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고용노동부의 개정법, ILO 핵심협약 이행 아닌 역행”

[천지일보=김정수 기자] 고용노동부(고용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하기 위해 관련법 개정안을 발표한 가운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ILO협약 이행이 아닌 역행”이라며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긴급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에서 공개한 입법 예고안은 노동법 개악으로 EU와의 전문가패널을 앞두고 약속을 위반하겠다는 자세”라고 주장했다.

고용부는 이날 공무원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오는 31일 입법예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개정안에는 파업 시 사업장 전부 또는 일부 점거를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과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에 민주노총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을 축소하는 것도 모자라 ILO 핵심협약 비준을 핑계로 경총 요구를 끼워 넣은 의견을 ‘균형 잡힌 대안’이라며 개정안에 포함시킨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개정안에는 핵심적인 노동자 기본권 보장 내용이 모두 누락됐다”며 “ILO 핵심협약과 상관없는 사업장 점거 금지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은 ILO 헌장과 협약 위반이며 노동개악”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노동기본권 쟁취!’ ‘ILO핵심협약 즉각 비준!’ 등의 팻말을 들고 “핵심협약 개안 발표는 기만이다. 고용부 장관 규탄한다” “ILO 협약 역행하는 노동정책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고용부는 개정안에 ▲특수고용 노동자와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실업자·해고자의 결사의 자유 ▲노조 임원자격 ▲전임자 급여 ▲공무원과 교원의 단결권 등은 국제 노동 기준에 훨씬 못 미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입법안은 한·EU FTA 분쟁 해결은 커녕 증폭시킬 것”이라며 “사용자의 민원사항을 들어주는 노동개악이므로 즉시 철회되고, 국제노동기구에 따라 새로운 입법안이 제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우리의 요구는) 결사·단결·단결권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것”이라며 “자본가의 요구를 수용해 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은 이미 기울어진 노동자와 자본가의 관계를 더욱 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 요구하고 있는 ILO핵심 협약의 비준이 무엇인지, 우리사회의 노동자들의 단결권의 요구가 어떠한 내용인지 처음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며 “고용노동부가 40일이 지나 법안으로 강행한다면 민주노총은 하반기에 모든 힘을 모아 노동자의 기본권을 쟁취하고, 기회를 막는 총파업·총력투쟁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사업장 점거금지’ ‘재벌·사용자의 노동조합 파괴보장’ ‘노동3권 파괴법’ 등이 적힌 팻말을 봉투에 붙여 폐기물 수거함 통에 버리는 규탄 퍼포먼스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