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 보스턴 주재기자

미국의 문화변천사 이야기를 하기 이전에, 먼저 비틀즈의 노래에 열광하던 우리 부모님 세대를 한번 떠올려 본다. 그 시대와 오늘이 다를까? 그저 멜로디가 좋고 자유로운 정신이 부러워 받아들이기 보다는 문화적으로 짧은 역사를 가진 미국이 어떤 문화 변천사를 거치며 성장했는지 심도 있게 다시 한번 살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 펜을 들었다.

젊은 나라 미국. 그들의 첫 미국 문화 형성은 영국의 식민지로부터 독립한 이후의 약 200년 전으로 볼 수 있지만, 사실 그들의 진정한 문화 발전시기를 따져 보면 약 70년 정도의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왜냐하면, 미국 문화는 사실 1945년 제2차 대전 이후부터 발생해 꽃핀 신문화이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집으로 돌아온 군인들은 전쟁 당시 라디오에서 지겹게 듣던 오래된 재즈 음악 대신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원했다. 전쟁 당시 흘러나오던 밝은 음악은 역설적이게도 전쟁의 참혹한 모습과 겹쳐 어두운 과거를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예전에 듣던 이런 음악 대신에 전쟁에 반항하는 로큰롤과 같은 새롭고 폭발적인 노래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즈 등은 록, 로큰롤, 팝, 컨트리, 펑크 등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전 세계에 소개했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하며 도덕보다는 자유로운 감성과 즐거움 추구하는 60년대의 히피문화를 선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써 미국 사회에 오래도록 뿌리 내리고 있던 식민지 유럽 전통 문화가 하나씩 걷어지기 시작했다. 미국 문화는 전통을 깨부수고 더 멀리 도약하고 싶어 하는 독수리와 같은 정신으로 영국에서 건너온 문화를 그대로 답습하던 것에서 전쟁 이후의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미국 고유의 문화를 만들어 냈다. 이후 그들만의 독특하고 창조적인 문화를 이룩해 나가게 된다.

미국은 이렇게 젊은이들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도전 가능성을 적극 존중하며 받아들였고, 약 70년이란 짧은 역사를 통해 미국만의 차별화된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었다. 마치 한번 열려버린 요술램프의 지니가 다시는 병속으로 돌아갈 수 없는 그런 모습으로 그렇게 미국의 문화는 폭포수와 같이 터져 나와 세계 각지에 퍼져 나갔고, 세계의 모든 젊은이들은 그 당시 미국 문화에 열광하기까지에 이른다.

요새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도 여전히 이런 새로운 방식의 문화에 열광하며 미국의 문화를 배우고 따라 하기까지 하는데, 그 전에 남을 알고 나를 먼저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반만년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한국인의 문화를 잊고 그저 타국의 것을 따라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외국에 나와 보면 우리나라의 문화를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더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필자의 이런 견해에 아마도 이런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도 신정부를 수립한지 겨우 50년이 아닌가? 라고. 그러나 역사의 뿌리가 유럽에 있는 미국의 상황과 오랜 문화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즉, 미국은 식민지 문화의 잔해를 없애 버리고 자신만의 새로운 것을 개척해서 나가려 했다면 우리나라는 우리의 문화조차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남의 것이 그저 좋아 따라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미국인들의 문화를 따라하고 그것을 표현하려 할 때 미국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미국인들마저 이해할 수 없는 당황스러운 장면이 연출되지 않을까? 마치 김치를 먹고, 부채춤을 추는 미국인을 보고 우리가 신기하게 생각하면서도, 한국인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처럼 아무래도 좀 어색하다. 이 같은 상황이 우리 쪽에서도 똑같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 한 미국인 노교수가 한국인의 공연에 초대됐다. 한국적인 미를 담은 문화공연을 잔뜩 기대한 이 노교수는 공연을 다녀온 후 실망을 금치 못했다. 미국인들의 공연을 따라 만든 한국 공연에 대해 다소 당황했던 모양이다. 그녀는 이 현상을 자신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얘기했다. 왜 미국 문화의 공연을 한국인들이 미국까지 와서 미국사람의 문화를 애써 흉내 내려고 하는 것인지, 매우 어색하고 불편하더라는 말을 전했다.

그는 이어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독특한 문화를 세계에 소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히려 한국인들이 자국 문화를 제대로 보여주려고 애쓸 때, 세계인들과 함께 나누는 게 쉬워지고 인정받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랬다면 이번 공연이 더욱 신기하고 즐거운 관람이 됐을 텐데 정말 아쉽다는 노교수의 말이었다.

앞서 언급했지만 우리가 우리 문화를 먼저 이해하고 세계와 나누려고 하는 것이 아닌 남의 것을 그대로 모방해 세계와 소통하려 한다면, 외국인들은 그 노교수와 같은 시각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실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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