다가 올라오기를 반복했다. 그 가운데는 잠수부들도 있었다.

이들은 산소통을 달고 물속에 들어가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소방 관계자는 설명했다. 빗물배수시설에 가득 찬 흙탕물은 시야 확보를 방해할 것으로 예상돼 물속에서 잠수부들이 겪을 어려움이 얼마나 클지 가늠케 했다.

한쪽에서는 실종자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터널에 찬 물을 빼기 위해 배수펌프가 가동됐다. 소방대원들은 “하나 둘” “하나 둘” 구호를 외치며 힘겹게 배수펌프의 수로를 연결시키고 있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수색작업을 진행하는 와중에도 비가 내렸다가 다시 멈췄다가를 반복했다. 대원들의 얼굴엔 빗물과 땀방울이 뒤섞였다.

현장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실종자들의 빠른 구조를 약속했다. 그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실종자들을 빠른 시간 내 구조하겠다”며 “(이후) 사고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과 함께 현장을 찾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고립된 작업자 2명을 구조하는 것이 먼저”라며 “또한 수색에 들어가는 소방대원의 안전도 중요하다. 이후 사고 원인을 조사해서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도록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제현 서울시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7시 10분쯤 작업자들이 확인 차 빗물배수시설 안으로 들어간 상태였으나 45m 깊이의 지하에서 이동하는 것이라 연락이 두절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대건설 관계자가 작업자와 연락이 되지 않아 위험함을 알리기 위해 직접 내려갔다가 같이 고립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방당국은 실종된 작업자를 찾기 위해 잠수대원의 물속 수색과 동시에 물 빼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