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전이 들어간 진주 물냉면 모습. (제공: 진주시) ⓒ천지일보 2019.7.29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육전이 들어간 진주 물냉면 모습. ⓒ천지일보 2019.7.29

북한문헌 ‘진주·평양냉면이 제일’

평양·함흥 함께 3대 냉면 중 하나

예부터 양반가 특식, 교방의 야참

메밀에 한우 육전, 고소한 맛 더해

12가지 해물로 우려낸 육수 ‘감칠맛’

[천지일보 진주=최혜인 기자] “진주냉면은 해물육수와 함께 조선간장으로 깊은 맛을 내 다른 지역에서는 맛볼 수 없는 냉면입니다. 짭짤하고 고소한 육전과 시원한 해물육수의 조합이 일품이죠.”

육수를 직접 만든다는 정운서(59) 하연옥 대표가 지난 27일 연이은 주문에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지난 1945년 개업해 70년이 넘도록 진주냉면을 고수해온 음식점이다.

정 대표는 바쁘다며 주방으로 들어가는 와중에도 “진주냉면에는 아주 특별한 맛이 있다. 이것저것 다른 설명보다는 일단 먹어봐야 안다. 드셔보시라”며 시식권유를 놓치지 않았다.

‘냉면 하면 진주냉면과 평양냉면’이라고 할 만큼, 진주냉면은 진주의 맛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관광객·지역민들에게 사랑받는 음식 중 하나다.

이렇듯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먹는 냉면은 언제부터 우리 곁에 자리 잡게 됐을까.

진주시에 따르면 진주냉면은 조선시대에도 유명했다. 냉면에 관한 최초의 문헌 기록이 발견된 동국세시기(1849)에는 진주냉면을 ‘메밀국수에 무김치, 배추김치를 넣고 그 위에 고기를 넣은 냉면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옛 문헌 중 ‘고려도경(高麗圖經)’에는 고려시대부터 메밀을 이용해 메밀국수를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기록돼 있다.

진주비빔냉면 모습. (제공: 진주시) ⓒ천지일보 2019.7.29
진주 비빔냉면 모습. (제공: 진주시) ⓒ천지일보 2019.7.29

특히 북한문헌 ‘조선의 민속전통-1 식생활풍습편(1994)’에는 진주냉면이 등장한다. 여기에는 ‘냉면 중에 제일로 여기는 것은 평양냉면과 진주냉면’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 책에는 놀랍게도 함흥냉면이라고 부르는 함흥식 물냉면은 농마국수, 비빔냉면은 회국수로 정의하고 있다. 평양냉면과 진주냉면만 냉면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쓴 이병주의 소설 지리산(1939)에도 일본인 교사가 ‘진주를 떠나면 영영 이 맛있는 냉면을 못 먹게 될 텐데…’라며 한숨짓는 대목이 나올 정도로 그 맛이 유명했다.

예로부터 진주냉면은 양반가의 특식, 교방의 야참으로도 알려졌다. 진주에서는 냉면의 주원료인 메밀 재배가 성행해 메밀국수 등 메밀로 만든 음식을 즐겨 먹었다. 이 영향을 받아 메밀국수를 고급화한 냉면을 개발해 권력가나 재력가들이 야참음식으로 애용했다. 추운 겨울 산간지방에서 먹던 메밀국수가 어느새 ‘냉면(冷麵)’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진주를 대표하는 향토음식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진주냉면은 평양, 함흥과 함께 3대 냉면 중 하나다. 메밀면, 육수, 그리고 무엇보다 육전이 특징이다. 한우 육전이 고명으로 올라가는 진주냉면은 조리하는 방식도 독특하다.

평양냉면이 메밀가루에 녹말을 약간 섞어 만든다면 진주냉면은 순 메밀만으로 만들고 돼지고기를 쓰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평양냉면은 육수를 소 사골과 양지육을 주재료로 하지만, 진주냉면은 홍합, 해삼, 전복, 멸치, 바지락, 마른명태 등 10여가지의 해산물에다 표고버섯을 넣어 만든다. 이 해물육수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무쇠를 벌겋게 달궈 끓는 육수 통에 넣는 순간가열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비린내가 제거된 육수를 쫄깃한 메밀면에 붓고 나면 소고기 육전, 오이, 배채, 전복, 석이버섯, 황백지단 등을 고명으로 올린다.

진주비빔냉면 모습. (제공: 진주시) ⓒ천지일보 2019.7.29
육회가 들어간 진주 비빔냉면 모습. (제공: 진주시) ⓒ천지일보 2019.7.29

이렇게 완성된 냉면은 풍성한 재료들이 결합해 오묘한 맛을 낸다. 해산물 육수와 수제 메밀가루, 그리고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한우 육전이 냉면과 잘 어울려 독특한 ‘진주의 맛’을 이룬다.

경기도 성남에서 여행을 왔다는 오모(27)씨는 “다른 지역에도 많이 가봤지만 육전이 들어가 있는 냉면은 처음 먹어봤다”며 “다른 냉면은 고명이 대부분 계란과 오이 정도로 소박한데, 여기는 육전이랑 여러 재료가 많이 나와 색달랐다. 식감도 뛰어나고 맛있다”고 시식 소감을 전했다.

이 육전이 비빔냉면에서는 매운맛을 중화 시켜 고소한 맛을 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진주냉면을 즐겨 찾는다는 인근 주민 최모(34)씨는 “매콤한 비빔냉면을 주로 먹는다. 물냉면도 먹어봤지만 육전은 비빔냉면과 궁합이 더 맞는 것 같다”며 “진주에서 비빔냉면을 먹으면 다른 냉면을 먹을 수 없다. 조심해야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기호에 따라 물·비빔 냉면을 고른 후 한우 육전이나 육회를 따로 한 접시 주문해 곁들여 먹으면 냉면 맛을 두 배로 즐길 수 있다.

습하고 무더운 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살얼음을 동동 띄운 육수와 쫄깃한 면발의 냉면 한 그릇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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