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의 상처까지 보듬는 ‘손무 장군’식 리더십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손자병법>은 전쟁에 기술적으로 필요한 각종 병법들이 기록돼 있다. 하지만 전쟁에서 싸우는 기술보다 병사들의 마음을 한데로 모으고 사기를 높이는 일이 가장 우선적으로 돼야 한다. 이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지도자, 즉 리더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전쟁 기술이 있더라도 병사들이 따라 주지 않는 다면, 기술은 없는 것만 못하다.

다음은 수천 년간 회자되고 있는 손무 장군의 일화다.

기원전 6세기 중국 오나라에 손무 장군은 초나라의 지원을 받은 월나라와 전투를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전쟁은 제자리걸음에 빠진 터라 군사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었다. 잠시 소강상태에 있던 전선에서 손무 장군은 군사훈련을 명했다.

군사훈련을 둘러보던 손무 장군은 막사 근처를 지나다 막사 안에서 누워 있는 병사를 발견하고 그를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그곳에는 고향을 떠나 전장에 억지로 끌려온 병사가 욕창에 걸려 홀로 누워 있었다. 심하게 냄새나는 그를 두고 동료들은 외면했다. 욕창에 걸린 병사는 전쟁 중이라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했다.

군대에서 병졸에게 장군은 하늘같은 존재다. 욕창에 걸린 병사가 손무 장군을 향해 일어나 부동자세를 취하려 하자 장군은 그냥 누워있으라며 불편한 데가 어디인지 물었다. 병사는 사실대로 고하고 손무 장군은 환부를 살펴보더니 우글거리는 구더기를 털어내고 피고름을 직접 입으로 빨아냈다. 그리고 약초를 구해 싸매 주었으며, 매일같이 자신의 막사로 오라고 명해 욕창이 완쾌할 때까지 정성껏 치료했다.

이후 병사는 휴가를 얻어 고향으로 돌아가 노모에게 손무 장군 이야기를 꺼냈다. 아들은 장군이 일개 병사인 자신에게 은공을 베풀었다며 감사해 했다. 아들의 이야기를 넌지시 듣던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혼자 중얼거렸다.

“이제 우리 아들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구나.”

그렇다. 비록 학식이 높은 어머니는 아니었으나 통찰력으로 아들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전쟁에 임할 것이라는 생각에 미쳤다. 전우들조차 냄새 난다며 거들떠보지 않던 아들을 하늘같은 장군이 피고름을 손수 입으로 빨았으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치료해줬다. 장군의 진심어린 내리사랑을 깨달은 아들은 마지막 피 한 방울이라도 장군을 위해 싸울 것을 어머니는 알고 있었다.

병사는 처음 참전했을 때 왜 전쟁을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전장에 끌려나왔으나 손무 장군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의 목숨조차 내던질 수 있는 정신으로 바뀌었다.

손무 장군은 병사가 처한 상황과 그 마음을 진심으로 헤아렸기에 많은 병사가 그를 잘 따랐다고 전해진다. 만약 상급자로서 군림하거나 전쟁에서 표면상으로 승리만 바라보고 나가는 장군이었더라면 부하들은 장군을 신뢰하지 않았을 것이다. 곧 사기저하로 이어졌을 테다.

손무 장군식 리더십은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 먼저 자기 자신의 마음을 열고 다가서는 것이다. 이러한 작은 이치를 깨닫고 행동으로 옮길 때 비로소 조직 전체가 결속력을 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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